부실자산 늘고 신탁계정대 10조 육박…신탁사 재무압박 커져

2026-07-01 13:00:04 게재

교보·신한 고정이하자산비율 90% 넘어

신탁계정대 1조원 넘는 신탁사 4곳

책준형 PF 위험 줄어도 재무부담 지속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가 이어지면서 부동산신탁사들의 자산건전성 부담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시공사의 책임준공 의무를 부동산신탁사가 함께 부담하는 책임준공형 사업장의 신규 우발위험은 다소 완화되고 있다. 그러나 과거 부실 사업장에 투입된 신탁계정대가 여전히 재무부담으로 남아 있는 데다 일부 신탁사의 부실자산 비중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1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교보자산신탁의 고정이하자산비율(부실자산비율)은 95.12%로 지난해말보다 3.17%p 상승했다. 신한자산신탁도 85.89%에서 90.22%로 높아졌다. 고정이하자산비율이 90%를 넘었다는 것은 신용위험이 있는 자산 대부분이 부실자산으로 분류됐다는 것으로 PF 사업장에 투입한 자금의 회수 부담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한국자산신탁(76.19→82.76%), 한국투자부동산신탁(37.67→53.18%), 대신자산신탁(42.32→58.42%), 대한토지신탁(51.26→54.52%), 한국토지신탁(52.28→58.05%) 등도 고정이하자산비율이 상승했다.

지난달 30일 NICE신용평가는 한국자산신탁과 우리자산신탁의 장기신용등급을 각각 한 단계 하향 조정하고, 교보자산신탁의 단기신용등급은 A2-에서 A3+로 낮췄다. 코리아신탁은 등급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고정이하자산비율 상승 원인은 신탁계정대 급증과 무관하지 않다. 신탁계정대는 책임준공 의무 이행이나 PF 원리금 대위변제를 위해 신탁사가 자체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분양 부진 등으로 회수가 지연되면 부실자산으로 분류돼 재무부담으로 이어진다.

올해 3월 말 기준 부동산신탁사 14곳의 신탁계정대는 9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말(8조9726억원)보다 5274억원 증가하며 10조원에 육박했다. 2023년 이전까지 2조원 안팎이던 것과 비교하면 5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책임준공형 사업장 부실로 공사비 투입과 PF 원리금 대위변제가 늘고 자금 회수까지 지연되면서 2024년말 7조7016억원, 지난해말 8조9726억원으로 급증했다.

회사별로는 KB부동산신탁(1조2279억원), 신한자산신탁(1조2009억원), 대한토지신탁(1조985억원), 교보자산신탁(1조936억원) 등 4곳의 신탁계정대가 1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교보자산신탁과 신한자산신탁은 신탁계정대 규모가 큰 동시에 고정이하자산비율도 각각 95.12%, 90.22%를 기록해 PF 부실에 따른 재무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NICE신용평가는 책임준공형 사업장의 신규 우발위험은 점차 감소하고 있지만 누적된 신탁계정대와 저하된 수익창출력으로 재무부담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책임준공 기한이 지난 사업장의 PF대출 잔액은 2024년 말 약 2조3000억원에서 2025년 말 약 1조5000억원으로 줄었고, 전체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사업장의 PF대출 잔액도 10조원을 웃돌던 수준에서 약 5조원으로 감소했다. 다만 기존 사업장 정리 과정에서 추가 신탁계정대 투입 가능성이 남아 있고, 이미 누적된 신탁계정대의 회수도 쉽지 않아 재무부담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본업인 토지신탁사업의 수익성도 약화됐다. 지난해 토지신탁보수는 전년보다 27% 감소한 반면 신탁계정대 이자를 포함한 이자수익은 증가했다. 영업수익에서 신탁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46.8%에서 지난해 35.6%로 낮아졌다. 반면 이자수익 비중은 24.3%에서 26.6%로 확대됐다. 올해 1분기에는 28.2%까지 높아졌다. 신탁계정대 이자수익 비중이 커지면서 본업의 수익성이 약화되고 이익의 질도 저하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부동산신탁사들의 재무부담은 부채비율에서도 확인된다. 14개 부동산신탁사의 평균 부채비율은 2025년 3월 말 92.8%에서 6월 말 102.6%, 9월 말 116.2%로 상승한 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161.1%까지 치솟았다. 올해 1분기 말에는 158.6%로 소폭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 자료를 토대로 계산한 결과 무궁화신탁(760.3%), 한국투자부동산신탁(254.0%), KB부동산신탁(185.6%), 신한자산신탁(166.7%), 코리아신탁(166.3%) 등의 부채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다만 올해 1분기에는 PF 부실에 대비한 충당금 부담이 줄면서 부동산신탁사 14곳 모두 흑자를 냈다. 충당금 성격의 조정대손비용은 78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절반 가까이 감소했고, 신탁계정대 이자를 포함한 이자수익도 증가해 순이익이 발생했다. 그러나 NICE신용평가는 토지신탁보수 감소로 본업의 수익성은 여전히 약화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NICE신용평가는 “2025년 대규모 손실을 시현한 부동산신탁사를 중심으로 추가 손실 가능성 및 실적 회복 여부, 사업포트폴리오 재편 과정과 재무안정성에 대해 살펴본 뒤 향후 신용평가에 반영할 계획”이라며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사업장과 관련한 리스크가 여전히 많이 남아있는 신탁사일수록 신규 수주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은 더욱 부족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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