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을 일구는 사람들 16 허미호 위누 대표
“예술은 사람을, 인공지능은 경험을 연결합니다”
20년간 문화예술과 시민소통 역할 … 유엔 사회적가치창출 사례 선정 돼
“예술은 감정 움직이는 언어” … 참여형 경험 확장으로 사람 변화 이끌어
인공지능형 ‘온앤드’ 소통망 구축 … 경험 공유생태계 확장 플랫폼 기대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강력한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세계는 불확실성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한국은 지속되는 저성장의 늪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다. 사상 최대 수출을 기록하고 있지만 극히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수출경쟁력이 추락하고 있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 했다. 한국경제 성장은 혁신정신이 일궈 온 성과다. 내일신문은 기업가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혁신가들을 연재한다. 그들의 고민과 행보가 한국경제와 중소기업이 나아갈 방향에 좋은 지침을 담고 있어서다.
“좋은 예술은 많은데 사람들은 왜 예술을 어렵게 느낄까.”
허미호 위누 대표가 2007년 항상 지니고 있던 질문이다. 허 대표는 삼성전자 멤버십 프로그램을 거쳐 야후코리아에서 플랫폼서비스 국제화 프로젝트를 담당했다. 그는 “예술이 더 많은 사람과 연결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터넷이 사람과 사람, 사람과 콘텐츠를 연결하는 과정처럼.
그는 예술의 본질은 작품 자체보다 사람 감정과 생각을 움직이는 힘에 있다고 믿는다. ‘99%의 예술이 99%의 사람과 만나는 곳’이라는 목표로 예술문화 벤처기업 위누를 시작했다.
창업초기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당시만 해도 문화예술 기업이라는 개념이 생소했다. “예술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끊임없이 받았다. 허 대표는 사업계획서를 내세우기보다 직접 현장을 선택했다. 학교와 미술관, 복지기관, 공공기관을 찾아다니며 수백 차례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서울시 자원순환 아트업페스티벌과 청계천 업사이클 페스티벌 등을 통해 시민들이 환경과 자원순환을 자연스럽게 체험하도록 만들었다. 이는 서울시 환경상 수상과 유엔(UN) 글로벌콤팩트 사례 소개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2018년 직원 20명, 약 14억원 매출을 올렸다. 당시 사회적기업으로는 준수한 실적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대유행이 닥쳐 모든 활동이 중단됐다. 바닥을 친 후 최근 인공지능(AI)기술을 기반으로 다시 일어서고 있다.
◆참여형 경험을 설계 = 위누는 스스로를 예술교육기업이라고 정의하지 않는다. 허 대표는 “우리가 만드는 것은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라 사람을 변화시키는 참여형 경험”이라고 말한다.
대표 프로그램인 ‘아트업센스’는 그림을 잘 그리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색과 소리, 촉감 등을 활용해 자신의 감각과 감정을 발견하도록 돕는다. ‘마음드라이브’ 역시 청소년들이 자신의 감정을 색과 형태로 표현하며 스스로를 이해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과정이다.
이러한 경험은 실제 변화로 이어졌다. 지역아동센터 청소년 85명을 대상으로 약 4개월 동안 운영한 마음드라이브는 참여 전후의 정서변화를 뇌파검사로 측정했다. 정서적으로 가장 불안정했던 청소년들의 안정도가 30% 이상 향상됐고 소아청소년 전문의 자문을 거쳐 효과를 확인했다.
서울시와 차병원이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에서는 중학생을 대상으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한 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검사를 실시해 개선효과를 확인했다. 연구결과는 관련 학회와 국제 컨퍼런스에서도 소개됐다.
그는 “예술은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관점을 바꾸는 가장 효과적인 소통 도구”라며 “사회문제도 정보를 더 주는 것보다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낼 때 해결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20년 동안 축적한 약 2500명의 예술가 네트워크와 공공기관 협업경험도 위누의 경쟁력이다. 현재 성수동에서 운영 중인 ‘아트업서울’은 예술가들이 창작과 협업을 이어가는 거점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위누는 과거 공공기관 대상 문화예술 프로그램 기획이 주요 수익원이었다. 이를 디지털 기반 서비스로 확장하고 있다.
◆새로운 문화경험 소통망 = 최근 허 대표가 가장 집중하는 분야는 인공지능 기반 경험설계 소통망 ‘온앤드’(OnAnd)다. 온앤드는 문화·관광·교육기관이 참여형 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영하며 결과까지 분석할 수 있도록 돕는 소통망이다.
예를 들어 미술관 큐레이터는 소통망에서 전시주제에 맞는 과제를 직접 설계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이를 다양한 참여형 콘텐츠로 확장한다. 참가자는 별도의 앱 설치 없이 웹 기반으로 과제를 수행한다. 운영자는 실시간으로 참여율과 체류시간, 만족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프로그램 종료 후에는 성과 보고서까지 자동으로 생성된다.
실제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에서는 청소년들이 작품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짧은 전시설명 영상을 제작해 전시장 QR코드와 연결하는 시범사업도 진행했다. 작품을 소비하는 관람객이 아니라 새로운 해석을 만드는 참여자로 역할이 바뀌는 것이다.
허 대표는 온앤드를 지역축제와 관광지 박물관 호텔 학교는 물론 각종 체험행사까지 적용 가능한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참여경험이 반복될수록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고 공유하는 생태계가 확장될 것으로 기대한다.
허 대표는 “기술이 사람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감정과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배 기자 goldw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