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9기 긴축만으론 곳간 못 채운다

2026-07-01 13:00:10 게재

세입 줄고 지출 늘어, 지방재정 이중압박

지방소비세·교부세 개선 ‘재정분권’ 필요

민선 9기 지방정부가 재정 정상화를 출범 초기 핵심 과제로 올려놓은 것은 세입과 세출이 동시에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 과정에서 민생회복과 지역경제 활성화, 복지 확대, 교통·개발 공약이 쏟아졌지만 지방정부 곳간은 비어 있다. 인수위원회 단계에서 부족재원과 중장기 재정부담, 전임 지방정부 사업 재검토가 주요 의제로 떠오른 배경이다.

지방정부들이 우선 꺼내는 대책은 자체 구조조정이다. 박찬대 인천시장은 1일 취임사를 통해 장부를 다시 살피고 숨겨진 부채와 낭비되는 예산을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허태정 대전시장도 “세수 감소와 대형사업 재정 부담이 겹친 엄중한 재정위기를 직시하고 불요불급한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는 전략적 재정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취임과 동시에 재정혁신 태스크포스를 꾸려 세입 확충과 세출 구조조정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인수위 과정에서 재정위기 상황을 드러낸 충남·충북·세종 등 다른 지방정부들도 대형 사업 우선순위 조정, 행사성 예산 축소, 기금 운용 점검, 보조사업 정비, 공공기관 경영효율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대책은 재정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하지만 자체 긴축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지방정부가 줄일 수 있는 지출에는 한계가 있는 반면 복지·안전, 지역경제 회복, 생활 기반시설 확충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특히 비수도권은 자체 세입 기반이 약해 경기 둔화와 부동산 거래 감소가 겹치면 세입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최근 중앙정부 세수 결손도 지방재정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 지방교부세는 내국세 총액의 일정 비율을 지방정부에 나눠주는 구조다. 국세가 줄면 교부세도 줄어든다. 윤석열 정부 시기 대규모 세수 결손이 발생하면서 지방교부세는 감액 조정됐고, 이는 지방정부 예산 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지방정부가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세수 추계 실패와 경기 둔화의 충격이 지역 재정으로 옮겨간 셈이다.

세입 기반의 지역 격차도 크다. 나라살림연구소가 2024년 기준 지방재정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체 지방세 114조1000억원 가운데 서울·경기·인천을 합친 수도권 비중은 53.9%였다. 비수도권은 46.1%에 그쳤다. 재정자립도도 수도권은 59.24였지만 비수도권은 31.13에 머물렀다. 자체 세입만 놓고 보면 비수도권 지방정부가 민생·투자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 격차를 보완해 온 장치가 지방교부세다. 2024년 기준 지방교부세 64조6000억원 가운데 비수도권 배분 비중은 89.3%였고, 수도권은 10.7%에 그쳤다. 지방교부세가 반영된 재정자주도는 수도권 65.39, 비수도권 62.28로 재정자립도 격차보다 훨씬 좁혀졌다. 교부세가 줄면 비수도권 지방정부가 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방소비세도 재정분권의 핵심 수단으로 거론된다. 전체 지방세는 수도권 쏠림이 강하지만 지방소비세는 수도권 31.5%, 비수도권 68.5%로 비수도권 배분 비중이 높다. 지방소비세를 확대하면 지방세 비중과 재정자립도를 높이면서도 일반 지방세 확대보다 비수도권 배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결국 해법은 두 제도를 함께 손보는 데 있다. 지방소비세는 지방정부의 자체 세입 기반을 키우는 수단이고, 지방교부세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재정격차를 완화하는 수단이다. 어느 한쪽만으로는 민선 9기 지방정부가 처한 재정위기를 풀기 어렵다. 지방소비세 확대와 지방교부세 기능 강화를 결합한 재정분권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5극 3특, 메가프로젝트, 지역 산업거점 조성 등 균형발전 전략을 본격화할수록 지방정부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첨단산업 입지를 유치하더라도 도로·용수·전력·주거·교육·의료 기반은 상당 부분 지방정부 몫으로 돌아온다. 한 지방정부 관계자는 “곳간이 빈 지방정부가 민생 공약과 균형발전 사업을 함께 추진하려면 단기 긴축을 넘어 안정적인 재정분권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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