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지나온 30년…나아갈 30년 2
‘혁신성장기업들의 역동성 있는 시장’ 정체성 회복해야
성숙 기업과 초기 성장·취약·부실 기업 한데 섞인 이질적 시장
승강제 도입으로 우량 혁신기업 살리고 부실기업 퇴출 본격화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한 코스닥 시장이 부활하기 위해서는 혁신성장기업들의 역동적인 시장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30년 전 코스닥 시장은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조달과 혁신기업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지만, 현재 상장된 기업들을 보면 ‘혁신기업을 포함한 이질적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연구개발(R&D) 집약도가 높은 혁신기업과 우량 기업이 존재하는 동시에, 수익성·재무건전성이 취약한 기업군도 함께 존재한다. 한계기업들도 다수 있다. 이렇게 코스닥 내부의 이질성이 뚜렷해지면서 코스닥시장 내 기업군을 명확히 식별할 수 있는 세그먼트(분리) 체계를 정비하고, 상장사들을 재무 상태와 실적 등에 따라 나눠 관리하는 ‘승강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까지 코스닥 활성화 토론, IR 진행 = 1일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개설 30주년을 맞아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30주년 기념식을 개최한다. 1996년 7월1일 문을 연 코스닥의 30년 성장의 역사와 성과를 되짚어보는 자리다.
이날부터 3일 동안 한국거래소는 한국IR협의회와 코스닥협회와 공동으로 코스닥 30주년 성과 및 향후 시장 개편 로드맵 발표와 코스닥 발전을 위한 토론회, 기업설명회(IR) 행사 ‘KOSDAQ CONNECT 2026’을 진행한다. 코스닥 기업들의 날짜별 주제에 따라 공동 IR도 열린다. 올해는 코넥스 기업도 참여해 IR 활동을 펼친다.
이번 행사에서는 코스닥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관련 정책 공개도 예고됐다. 현재 금융당국은 코스닥을 프리미엄·스탠다드·관리군 등 3개 영역으로 나누고 실적 등에 따라 오르내릴 수 있도록 하는 ‘승강제’ 도입을 준비 중이다. 기업 간 편차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시장으로 묶여 있어 시장 평균 밸류에이션이 낮아지고 기업별 특성이 반영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 정체성에 따라 시장을 분류하겠다는 취지다.
◆옥석 가리기 어려운 시장 = 현재 코스닥 시장은 영업·재무 기반이 취약한 초기 성장 기업부터 수익성이 안정된 수조원대 중견기업까지 한 시장에 섞여 있어 투자자 입장에서 옥석 가리기가 어렵고 우량 기술주 시장 정체성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익성이 아직 발현되지 않은 혁신기업군도 존재한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코스닥 상장기업의 성장성 및 혁신성 분포를 연도별 기준으로 살펴보면, 코스닥 시장이 단일한 고성장·혁신기업군으로 구성돼 있다기보다 상위 성장·혁신기업군과 저성장·저혁신 기업군이 함께 존재하는 이질적 시장이라는 점이 확인된다”고 평가했다. 우량·혁신기업과 부실 위험기업이 한 시장에서 구분되지 않은 채 하나의 덩어리로 묶인 점은 문제로 꼽힌다. 투자자가 코스닥을 통째로 고위험 시장으로 인식해 우량기업의 자본조달 비용까지 끌어올리는 이른바 ‘코스닥 디스카운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 선임 연구원은 “코스닥 내부에서도 상위기업과 하위기업 간 규모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 코스닥을 단순히 소형 성장기업 시장으로만 보기 어렵다”며 “코스닥의 이질성은 특히 수익성 및 재무건전성 지표에서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코스닥 상장사 4곳 중 1곳은 연구개발비 ‘0’ = 연구개발 비율에서도 상장사별로 차이는 컸다. 코스닥 상장사 4곳 중 1곳은 벌어들인 돈에서 연구개발(R&D)에 쓰는 비중이 사실상 0%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혁신기술에 돈을 투자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격차가 나날이 커지는 모습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의 25%는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줄곧 0%를 기록했다. 2025년에는 0.02%로 찔끔 늘었다. 즉, 코스닥 상장사 중 4분의 1에 해당하는 기업들은 사실상 연구개발에 돈을 쓰지 않는다는 뜻이다.
반면 연구개발비를 많이 쓰는 상위기업들의 연구개발비는 더욱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상위 10% 기업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2000년 7.41%에서 2015년 9.49%, 2020년 11.85%를 거쳐 2025년 20.54%까지 올랐다. 코스닥 기업 네 곳 중 한 곳은 연구개발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반면, 상위 기업군에서는 매출의 5분의 1을 기술 개발에 투자할 정도로 격차가 빠르게 늘어난 셈이다.
양극화는 수익성 지표에서도 드러난다. 영업이익률을 기준으로 상장사를 나열했을 때, 하위 10%에 해당하는 기업의 2000~2004년 영업이익률 평균치는 -31.08%였으며 2021~2025년에는 -48.45%로 하락했다. 반면 상위 10% 기업의 값은 15.94%에서 16.75%로 소폭 상승했다.
코스닥 내 이같은 ‘이질성’의 배경에는 산업 구성의 변화가 있다. 과거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산업군에 있던 ‘통신 서비스’는 최근 ‘의료·바이오’로 대체됐다. 의료·바이오 업종은 연구개발 비중이 높지만 수익화 시점이 불확실하고 적자 기업이 많은 편이다. 연구개발 상위기업군이 늘면서 동시에 영업이익률이 낮은 회사도 같이 나오는 배경이다.
◆3개 영역으로 구분 = 현재 금융당국은 코스닥을 프리미엄·스탠다드·관리군 등 3개 영역으로 나누고 실적 등에 따라 오르내릴 수 있도록 하는 ‘승강제’ 도입을 준비 중이다. 현재 코스닥시장에는 혁신기업, 성장기업, 일반 중소기업, 재무취약기업이 함께 존재하므로, 정책목표도 혁신기업 육성, 시장 신뢰 제고, 투자자 보호, 성장 사다리 기능 강화라는 복수의 목표를 균형 있게 반영해야 한다. 때문에 코스닥시장의 정책 방향은 우량 대표기업의 위상 제고, 혁신기업의 지속 성장 지원, 부실위험 기업에 대한 관리 강화라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
강 선임연구원은 “이에 따라 코스닥 세그먼트 체계 도입이 필요하다”며 “취약기업군의 위험이 코스닥시장 전체의 평판으로 전이되는 것을 완화하는 동시에 우량 혁신기업이 시장 내에서 보다 명확히 구분되어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