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으로 오른 미 증시, 자금시장 불안
반도체 쏠림에 레버리지 확대…단기 자금 조달비용 급등 우려
블룸버그통신은 30일(현지시간) 미국 주식시장 조달비용 급등이 환매조건부채권(Repo), 즉 단기 담보대출 시장의 금리까지 밀어 올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주식 투자용 자금 수요가 은행 딜러들의 장부 여력을 잠식하면, 미 국채 거래에 쓰이는 자금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경고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S&P500 총수익지수와 연동된 7월물 선물의 조달비용은 지난 26일 2.00%까지 올랐다. 5월 평균 0.62%와 비교하면 세 배가 넘는다.
조달비용이 오른 배경에는 세 가지가 있다. 우선 스페이스X 상장처럼 대형 주식 발행이 잇따르며 금융회사들의 자금 여력이 묶였다. 여기에 주가 상승으로 더 많은 투자자가 돈을 빌려 주식을 사려 했고, 빚을 내 투자하는 상장지수상품 규모도 커졌다. 수요는 늘었는데 돈을 빌려줄 수 있는 은행과 증권사의 여력은 제한돼 비용이 뛴 것이다.
평소 이런 자금 압박은 연말에 자주 나타난다. 대형은행들이 건전성 지표를 맞추기위해 돈을 빌려주는데 조심스러워 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연중인 6월 말에 연말과 비슷한 압박이 나타났다. 블룸버그에 의하면 6월 말 조달비용은 2024년 말 수준에 근접했다.
위험은 두 단계로 나뉜다. 첫째는 주식시장 충격이다. 돈을 빌려 주식을 산 투자자는 이자 부담이 커지면 더 이상 주식을 사기 어렵다. 비용이 더 오르면 보유 주식 일부를 팔아 빚을 줄여야 한다. 특히 AI와 반도체처럼 투자자 쏠림이 큰 업종에서는 작은 충격도 매도를 키울 수 있다.
둘째는 국채시장으로 번질 위험이다. 은행과 증권사는 주식 투자자뿐 아니라 미 국채를 보유한 투자자에게도 단기 자금을 빌려준다. 주식 쪽에 돈을 더 많이 배정하면 국채 거래에 쓸 여력은 줄어든다. 이 경우 국채를 담보로 돈을 빌리는 비용이 오르고, 국채 투자자도 보유 물량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아직 위기가 현실화된 것은 아니다. 블룸버그는 최근 머니마켓펀드로 현금이 많이 유입되면서 단기자금시장의 압박을 일부 완화했다고 전했다. 또 6월 말이 지나고 대형 주식 발행이 마무리되면 주식시장 조달 압박도 다소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전략가들은 조달비용이 5월 수준으로 완전히 돌아가기는 어렵다고 봤다.
결국 이번 경고는 “주가가 오르면 곧바로 국채가 팔린다”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더 정확히는 주식 상승세가 빚에 너무 많이 기대고 있다는 경고다. 블룸버그 오피니언의 맷 레빈 칼럼니스트는 금융시장이 원래의 주식과 채권을 다시 포장해 더 많은 빚과 더 위험한 투기열을 만들어내는 데 능하다고 설명했다.
AI 투자로 인한 주가 상승세의 다음 시험대는 기업 실적만이 아닐 수 있다. 주가가 얼마나 더 오르느냐보다, 그 상승세가 얼마나 많은 빚에 기대고 있는지, 그리고 금융회사들이 그 돈을 계속 빌려줄 수 있는지가 시장의 새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