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법원 ‘출생시민권’ 현행대로 인정

2026-07-01 13:00:33 게재

트럼프 이민정책 제동

상호관세 이어 또 타격

6월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출생시민권(birthright citizenship) 지지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연방대법원이 기각한 뒤 이를 축하하고 있다. EPA = 연합뉴스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출생시민권’(Birthright Citizenship)을 제한하려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제동이 걸렸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30일(현지시간) 6대 3 의견으로 출생시민권에 대한 폭넓은 해석을 유지했다. A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시민권과 관련한 ‘속지주의’를 지지한 이번 판결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반 이민정책 기조의 동력이 일부 손상되게 됐다. 지난 2월 상호관세 위법 판단에 이어 또 한 번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타격을 받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다수 의견을 대표해 작성한 판결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수정헌법 14조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시민권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권리를 갖기 위한 권리’, 즉 우리 정치 공동체에 자유롭게 참여할 권리”라면서 “수정헌법 14조를 제정한 선조들은 그 약속을 ‘이 땅에서 태어난 모든 사람’에게까지 확대했다. 우리는 오늘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은 반대 의견서에서 수정헌법 14조는 “해방된 흑인들의 평등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며 “대법원이 수정헌법 14조의 슬픈 역사에 또 한 페이지를 더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판결문은 194페이지에 달해 미국 사회의 높은 관심과 사안의 중대성을 보여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20일 취임 첫날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에 불법 또는 임시 체류하는 외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에 대해 출생시민권을 인정하지 않도록 했다. 대상에는 불법 입국자 자녀뿐 아니라 학생비자, 취업비자, 관광비자 등 합법적이지만 일시적 체류 자격을 가진 부모의 자녀도 포함됐다.

이에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이끄는 22개 주와 워싱턴DC는 해당 행정명령이 수정헌법 14조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 법원은 잇따라 위헌 판단을 내리고 행정명령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남북전쟁 직후인 1868년 채택된 수정헌법 14조는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귀화한 사람은 모두 미국 시민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부모의 체류 자격과 무관하게 미국 영토 내에서 출생한 자녀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속지주의를 유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출생시민권 제도의 본래 취지가 남북전쟁 이후 흑인 노예와 그 후손의 시민권 보장을 위한 것이지 불법 체류자나 원정출산 목적 외국인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을 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판결이 나온 뒤 트루스소셜에 “대법원이 출생시민권 제도를 유지하기로 했는데 이는 우리나라에 큰 불행”이라며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이어 “하지만 지금 이 과정을 통해 밝혀진 것처럼 대통령의 지지를 바탕으로 우리는 이를 쉽게 만회할 수 있다”며 “길고 거추장스러운 헌법 수정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해 또 다른 논란을 예고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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