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이어지는 유럽 폭염에 에어컨주 급등

2026-07-01 13:00:33 게재

낮은 보급률에 수요 급증

AI ‘발열’냉각이 새 동력

유럽을 덮친 이른 폭염이 주식시장의 새 투자 테마를 만들고 있다. 파리 기온이 40도를 넘고 영국과 중·동유럽 곳곳에 폭염 경보가 내려지면서 냉방 수요가 급증하자 에어컨과 냉난방공조(HVAC) 관련주가 일제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30일(현지시각) 미국과 일본 증시에서는 주거용 에어컨 업체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냉각 설비를 공급하는 산업용 공조 업체까지 폭염 수혜주로 묶이며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상장사 캐리어글로벌(CARR)은 올해 들어 시가총액이 3분의 1가량 늘어 약 620억달러에 이르렀다. 29일 뉴욕증시에서 캐리어글로벌은 73.4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4월 상장한 매디슨에어솔루션스(MAIR)도 공모가 27달러에서 37.16달러까지 올라 공모가 대비 37.6% 상승했다. 세계 최대 공조업체인 일본 다이킨공업(6367.T)은 29일 도쿄증시에서 2만4460엔으로 마감해 올해 상승률이 20%를 웃돌았다.

상승 배경은 단기 폭염만이 아니다. 유럽은 미국보다 에어컨 보급률이 낮아 구조적 성장 여지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FT는 다이킨의 유럽 에어컨·냉장 부문 매출이 3월 말 기준 회계연도에 약 10% 증가해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성장했다고 전했다. 미즈호의 브렛 린지 애널리스트는 기후변화, 에너지 효율 규제 강화, 신흥국 도시화가 글로벌 공조 시장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상업용 공조주는 인공지능(AI) 투자 열풍과 맞물려 더 강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서버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 설비가 필수적이다. 컴포트시스템스USA(FIX)는 데이터센터 시공 수혜주로 부각되며 29일 1948.69달러에 마감했고, 올해 주가가 두 배 이상 오른 것으로 평가된다. 상업용 공조·액체냉각 업체 AAON(AAON)도 125.71달러로, 올해 70% 안팎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존슨컨트롤스(JCI)는 주거용·소형 상업용 공조 부문을 매각한 뒤 AI 데이터센터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며 140.47달러까지 올랐다.

다만 주가가 이미 빠르게 오른 만큼 밸류에이션 부담은 커졌다. 컴포트시스템스USA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56배, AAON은 87배 수준이다. 캐리어글로벌도 PER이 48배에 달해 단순 폭염 수혜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가격대에 진입했다. UBS의 아밋 메흐로트라는 가정용 냉방 장비 가격이 1만~2만달러에 이를 수 있어 소비자 부담이 수요 확산의 제약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시장은 유럽의 낮은 냉방 보급률과 반복되는 폭염을 구조적 수요 변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폭염이 일시적 날씨 변수가 아니라 건물 설비 교체와 에너지 효율 투자를 앞당기는 요인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에어컨주는 더 이상 여름철 계절주에 그치지 않는다. 기후 적응, 전력 효율,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만나는 산업재 테마로 재평가되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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