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참교육’이 포착한 학교의 절규, 이제 사회가 답할 차례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드라마 ‘참교육’이 우리 사회의 아픈 곳을 정조준하며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학교를 대립의 공간으로 박제하고 학생과 학부모를 ‘잠재적 괴물’로 취급하는 듯한 시선은 불편하면서도 극 중 ‘교권보호국’이 보여주는 통쾌한 응징에 씁쓸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수십 년 전 필자가 고등학교 교사로 첫 발령을 받았을 때, ‘폐품 수집’과 ‘수업계’를 담당했다. 중장년층이라면 신문지와 빈 병을 들고 등교하던 시절을 기억할 것이다. 창고에서 전교생의 폐품을 정리하는 일은 고되었고, 수업계를 맡아 전교의 시간표를 수기로 짜고, 매일 상황에 따라 시간표를 변경하느라 분주했다. 주 25시간에 이르는 과중한 수업으로 고단한 나날이었지만 교권 침해도 날 선 민원도 거의 없이 사제 간의 정이 흐르던 행복한 시절이었다.
그사이 학교에는 천지개벽과 같은 변화가 있었다. 학생과 학부모의 권리가 강화된 것은 의미있는 진전이지만 때로는 학교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방향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제지하면 아동학대 신고로 이어지고, 악성민원에 학교 전체가 흔들리며, 정당한 생활지도를 한 교사가 피해자인 동시에 피신고자가 되어 법적 공방에 내몰리는게 현실이다.
교육활동 보호국이 필요한 이유
돌이켜보면 위기 때마다 제도적 대응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20년 학폭 업무가 교육지원청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로 이관되면서 교사와 학교의 부담이 다소 줄었다.
2023년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보호 5법’이 제정되어 민원 창구를 학교 내 민원대응팀으로 일원화하고, 수업 방해 학생을 분리할 권리를 교사에게 부여했다. 그럼에도 학교폭력과 악성민원이 증가일로인 것은 현행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참교육’이 포착한 학교의 절규에 사회가 응답해야 할 때다. 우선 드라마 속 ‘교권보호국’처럼 국가책임형 컨트롤타워의 구축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교권뿐 아니라 학생 인권, 교사의 교육권과 학생의 학습권까지 아우른다는 의미에서 ‘교육활동보호국’이 더 적절할 것이다.
아울러 교육부-시·도교육청-교육지원청으로 이어지는 교육자치의 틀 안에서 역할의 층위를 나눌 필요가 있다. 교육부의 ‘교육활동보호국’은 법령과 지침의 제정, 관계 부처간 협력, 매뉴얼 표준화 등 교육활동 보호의 기반을 마련한다.
시·도교육청에는 현행 ‘교원지위법’상 권고조항에 그친 ‘교육활동보호센터’의 설치를 의무화하여 악성민원에 대한 초동 대응부터 법률 지원, 피해 교사와 학생의 회복·치유까지 원스톱으로 통합 관리하게 한다.
그리고 교육지원청에는 ‘현장지원팀’을 두면서 분절된 체계를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전방위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최근 교육부가 교권보호 전담 조직 설치를 검토하고, 일부 교육청이 선제적으로 나선 것은 고무적이다.
국가책임형 교육활동 보호체계 구축해야
핵심은 책임 구조의 전환에 있다. 교사가 악성민원과 고소·고발, 소송 과정을 독박 감당해야 하는 개인 책임 구조를 교육청과 교육부가 함께 하는 기관 책임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학교와 교실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길러내는 공적 공간이다. 교사의 외로운 어깨를 국가와 사회가 든든하게 감싸 안을 때 비로서 학교와 교실은 회복의 길로 들어설 것이다.
한국교원대학교 초빙교수전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