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인프라 역설…나무 심는다고 도심 열기가 항상 식지 않는다

2026-07-06 13:00:04 게재

‘기후영향인자’ 고려한 맞춤 전략 필요 … 지역·부문별 상황에 따른 기후적응전략 중요도 커져

뜨거워지는 바다가 몰고 올 습윤열 위험이 커지면서 그린인프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다. 식물 증발산 작용이 주변 온도를 낮춰줄 수 있으므로 ‘그린인프라 확대=폭염 대응’이라는 통념이 굳혀진지도 오래다. 하지만 최근엔 그린인프라도 잘 설계하지 않으면 오히려 기온을 높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일한 기후 현상이라도 지역에 따라 실제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지역별 상황에 맞춰 제대로 된 맞춤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폭염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후영향인자를 고려한 맞춤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사진은 인공지능으로 만든 이미지.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3일 최영은 건국대 교수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 기후위기 대응체계 강화 전략 토론회’에서 “우리나라는 면적에 비해 지형이 복잡해 국지적 영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효율적인 기후위기 적응대책을 위해서는 지역별·부문별 맞춤형 기후영향인자와 임계값 선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기후영향인자는 사회경제시스템이나 자연생태계에 유의미한 변화를 일으키는 기후 요인을 뜻한다. 이 개념은 2021년 IPCC 6차 평가보고서(AR6) 실무그룹1(WGI) 보고서에서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폭염·한파 △가뭄·홍수 △바람 △눈·얼음 △해안 △해양 등 7개 범주에 걸쳐 전 세계 지역별로 33종의 기후영향인자를 새롭게 분류하고, 지역별 변화 양상을 전망했다. 동일한 지구온난화 현상이라도 동네나 업종 등에 따라 실제로 어떤 위험이 닥칠지는 다르므로 ‘산업혁명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 몇 ℃ 상승’ 식의 큰 그림은 물론 각 지역·분야에 맞춘 구체적인 위험 신호와 대응 기준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린인프라 역시 이러한 관점이 중요해지는 시기다. 실제로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의 논문 ‘전 지구 도시 식생의 이중적 열 효과: 건조도가 높아질수록 냉각에서 승온으로’에 따르면, 그린인프라 확대가 폭염으로 달궈진 도시를 항상 식히는 건 아니었다. 도시열섬을 완화하는 대표적 해법으로 꼽혀온 그린인프라가 특정 조건에서는 오히려 기온을 끌어올린다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같은 ‘녹화’라는 처방이 어떤 도시에서는 약이 되고 어떤 도시에서는 독이 되는 셈이다. 획일적인 녹화 정책으로는 이 엇갈린 신호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저우위위 홍콩대 교수팀이 이끈 국제 공동연구팀은 105개국 761개 메가시티(면적 100㎢ 이상)를 대상으로 △고해상도 위성 지표온도 △근지표 기온 △토지피복 자료를 결합해 분석했다. 머신러닝 모델을 도시·월별로 개별 구축해 100% 식생으로 덮인 표면과 100% 건물·포장면으로 덮인 표면 간의 이론적 온도차를 추정했다. 연구팀은 이렇게 계산한 온도차를 △순복사 △인위적 열배출 △공기역학적 저항 △지표저항(증발산 관련) △열저장 등 5가지 물리적 요인으로 다시 분해해 어떤 요인이 냉각과 승온을 가르는지도 함께 분석했다.

그 결과, 전 지구적으로 △가로수는 98% △잔디밭은 78%의 도시에서 냉각 효과를 보였다. 하지만 건조 지역에서는 달랐다. 연강수량 1000mm 미만인 건조 도시의 최대 22%에서는 초지·경작지가, 2%에서는 가로수조차 오히려 기온을 높이는 순승온 효과를 가져왔다. 식생의 낮은 알베도(반사율)로 인한 태양복사 흡수 증가와 낮은 열저장 능력이 물 부족으로 제한된 증발산 냉각 효과를 앞질렀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냉각이 가장 절실한 극한 폭염 시기에 이 효과가 더 무너진다는 점이다. 극한 폭염 기간에는 가로수도 25%의 도시에서, 초지와 경작지는 각각 71%, 82%의 도시에서 냉각에 실패했다. 고온건조 환경에서 커지는 수증기압차가 식물의 증발산과 기공전도 자체를 억제하기 때문이다. 정작 폭염이 심할수록 나무나 풀도 열을 식히지 못하는 역설이 벌어지는 셈이다.

논문에서는 같은 건조 기후대 안에서도 도시별로 냉각과 승온 결과가 갈렸는데, 이는 기후 조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으며 관개(인공적으로 물을 대주는 것) 등 인간의 식생 관리 수준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국가 경제발전 수준을 관리 역량의 대리지표로 활용한 분석에서, 선진국 도시일수록 냉각 효과가 꾸준히 나타난 반면 개발도상국 도시에서는 승온 효과가 나타나는 경향이 확인됐다.

물론 대한민국은 여름철 강수량이 많아 건조 도시 범주에 대부분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이상 가뭄이 반복되는 등 강수 유형 변동성이 커지는 만큼, 우리 실정에 맞는 맞춤형 점검에 대한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 논문에서는 그린인프라를 획일적으로 늘리기보다 지역 기후에 맞는 수종·초종을 선별하는 ‘기후적응형 녹화’ 전략과 관개, 필요시 밝은색 지붕 같은 대체 열완화 수단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친환경이니 좋을 것’이라는 오류에 빠지지 말고 지역별 효과를 먼저 검증하는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알기 쉬운 용어설명

■습윤열 = 기온뿐 아니라 습도까지 높아 땀 증발을 통한 체열 방출이 어려워지는, 실제 체감·건강 위험도가 더 큰 형태의 더위다.

■그린인프라 = 가로수·공원·옥상녹화 등 식생을 활용해 도시열섬 완화 등을 하도록 조성한 녹지 기반 시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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