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운명의 날’…현역의원 무더기 중징계 가능성
윤리위, 오늘 첫 회의 … 의원 수십 명 징계 심의 착수
해당행위·당원 주권 침탈·공천 비위 등 세 가지 혐의
복귀한 장동혁 “특검은 야당 추천, 수사 범위 무제한”
국민의힘이 ‘운명의 날’을 맞았다. 윤리위가 비당권파 의원 수십 명에 대한 징계 심의에 착수했다. 당권파와 비당권파 사이에는 장동혁 대표 가족상 문상 논란까지 겹치면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모습이다. 징계 심의의 후폭풍이 거셀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6일 국민의힘 윤리위는 그동안 접수된 징계요구안 심의에 착수했다. 장 대표가 지난 3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힘을 모을 때”라며 선거가 끝날 때까지 징계 심의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하는 바람에 윤리위는 지금껏 ‘개점휴업’ 상태였다. 그동안 윤리위에는 △6.3 재보궐선거 당시 한동훈 무소속 후보를 도운 의원들 △장 대표를 겨냥해 대표직 사퇴를 압박한 의원들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비위혐의가 제기된 의원들에 대한 징계요구안이 쌓여왔다.
당권파는 친한계(한동훈) 의원들이 당이 공천한 박민식 후보 대신 무소속인 한 후보를 도운 건 “명백한 해당행위”라는 시각이다. 한 후보 지원의 내용을 판별한 뒤 징계 여부와 수위를 정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장 대표가 “기강 확립”을 강조한 만큼 해당행위를 저지른 의원들에 대해선 당원권정지 이상의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으로 읽힌다.
장 대표에게 대표직 사퇴를 반복적으로 압박한 의원들도 징계 심의를 받는다. 당 일각에서는 “대표를 비판했다고 징계하는 게 말이 되냐”는 반발이 나온다. 당권파에서는 “대표를 비판한 건 징계 사유가 안 된다. 다만 당원이 선출한 대표에게 임기를 중단하고 나가라는 건 당원 주권에 대한 침탈이다. 이건 징계 대상”이라는 인식을 내비친다. 장 대표를 정치적으로 비판한 게 문제가 아니라 당원이 선출한 장 대표에게 중도사퇴하라고 압박한 게 징계 사유라는 지적이다. 소장파 모임인 ‘대안과 미래’ 소속 의원들이 징계 심의 대상이다.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비위혐의가 제기된 의원들도 심의 대상이다. 일부 영남권 의원은 공천을 대가로 지방의원들로부터 후원금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당권파 인사는 “사실상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공천권을 쥔 의원들이 온갖 상납을 받았다는 내용의 징계요구안이 많이 들어왔다”고 전했다.
윤리위가 이날 징계 심의에 착수하면서 당권파와 비당권파 사이에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지난 주말에는 장 대표 가족상 문상 논란을 놓고 양측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관측이다. 한동훈 의원이 지난 2일 밤늦게 장 대표 가족상 빈소를 찾은 걸 놓고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높은 수위의 감정싸움을 벌인 것.
당권파로 분류되는 주현철 외신대변인은 한 의원의 문상을 겨냥해 “자신의 ‘관용적인 정치인’ 이미지를 포장하기 위한 언론플레이 도구로 전락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한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당권파를 향해 “참으로 저질스럽다. 지난번엔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의원 모욕하더니 이번엔 한동훈 의원에게 왜 문상 왔냐고 비판한다. 이 분들 제정신이냐”고 반박했다. 같은 당 소속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적대적인 감정이 엿보이는 언사가 오고간 것이다.
당내에선 윤리위 징계 심의를 놓고 신중론도 제기된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6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징계는 절차 개시부터 수위 등 모든 부분에서 다수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 이번에 진행되는 징계 절차를 포함해 적절한 징계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도 다수의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6일 당무에 복귀한 장 대표는 최고위원회에서 선관위 특검과 관련 “참정권 회복을 위한 특검에 대해 민주당이 침대특검 작전을 들고 나왔다”며 “1분 1초가 급하다. 침대특검으로 버틴다면 결국 정권 몰락 속도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말로만 특검한다고 이야기하고 드러누워서 시간만 끌다 결국은 특검을 무산시키겠다는 작전”이라고 덧붙였다. 장 대표는 “(민주당은) 제3자 추천 특검이 현실적이고 공정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민주당이 밀어붙인 특검들은 비현실적이며 불공정했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거냐”며 “수사 범위도 이번 사태 선관위 내부로 제한했다. 이야 말로 진상규명을 거부하겠다는 무책임한 몽니”라고 지적했다. 장 대표는 “국민이 바라는 특검은 야당 추천, 수사 범위 무제한”이라며 “그래야 국민이 수사 결과를 믿을 수 있다. 민주당이 했던 특검대로만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