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지도자의 메시지는 명확해야 한다
최근 만난 서울 모 대학 경제학과 교수가 진보와 보수진영의 ‘같은 말, 다른 생각’에 대해 토로했다. 그는 “진보진영이나 보수진영 모두 ‘연금 구조개혁’엔 찬성하는데 ‘구조개혁’의 의미는 서로 너무 달랐다”며 “말만 들으면 금세 합의점을 찾을 것 같지만 실제 얘기해 보면 생각의 거리가 너무 멀었다”고 말했다.
6.3 지방선거 이후 ‘왜 2030은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가’ 토론회에서도 민주당의 ‘같은 단어, 다른 해석’이 지목됐다. 윤희웅 오피니언스 대표는 청년세대의 민주당 지지 철회 이유로 “청년은 공정을 기회의 평등 등 절차적 공정으로 이해하지만 민주당은 결과적 평등, 약자 배려 등 공동체적 재분배로 접근한다”며 “같은 단어지만 완전히 다른 의미로 서로 해석한다”고 분석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도 비슷하다. ‘같은 말’을 하면서 ‘다른 생각’에 빠져 있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집권 2년 차에 들어서면서 민주당에 보낸 신호는 ‘포용’이었다. 그는 취임 1년 기자회견에서 “여당은 그릇이 돼야 한다”며 “성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전에는 막 욕하던 사람일 수도 있고 색깔이 다른 사람일 수도 있고 생각이 다른 사람일 수도 있는데 최대한 많이 모아 통합, 포용을 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임기 초반부터 스스로 규정한 ‘통합과 포용’ 전략을 직접 시현하기도 했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 허은아 청와대 국민통합비서관에 김성식 국민경제자문회의 부회장,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인요한 대한적십자사 회장 등 보수진영 인사를 대거 영입하면서 ‘통합과 포용’의 시범을 보였다. 최근에는 야당 중진의원들과 골프 회동을 제안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민주당이 단독으로 원 구성, 국무총리 인준까지 마친 후 가진 여당 원내대표단과의 만찬회동에서 이 대통령은 ‘포용’이란 단어를 꺼내지도 않았다. 오히려 “국정과제 관련 입법안 처리에 더욱 속도를 내 줄 것”을 당부하며 당을 채찍질했다.
정청래 지도부에 대해서는 6.3 지방선거의 책임을 묻는 발언을 내놓았고, 이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계파갈등을 부추긴 불쏘시개가 됐다. 당원들끼리 멸칭(蔑稱)을 주고받는 계파갈등에 일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이 말하는 ‘포용과 통합’은당 내부와 야당 지도부는 빠진 ‘선택적 포용’이 아닌가 비춰질 정도다.
속도전과 포용·통합은 같이 가기 어려운 목표다. ‘포용’과 ‘속도’는 제로섬이다. 한 쪽을 밀어붙이려면 다른 쪽을 포기해야 한다. “입 다물고 빨리 먹어”라거나 “문 닫고 들어가”라는 말처럼 헷갈리게 만드는 ‘이중메시지’는 혼란만 부추길 뿐이다. 대통령과 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당내 갈등이 커질수록 지도자의 메시지는 명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