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담합·갑질’ 4대 정유회사 재판행

2026-07-06 13:00:37 게재

현대오일뱅크·SK에너지 등 26조 담합 확인

자영주유소에 전량구매 강요·증거인멸 적발

국제 정세 불안에 따른 유가 급등을 틈타 석유 가격을 담합하고 자영주유소들에 불공정 거래를 강요한 혐의를 받는 국내 정유사와 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정거래조사부(나희석 부장검사)는 6일 “국내 정유시장을 과점하는 4대 정유회사들의 유가 교란 사건을 수사해 HD현대오일뱅크,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4개 법인과 HD현대오일뱅크 가격결정부서장 A씨, 책임매니저 B씨, 법무실장 C씨, GS칼텍스 국내영업부문장 D씨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A씨는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3월 미국과 이란 전쟁이 발발하자 SK에너지 가격결정부서 부서장과 가격을 대폭 올리기로 합의하고 가격 인상 시기와 규모를 담합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와 B씨는 전쟁 이전부터도 SK에너지 임직원들과 가격정책을 결정하기 위해 상호 정보를 교환하기로 하고 가격 정보를 주고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가 이같이 일시에 가격을 올리자 GS칼텍스와 에쓰오일도 이에 편승해 기름값을 인상하면서 단기간에 유가 폭등이 촉발됐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다.

검찰이 파악한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직접 담합 규모는 14조2000억원,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의 병행행위에 따른 파급효과까지 고려하면 약 26조원에 달한다.

다만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의 행위는 경쟁질서를 교란하는 의식적 병행행위에 해당하나 공정거래법상 형사처벌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아 기소 범위에서 제외됐다.

검찰은 또 4대 정유사들이 자영주유소들과 전량구매계약을 체결하고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자신들이 결정·통보한 가격으로 해당 정유사로부터만 석유를 구입하도록 한 사실을 적발하고 4개 정유사를 기소했다. 4대 정유사는 전량구매계약을 위반하는 경우 거액의 손해배상청구 등 각종 불이익을 주는 방법으로 불합리한 계약구조를 유지·강화시켜온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와 함께 HD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 등에서 공정위 현장조사 정보를 미리 파악하고 조직적으로 관련 증거를 인멸한 사실을 확인하고 C씨와 D씨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담합행위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유가를 교란시킨 피고인들에게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각종 공정거래사범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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