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시장이 놓치고 있는 연준의 경고
미국 금융시장이 다시 한번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6월 22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보고서는 월가의 기존 기대를 정면으로 뒤집었다. 올해 말까지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세차례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9월, 10월, 12월 각각 0.25%p씩 금리를 올려 현재 3.50~3.75%를 연말에 4.25~4.50%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2028년까지 금리인하가 없다는 것이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BoA는 연내 금리동결을 예상했다. 그러나 새 연준 체제 출범 이후 인플레이션과 경기 흐름을 재평가하면서 전망을 급격히 수정했다. 연준의 통화정책의 방향 자체가 달라졌다는 판단이다.
미 기준금리 올해 말까지 세차례 인상 가능성
시장에서는 6월 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대체로 ‘무난한 동결’로 받아들였다. 기준금리는 예상대로 3.50~3.75%에서 유지됐다. 하지만 정책 결정의 본질은 금리 수준보다 연준이 시장에 전달한 메시지에 있었다.
케빈 워시 새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 내내 “물가안정(price stability)”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며 “우리 의지는 강력하고 만장일치이며 모호함이 없다”고 밝혔다. 겉으로는 금리동결이었지만 시장과의 소통 방식은 분명한 매파적 전환이었다. 중요한 것은 당장 금리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기대를 바꾸려는 신호를 보냈다는 점이다.
BoA가 전망을 수정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미 경제분석국(BEA) 통계에 따르면 핵심 개인소비지출(Core PCE) 물가는 5월 3.4%까지 상승했고, 상승률은 1년 전 2.7%보다 약 0.7%p 높아졌다. 강한 소비를 반영해 2분기 미국 GDP 성장률 전망도 연율 3.0%(애틀랜타 연방은행 6월 17일 기준)로 상향 조정되기도 했다.
반면 시장은 신중하다. 현재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연내 약 30bp의 추가 긴축만 반영하고 있다. 사실상 금리인상 한차례는 인정하지만, 두번째는 불확실하고 세번째는 거의 가격에 반영하지 않았다. 시장과 BoA 사이에 상당한 인식 차이가 존재한다.
지난 수년간 미국 증시의 가장 강력한 버팀목은 연준이 필요하면 언제든 금리를 내려 시장을 지원할 것이라는 기대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 전제가 흔들리고 있다. 설령 BoA의 세차례 금리인상 전망이 현실화되지 않더라도 최소한 연준이 쉽게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는 상당 부분 약해졌다.
이 변화는 성장주와 기술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금리가 3.5%에서 4.5%로 상승하면 할인율이 높아지고, 미래 이익의 현재가치는 그만큼 낮아진다. 특히 인공지능기업처럼 장기 성장성을 기반으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기업일수록 충격은 더욱 크다.
실제로 나스닥은 이미 FOMC 전부터 민감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6월 5일 하루 4.18% 급락하며 2025년 4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나스닥은 연초 대비 약 10% 상승한 상태다. 상당 부분이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를 반영한 결과였던 만큼 통화정책 기대가 바뀐다면 적정 주가 판단의 추가적인 조정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다만 BoA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한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미국 소비가 계속 견조해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적지 않은 불안요인이 존재한다. 5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9% 증가했지만 증가폭의 상당 부분은 주유소 매출 증가(3.4%)에서 나왔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유가가 상승하면서 소비자들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실질 구매력이 개선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더 우려되는 것은 가계의 기초체력이다. 4월 기준 실질 가처분소득은 1년 전보다 감소했고, 개인저축률도 지난해 4월 4.9%에서 올해 4월 2.6%로 떨어졌다. 소비는 유지됐지만 저축을 줄여 버티는 모습이다. 여기에 2026년 1분기 신용카드 잔액은 1조2520억달러까지 증가했고, 90일 이상 연체율은 13.1%로 15년 만에 최고치다.
사라진 ‘금리인하 안전망’과 커지는 투자 위험
미국 GDP의 약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흔들린다면 연준도 공격적인 긴축을 이어가기 어렵다. 반대로 소비가 예상보다 견조하게 유지된다면 금리인상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 대가로 기업과 가계의 금융 부담은 한층 커질 것이다.
시장이 직면한 변화의 핵심은 금리인상 횟수가 아니다. 오랫동안 강세장을 지탱해 온 ‘연준이 결국 시장을 구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BoA의 전망이 다소 공격적일 수는 있다. 그러나 저금리 정책이 언제든 금융시장을 떠받쳐 줄 것이라는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는 신호만큼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박진범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