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고 사과 받아들인 광주일고의 ‘품격’
협회에 출전정지 재고 요청
총동창회 “주홍글씨 안돼”
배재고 야구부원들의 사과를 받아들인 광주일고 측이 7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 이들의 선처를 요청해 1929년 일어난 광주학생독립운동 발상지이자 1980년 5.18민주화운동의 역사를 담은 학교의 ‘품격’을 보여줬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은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광주일고 더그아웃을 향해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 데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5.18민주화운동을 조롱했다는 이유로 6개월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다.
홍경표 광주제일고 총동창회장은 이날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역사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의 목표는 어린 학생들에 대한 단죄가 아니라 올바른 교육과 정의의 회복”이라며 “잘못을 뉘우치고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 학생들의 가슴에 주홍글씨를 새기는 일은 바라는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이어 “우리는 이번의 뼈아픈 실수가 배재고 학생들에게 훌륭한 나침반으로 승화되기를 바란다”며 “이를 참교육의 계기로 삼아 어른들이 무책임하게 생산하고 부추긴 혐오 문화를 훗날 이 학생들이 앞장서서 뿌리 뽑아 주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홍 회장은 “이 비극적 사건에 억지스러운 정치적 의미를 덧씌우고 편을 가르고 대중의 분노를 자극해 사회를 혼란시키는 시도들을 경계해야 한다”며 이번 사태를 방조한 지도자와 학교, 교육청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법정 국가기념일 조롱 행위에 대한 처벌 명문화, 학내 만연한 혐오문화 근절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날 “고개 들어요. 어깨 펴세요”라며 배재고 학생들을 다독인 이규연 광주일고 교장도 “용서와 화해의 모습을 고려해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이 경기장 내에서 새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행정적 역량과 지혜를 모아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같은 광주일고측의 모습에 호평이 이어졌다. 6일 배재고 야구부의 5.18 민주묘지 참배에 동행한 배재고 총동창회장인 배우 임 호씨는 “사과를 받아준 광주일고 학생들의 모습이 너무 대견스럽고 고마웠다”며 “화해의 손길을 뻗어주신 광주일고에 정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한 누리꾼은 페이스북에 “세상을 진흙탕으로 만드는 어른들의 싸움에서 어른의 품격을 보여주는 사람이 있다”며 “‘배재고 학생들 고개 들고 어깨 펴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진짜 어른”이라고 적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배재고 야구부가 6개월 출전정지 징계에 대한 재심 신청을 논의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배재고 야구부의 재심 신청 마감일은 8일이다.
홍범택 기자 durumi@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