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소 잃고라도 외양간 고쳐야

2026-07-08 13:00:07 게재

축구 대표팀의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한국 축구 쇄신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13년간 한국 축구 수장직을 맡았던 정몽규 회장이 물러났고 정부와 축구계는 ‘K-축구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켜 한국 축구 새판짜기에 나섰다.

가장 먼저 도마에 오른 것은 ‘축구협회장 선거제도’다. 현행 축구협회 정관상 차기 회장 선거는 60일 이내에 선거인단 192명의 투표로 치러지는데 이대로라면 기득권 세력의 영향력이 그대로 유지될 수밖에 없다. 축구인과 팬들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선거제도부터 고쳐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 축구만 그런 게 아니다. 지난달 3일 치러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선 선거제도뿐 아니라 선거관리의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중대선거구제가 일부 확대됐지만 거대 양당의 독점은 강화됐고 무투표 당선인은 513명으로 4년 전 490명보다 늘었다.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에 종속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방효창 경실련 정책위원장은 “정당 공천과정에서 부적격 후보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국회의원 재보선 14곳 동시 실시로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에 종속됐다”고 지적했다.

교육감 선거에선 108만표가 넘는 무효표가 나왔다. 전체 교육감 당선인 16명 중 7명이 20~30%대의 낮은 득표율로 당선돼 ‘깜깜이 선거’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교육계를 중심으로 선거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유권자의 참정권을 침해한 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였다. 선거를 공정하고 안정적으로 관리·집행해야 할 선거관리위원회가 관료적 안이함과 타성에 빠져 있었다는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여진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선거관리 부실은 선거 결과의 정당성을 흔들고 불필요한 사회적 불신과 소모적인 정쟁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선거관리 시스템의 근본적인 쇄신이 필요하다. 선거는 끝났지만 문제가 선명하게 드러난 지금이 선거제도와 선거관리 개혁의 골든타임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는데 지금은 ‘소 잃고라도 외양간을 고쳐야’ 할 때다.

그런 점에서 지난 1일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공직선거법 일부개정안 발의는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이 개정안은 기초의회 선거구획정위를 광역지자체가 아닌 시·도 선관위에 설치하는 한편 시·도의회가 선거구획정안을 수정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대구·경북에서 벌어진 기초의회 선거구 ‘쪼개기’ 관행에 제동을 걸기 위한 입법이다.

이를 필두로 중대선거구·비례대표 확대, 지역정당 설립 등 개혁 입법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한국 축구도, 한국의 지방정치도 새 판을 짜야 한다.

곽태영 자치행정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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