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후 바이오연료 ‘몸값’ 뛴다
브라질 인도네시아 증산 경쟁 … 식량안보·산림훼손 우려도 여전
세계 각국이 중동전쟁 이후 에너지안보 확보 수단으로 바이오연료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브라질과 인도네시아 등 주요 생산국이 혼합비율 상향과 증산에 나선 가운데 식량안보와 환경훼손을 둘러싼 우려도 함께 커지는 모습이다.
◆농업국 중심으로 바이오연료 정책 확대 = 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동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된 이후 각국 정부는 바이오연료 확대 조치를 서둘러 내놓고 있다.
세계 2위 에탄올 생산국인 브라질은 휘발유내 에탄올 혼합 상한을 기존 30%에서 32%로 높이기로 했다. 중동전쟁으로 자국내 휘발유 가격이 오르는 것을 억제하고, 총선을 앞두고 물가부담을 낮추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세계 최대 팜유 생산국 인도네시아는 경유에 바이오연료 50%를 섞는 ‘B50’ 정책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다만 노후 농장의 재식재 지연과 엘니뇨 여파로 팜유 증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 경유 가격이 하락할 경우 정부가 보조금 부담을 더 늘려야 한다는 점도 부담으로 꼽힌다. 말레이시아 역시 팜유 기반 연료의 경유 혼합 비율을 현재의 두 배 수준인 2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세계 에탄올 사용량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휘발유에 에탄올 10%를 혼합(E10)해 판매한다. 하지만 중동전쟁이 고농도 에탄올 휘발유(E15)의 연중 판매 허용을 요구하는 명분으로 활용되고 있다. 에탄올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만큼 판매 확대가 소비자 부담 완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바이오연료는 옥수수 사탕수수 대두 팜유 등 농작물을 원료로 만들어지는 연료로, 휘발유·경유에 혼합해 사용된다. 대표적으로 발효·증류 공정을 거쳐 생산되는 에탄올과, 식물성 기름을 알코올과 반응시켜 만드는 바이오디젤이 있다. 최근에는 품질을 개선한 재생디젤(HVO)과, 항공유 시장을 겨냥한 지속가능항공유(SAF) 시장도 커지고 있다.
농업 비중이 큰 나라들을 중심으로 바이오연료는 자국 농가 소득을 늘리고 연료 수입 부담을 줄이는 정책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세계 농경지 가운데 바이오연료 생산에 쓰이는 비중은 20년 전 1%에서 현재 6~8%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바이오연료가 에너지 위기의 완전한 해법은 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에탄올은 휘발유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아 동일한 연료량으로 갈 수 있는 거리가 짧아질 수 있고, 구형 차량 상당수는 고농도 혼합유를 사용하기 어렵다.
◆에너지안보와 환경 사이에서 균형점 찾기 고민 = 실례로 인도는 2025년 휘발유 내 에탄올 혼합률 20% 목표를 계획보다 5년 앞당겨 달성했다. 이어 에탄올 85% 혼합 연료 보급에서 나섰지만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연비 저하와 엔진 부식 우려에 따른 반발이 거세다. 소비자들은 주유소에서 순수 휘발유부터 20% 혼합유까지 원하는 제품을 직접 고를 수 있게 해달라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인도는 세계 최대 식용유 수입국이기도 하다. 그런데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 주요 생산국이 팜유 생산량 중 더 많은 몫을 자국 바이오연료용으로 돌리면서 국제 공급이 빠듯해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토지이용 변화를 둘러싼 논란도 계속된다. 농업 확대로 인한 산림훼손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온 브라질은 다모작(1년 여러 작물 재배) 시스템을 통해 기존 농경지만으로도 충분한 생산이 가능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EU는 팜유 기반 바이오디젤을 간접적 토지이용변화 위험이 높은 연료로 분류하고,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퇴출하기로 했다. 이 밖에 바이오연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질·대기 오염, 과도한 물 사용에 따른 생태계 부담도 제기되는 문제다.
블룸버그는 “바이오연료는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원유 가격 급등에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이지만 식량안보와 환경보전이라는 또 다른 과제와 균형을 맞춰야 하는 정책”이라며 “각국 정부는 새로운 정책적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