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사조·CJ ‘10조 전분당 담합’인정
공정거래법 위반 재판 … 법인·임직원 24명 대상
전분 최대 73% 폭등 … 공정위는 7475억 과징금
8년간 10조원대 전분과 전분당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기소된 대상·사조CPK·CJ제일제당 등 법인과 전·현직 임직원들에 대한 형사재판이 시작됐다. 피고인들은 담합 사실 자체를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대표이사 관여 여부와 법인 책임 범위를 놓고는 서로 다른 입장을 보였다. 같은 날 공정거래위원회는 담합 혐의 업체들에 역대 최대 규모인 747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3단독 이호선 판사는 7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대상·사조CPK·CJ제일제당 법인 3곳과 전·현직 임직원, 한국전분당협회장 등 총 24명에 대한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검찰에 따르면 대상·사조CPK·CJ제일제당·삼양사 등 4개 업체는 2017년 7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8년간 전분과 전분당 가격을 담합해 총 10조1520억원 규모 거래에서 경쟁을 제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전분 가격은 최대 73.4%, 전분당 가격은 최대 63.8%까지 인상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사전에 합의하고 거래처별 가격 협상에도 공동 대응한 혐의를 받는다. 기소 대상에서 제외된 삼양사를 포함한 이들 4개 회사의 시장 점유율은 90%를 상회한다.
이날 재판에서 대상측은 실무자들의 담합은 인정하면서도 대표이사 공모 혐의는 부인했다.
대상측 변호인은 “대표이사에게 담합 사실을 직접 보고하거나 지시를 받은 사실은 없고, 직속 상급자에게만 보고했다”며 “대표이사들은 가격 결정 사실을 보고받거나 승인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사조CPK와 CJ제일제당측은 담합 사실을 대부분 인정했다. 다만 사조CPK측 변호인은 “퇴직 임직원의 퇴사 이후 행위까지 법인 책임으로 귀속시키는 것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창주 대표 변호인은 “대표이사 취임 이전 범행에는 관여하지 않았고, 수사에도 성실히 협조했다”며 “이를 양형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CJ제일제당측도 담합 가담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업체 주도로 담합이 진행됐고, 가담 정도도 상대적으로 경미하다”고 주장했다.
식사·골프 모임 등을 통해 담합을 주선한 혐의를 받는 전분당협회장 명 모씨는 “대표급 모임을 주선한 것은 맞지만 가격 인상에 대한 합의나 공감대는 없었고 협회장에게 가격을 결정하거나 승인할 권한도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 판사는 피고인이 많은 관계로 오는 8월 25일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열어 재판 쟁점과 진행 사항을 정리하기로 했다.
한편 공정위는 이날 담합에 참여한 전분당 제조·판매사 4곳에 시정명령과 함께 총 7475억7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번 제재는 공정위가 담합 사건에 부과한 과징금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업체별 과징금은 대상이 2341억4000만원, 삼양사 2103억4000만원, 사조CPK 2001억3000만원, CJ제일제당 1029억6000만원 순이다. 법 위반이 반복된 대상은 과징금 10%가 가중됐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