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마약류 매년 10종 이상 등장

2026-07-08 13:00:03 게재

필로폰·대마 넘어 합성대마·펜사이클리딘 계열로 진화

국과수 “조기 탐지·대응체계 구축이 확산 차단의 관건”

한때 ‘마약 청정국’으로 불렸던 한국의 마약 지형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해외 공급망을 통해 새로운 마약류가 꾸준히 유입되고, 텔레그램 등 온라인 플랫폼은 유통 경로를 바꾸고 있다. 남용 연령층도 청년층과 10대까지 낮아지는 양상이다.

정부 단속에서도 이런 변화는 확인된다. 올해 4월까지 검거된 마약사범 가운데 10대와 20대는 30%를 넘었고, 온라인 마약사범도 지난해보다 약 30% 증가했다. 공항과 항만 등에서도 대규모 마약 밀반입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마약류 감정백서 2025’에서 이 같은 변화를 단순한 적발 증가가 아니라 국내 마약류 시장 자체의 변화로 분석했다. 특히 새로운 마약류가 시장을 형성하기 전에 조기에 탐지하고 대응체계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현재를 ‘골든타임’으로 제시했다.

◆공급도 유통도 달라졌다 = 국과수 감정 통계는 국내 마약시장의 변화를 수치로 보여준다.

지난해 국과수의 마약류 감정은 14만775건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압수품에서는 메트암페타민(필로폰)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신종 마약류도 31.5%에 달했다. 최근 5년 동안 국내에서 새롭게 확인된 신종 마약류는 모두 49종이다.

국과수는 또 압수품 감정 증가가 수사기관의 관심이 단순 투약자 적발을 넘어 유통책 검거와 공급 경로 차단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는 공급망에서도 나타난다. 올해 정부의 상반기 특별단속에서는 마약류 759㎏이 압수됐고, 국경 단계에서는 794㎏의 국내 유입이 차단됐다. 특히 인천항에서 적발된 대마초 636㎏은 국내 유통 목적 압수 사례 가운데 최대 규모다.

관계 부처는 국제 공급망에 대응하기 위해 인터폴 마약대응센터 국내 유치도 추진하고 있다.

유통 방식도 달라졌다. 텔레그램 등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거래가 늘면서 올해 5월까지 온라인 마약사범은 2158명으로 지난해보다 약 30% 증가했다. 해외 공급망과 온라인 유통망이 결합하면서 마약 거래는 더욱 은밀하고 다양해지는 추세다.

◆청소년에게 스며든 신종 마약 = 국과수가 특히 주목한 변화는 청소년층이다.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10대의 합성대마 남용은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속칭 ‘브액’으로 불리는 액상형 합성대마는 일반 전자담배와 외형이 비슷한 카트리지 형태여서 청소년층의 초기 마약 유입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합성대마와 반합성대마는 전자담배 형태로 유통되는 경우가 많아 내용물을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단속도 쉽지 않다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관계 부처는 청년층을 마약 대응의 핵심 대상으로 보고 예방교육과 국제 공조, 온라인 유통 차단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봉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은 “과거 메트암페타민 위주였던 마약 범죄가 이제는 케타민, 합성대마 등의 신종 마약류로 다변화하고 남용 연령층도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규제보다 빠른 신종 마약 = 신종 마약류가 잇따라 등장하는 배경에는 기존 규제를 피해 화학구조를 변형한 새로운 물질이 계속 만들어지는 특성이 있다.

국과수에 따르면 프로포폴 규제 이후 의료용 마취제인 에토미데이트 오남용이 증가했다.

최근에는 동물용 마취제인 메데토미딘까지 불법 유통되는 사례가 확인됐다. 특정 물질을 규제하면 유사한 효능을 가진 다른 물질이 등장하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메데토미딘은 인체 안전성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물질로 호흡 억제와 심정지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기존 마약의 화학구조를 일부 변형한 새로운 물질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새로운 분석기법을 구축해야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해외에서 이미 유통되던 물질이라도 국내에서 처음 확인되면 새로운 감정 대상이 되고, 이에 맞는 분석체계를 새로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지난달 9일 태국 마약통제청(ONCB)과 합동으로 방콕 등 10곳의 마약 원료물질 보관창고를 급습, 마약 원료로 쓰일 수 있는 아세톤·염산·황산 등 화학물질 49.98t을 전량 압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태국 당국과 급습 당시 보관 창고 모습. 사진 국정원 제공

◆왜 지금이 ‘골든타임’인가 = 감정백서는 신종 마약류 대응의 핵심으로 조기 탐지를 제시했다. 기존 마약의 화학구조를 일부 변형한 새로운 물질이 계속 등장하는 만큼 시장이 형성되기 전에 신속하게 확인하고 대응체계를 갖추는 것이 확산을 막는 데 중요하다는 것이다.

백서는 지난해 규명된 신종 펜사이클리딘 계열 사례를 소개하며 최근 확인되는 신종 마약류에 대해서는 지금이 대응의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국과수가 백서의 부제로 “마약 범죄, 아는 만큼 막을 수 있다”를 내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새로운 마약류는 확산 이후보다 시장이 형성되기 전에 찾아내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지금이 바로 그 ‘골든타임’이라는 것이 백서가 던지는 핵심 메시지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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