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권 칼럼
‘제로 투 원’ 스타트업이 미래다
1조달러 스타트업 시대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원조격인 오픈AI와 앤트로픽이 상장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오픈AI는 연내, 앤트로픽은 10월 중 나스닥상장이 목표다.기업가치는 상장 시점에 트릴리온(1조달러) 클럽이 예상된다.
실제로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인간친화적 인공지능이 가능할까. 둠스데이(세상의 종말)를 앞당기는 것 아닐까. 여기에는 낙관과 비관이 교차한다. 2024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제프리 힌튼은 말했다. “지금은 오펜하이머 모먼트이다.”
영화 ‘오펜하이머’를 보자. 1945년 7월 16일 인류 최초의 핵실험 트리니티 테스트가 이뤄진 현장. 주인공의 독백이 흐른다. “이제 나는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 인도의 고대 경전 한 대목이다. 인류를 멸망으로 이끌 수 있다는 두려움과 회의감에 주인공은 고뇌한다. 바로 ‘오펜하이머 모멘트’이다.
클로드를 출시한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는 상대적 낙관론자다. 오픈AI에서 챗GPT를 개발했다가 상업화에 반기를 들고 뛰쳐나온 그는 미국 물리학자 레오 실라르드를 소환한다. 원자로와 원자폭탄에 필수인 체인 리액션(연쇄반응) 개념을 고안한 장본인이다. 즉 지금은 원자폭탄 상황이 아니라 이론이 확립된 단계라는 거다. 인공지능이 인류에 파국적이 될지 획기적이 될지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거다. 윤리적 가이드라인이 그래서 필요하다는 거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미국의 대 중국 봉쇄 전략을 이해할 수 있다. 한때 인공지능과 관련한 규제의 철폐를 추진했던 미국이다. 하지만 ‘오펜하이머 모먼트’에 정책방향을 선회한다. 미국만 원자폭탄을 가질 때와 구 소련이 함께 가진 상황을 떠올렸을까. 팔란티어 창립자 피터 틸의 “중국에 칩을 팔아서는 안된다”는 제안이 먹힌다. 일단 시간을 벌자는 거다.
AI 패권전쟁에 살 길은 기술 이니셔티브
인공지능의 파괴적 영향보다 우리는 당장의 수혜에 열광한다. 코스피가 그렇다. 지난해 연중 저점은 4월 9일 2293포인트이다. 올해 6월 22일은 9114포인트. 1년 새 3.97배로 폭등했다. 투자자는 소외공포증에 빠져 매수와 매도를 오갔다.
반도체가 그 중심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시장점유율이다. 삼성전자의 D램은 38%로 1위, 낸드플래시도 29%로 1위이고 고대역폭메모리(HBM)는 21%로 2위다.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는 58%로 1위이고 D램과 낸드플래시 각각 29%와 18%로 2위다. 두 회사가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800조원을 들여 호남에 반도체 산업단지를 추진하는 것도 그 연장선이겠다. 올해 말 착공 2030년 양산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하지만 반도체 특수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
이런 사정이 반영됐을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도 연일 널뛰기다. 삼성전자의 경우 최고 38만원까지 갔다가 28만원을 오르내린다. 최대 실적을 발표한 7일엔 한때 9.7% 폭락했다. 그래도 8일 종가 기준 1년 전보다 345% 올랐다. 하이닉스도 300만원을 뚫었다가 210만원을 오르내린다. 역시 1년 전보다 614% 올랐다
잔치의 뒤편에 실질적이고 민감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인공지능이 경제만 아니라 안보와도 직결된 거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에 앤트로픽과 팔란티어 기술이 접목됐다. 그들이 윤리적 레드 라인을 설정한다지만 글쎄다. 초등학생 집단 사망으로 비난이 집중됐다.
인공지능이 말마따나 원자폭탄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단지 우라늄을 채굴해 공급하는 수준에 머물러선 안되지 않나. 자칫 핵 우산에 더해 인공지능 우산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 빚어지면 어쩌나. 미중 인공지능 패권전쟁에 우리 경제와 안보는 과연 안전한가. 핵심은 기술 이니셔티브다. 구글 딥 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딥 러닝의 대부 제프리 힌튼,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모두 과학자다. 동시에 ‘제로 투 원(0 to 1)’, 즉 무에서 유를 추구한 스타트업 탐험가들이다.
삼전닉스가 스타트업 육성 나서야 할 이유
어쩌면 지금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레드 코드’를 발동할 때가 아닐까. 반도체에 머물지 말고 인공지능 기술의 원천에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제로 투 원’ 스타트업 육성에 나서야 한다. 인공지능 부품 하청업체가 아니라 자체 가치사슬을 갖춘 선도 기업이 되려면 말이다.
일론 머스크는 10~15년 내 노동이 선택사항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미지의 미래에 청년 세대는 불안하다. 이들에게 비전이 필요하다. 업종 재편의 쓰나미에 AI와 로봇기술만이 확실한 보장이라 한다.
그러면 정부도 창조형 스타트업을 키울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청년들이 의대나 법대가 아니라 이공계를 스스로 선택하도록 말이다. 그래서 챗GPT와 클로드를 능가하는 1조 클럽 꿈을 이루도록 말이다. 그래야 K-이니셔티브의 ‘대체불가능한 나라’도 현실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