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자금, 한국서 중국으로 흘러가나

2026-07-09 13:00:03 게재

골드만 “중국 AI 밸류체인 주목"

반도체 쏠림 피로감에 대안 찾기

한국 반도체주에 몰렸던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자금이 중국 AI 관련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월가 보고서가 나왔다. 올해 코스피 상승을 이끈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대한 기대는 여전하지만, 주가가 급등한 뒤 투자자들이 더 싼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 테마전략팀의 루이스 밀러는 최근 ‘중국 AI 밸류체인 매수’ 보고서에서 “중국 AI가 공식적으로 우리의 레이더에 들어왔다”고 밝혔다. 그는 “대규모 국가 지원, 급증하는 글로벌 수요, 구조적인 자금 이동이 맞물리면서 중국 AI는 기술 업종에서 가장 매력적인 성장 스토리 중 하나가 됐다”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가 주목한 대상은 단순한 중국 인터넷주가 아니다. 전력, 반도체, AI 인프라, AI 모델, AI 응용서비스까지 포함한 중국 AI 공급망 전체다. 보고서는 2022년 말 이후 전 세계 AI 관련 주식에서 34조달러의 시가총액이 새로 생겼지만 중국의 몫은 상대적으로 작다고 봤다. 중국 AI 관련 시가총액은 4조달러를 조금 넘고, 글로벌 펀드 운용사들이 기술주 투자에서 중국에 배정한 비중도 2026년 1월 기준 1.2%에 그쳤다.

시장 흐름도 달라지고 있다. 코스피는 최근 고점 대비 20% 안팎 밀리며 기술적 약세장에 들어갔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AI 메모리 수혜 기대에도 급락했다. 로이터는 8일(현지시간) 삼성전자의 2분기 이익이 19배 늘었지만 높아진 기대를 채우지 못하면서 메모리 가격 상승세 둔화 우려가 커졌다고 전했다.

반대로 홍콩 증시에서는 전자상거래·클라우드 기업 알리바바와 인터넷·게임 기업 텐센트가 강하게 반등했다.

중국 쪽 재료도 겹쳤다. 로이터는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자체 AI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수출 통제 탓에 중국 AI 기업들이 자국 반도체 업체와 협력할 필요가 커졌다는 해석이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스티븐 챙 애널리스트는 “지정학적 고려를 감안하면 딥시크는 이런 작업을 위해 현지 반도체 업체와 협력해야 하며, 이는 분명한 촉매”라고 말했다. 중국 AI 투자가 단순한 인터넷 플랫폼 반등을 넘어 칩 설계, 전력, 데이터센터, 장비까지 넓어질 수 있다는 점이 골드만삭스 보고서의 핵심이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이 5년간 약 2조위안, 달러 기준 2950억달러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망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도 중국 AI 공급망에 호재로 꼽았다. 데이터센터 건설은 전력 설비, 메모리, 반도체 장비, 서버 부품 수요를 동시에 자극할 수 있다.

중국 주요 거래소가 AI와 반도체 기업을 주요 지수에 더 많이 반영하는 방향으로 지수를 개편하는 점도 장기 자금 유입 요인으로 거론됐다.

다만 이는 한국 반도체 수요가 끝났다는 뜻은 아니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이언 샘슨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AI가 모든 종류의 반도체에 실제로 거대한 수요를 만들고 있다”면서도 “소수 거대 기술기업이 통제하는 약 1조달러의 설비투자에 의해 움직인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보고서의 핵심은 한국 반도체 매도보다 AI 투자 방식의 변화다.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오른 한국 메모리주만이 아니라 중국의 전력, 장비, 칩 설계, AI 서비스까지 넓게 보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양현승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