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홈플러스 사태가 남긴 질문
서울회생법원이 지난 3일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홈플러스가 8일 안에 최소 2000억원의 운영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청산절차에 들어간다. 한때 국내 대형마트 2위였던 기업이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 이번 사태는 유통기업 하나의 실패로만 볼 일이 아니다.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그 대가를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 자본은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지를 묻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홈플러스 직영 직원만 약 1만2000명에 이른다. 간접고용 노동자와 협력업체, 입점 소상공인, 지역 상권까지 고려하면 피해 규모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정부는 협력업체 유동성 지원과 체불임금 대지급금 지급, 저금리 생계비 융자 등 긴급대책을 내놓았다. 국민연금도 손실 위기다. 기업 하나의 위기가 노동자와 협력업체를 넘어 국민의 세금과 노후자금까지 흔들고 있는 셈이다.
반면 홈플러스의 대주주였던 MBK파트너스는 기업을 인수한 뒤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경영권을 확보했고, 세일앤리스백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해 왔다. 그러나 기업회생과 회생절차 폐지 국면에서는 자신들은 펀드 운용사일 뿐이라며 제한적인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서 자연스러운 질문이 나온다. 기업을 지배할 권리는 행사하면서도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아도 되는가. 마트산업노동조합은 서울회생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 이후 “사태의 주범인 MBK는 끝내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노동계와 정치권에서도 MBK가 투자금 회수에는 적극적이었던 반면 기업의 장기 경쟁력과 미래를 위한 투자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물론 홈플러스 위기를 모두 MBK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온라인 유통의 성장, 소비패턴 변화 등 바뀐 시장환경이 중요한 원인이다. 그러나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권리만큼이나 책임이 중요하다. 이번 사태가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한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도 여기 있다.
기업이 무너진 뒤 비용은 노동자와 협력업체, 정부 등 사회 전체가 떠안고 있다. 사적이윤은 극대화하면서 사회적 비용은 공공에 전가하는 구조는 시장 실패에 가깝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사적 이익과 사회적 비용이 일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 고려아연 노동조합이 홈플러스 노조와 연대한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니다. 고려아연 노조는 MBK가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고용 불안과 사업 기반 훼손이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제2의 홈플러스를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자본이 아니다. 자본에 더 무거운 책임을 묻는 시장질서다. 그것이 건강한 자본주의를 지키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