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의장 욕심에 무너진 유권자 표심
연수·사천 탈당 의원 사퇴 요구
동두천도 ‘민의 왜곡’ 논란 커져
민선 9기 기초의회 원구성이 의장 감투를 둘러싼 이합집산으로 흔들리고 있다. 여야 동수나 근소한 차이로 출발한 지방의회에서 탈당한 의원 한명이 의장단 구도를 바꾸는 사례가 잇따르자 해당 지역에서는 사퇴 요구와 윤리특별위원회 회부, 주민소환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유권자가 만든 의석 구도가 의장직 협상과 원구성 유불리를 따지는 지방의원 등에 의해 뒤집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 연수구의회는 6.3 지방선거 결과 더불어민주당 7석, 국민의힘 7석으로 여야 동수를 이뤘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 한지혜 의원이 임기 시작 직후 탈당하면서 구도는 국민의힘 7석, 민주당 6석, 무소속 1석으로 바뀌었다. 연수구의회는 6일 임시회에서 국민의힘 소속 이상곤 의원을 의장으로, 같은 당 정민균 의원을 부의장으로 각각 선출했다.
민주당 연수구의원들은 한 의원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한 의원에 대한 윤리특위 회부와 제명 추진, 임기 초 당적 변경을 막기 위한 이른바 ‘한지혜 방지 조례’ 제정도 요구했다. 민주당 쪽은 한 의원 탈당으로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선출은 물론 향후 안건 처리와 상임위 운영에서도 협상력이 약화됐다고 보고 있다.
경기 동두천시의회도 비슷한 논란에 휩싸였다. 전체 의원 7명 가운데 민주당이 4명으로 처음 다수당이 됐지만, 민주당 소속 임현숙 의원이 의장 선거를 앞두고 탈당했다. 이후 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과 공조해 의장에 선출됐고 국민의힘 소속 송흥석 의원이 부의장을 맡았다. 선거를 통해 다수당이 된 정당이 원구성 과정에서 의장단 주도권을 잃게 된 셈이다.
이에 대해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은 “동두천시민이 만들어준 여소야대 구도를 개인의 자리 욕심 하나로 뒤틀어버린 명백한 정치적 변절이자 쿠데타”라며 “의회의 얼굴이자 상징인 의장직을 개원 첫날부터 탈당과 야합의 산물로 만든 것은 동두천 시민 전체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경남 사천시의회에서는 여야 동수 의회에서 ‘기습 탈당 의장’ 논란이 벌어졌다. 사천시의회는 민주당 6석, 국민의힘 6석으로 구성됐다. 그런데 민주당 소속 최용석 의원이 의장 선거 직전 탈당했고, 국민의힘 지지를 받아 7대 5로 전반기 의장에 당선됐다. 민주당 사천·남해·하동 지역위원회는 6일 기자회견을 열고 의장단 선거를 “민주주의와 민의를 왜곡한 선거”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논란이 일고 있는 지방의회의 공통점은 의장 선출을 둘러싼 탈당과 이합집산이 유권자의 표심을 왜곡한다는 점이다. 의원 개인의 탈당은 법적으로 가능하지만, 정당 공천을 받아 당선된 의원이 임기 시작 직후 당적을 바꾸고 상대 당과 손잡아 의장직을 차지했다면 정치적 책임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선거 직후 의회 권력구도가 바뀌면 표의 의미가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방의회 원구성이 반복적으로 파행을 빚는 배경으로 의장단 권한과 정당 책임정치의 불균형을 지적한다. 의장 선거는 무기명 투표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정당 내부 합의가 깨져도 유권자가 책임을 묻기 어렵다. 의장직과 상임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사전 협상은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밀실 야합 논란도 반복된다.
한 지방의회 관계자는 “유권자가 선거를 통해 만든 의회 구도가 원구성 과정에서 쉽게 변형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정당 공천을 받아 당선된 의원이 임기 초반 의장직을 이유로 당적을 바꾸거나 상대 당과 손잡는다면 유권자는 자신이 행사한 표가 어떤 정치적 결과로 이어지는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방의회 관계자는 “지방의회가 집행부를 견제하기 전에 스스로 정치적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신일·곽태영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