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휘의 미국 톺아보기

일단락된 중동전쟁, 트럼프의 다음은 북한일까

2026-07-09 13:00:19 게재

‘장대한 분노(Epic Fury)’라는 이름으로 개전 24시간 만에 폭격기 200대를 출격시켰던 미국의 대이란 전쟁이 일단락되었다. 지난 6월 15일 합의된 양국간 14개 합의문 이행을 둘러싼 신경전이 만만찮은 교전으로 표출되고 있지만 작금의 중동사태를 끝내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는 비교적 뚜렷해 보인다.

퓰리처상 2회 수상자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Nicholas Kristof)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잔혹한 전쟁’이라고 비판했듯이 미국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얻으려고 했는지 여전히 판단키 어렵다. 트럼프는 이란 핵위협의 가시화를 상당 기간 후퇴시켰다는 근거로 ‘표면적으로는’ 핵활동 중단이지만, ‘내용적으로는’ 현실적인 비핵화를 달성했다는 자화자찬에 빠져 있을 것이다.

지난 6월 17일 주요 7개국 정상회의(G7)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재회한 이재명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의 끈을 놓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핵개발에 대한 과거의 대응 과정이 아쉬웠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는데, 이 대통령은 동시에 대북정책의 어려움을 거론하면서 트럼프가 감당해야 할 현실적인 어려움을 사전에 함께 떠안는 외교적 지혜도 발휘했다.

핵개발에 관한 한 이란과 북한은 비교 불가능한 전혀 다른 사례이긴 하지만 ‘핵무기 위협’을 강조한 트럼프 대통령 메시지가 너무도 강했던 까닭에 북한문제를 위한 미국 정부의 모드 전환은 쉽지 않을 수 있다.

중간선거가 정확히 넉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이란전쟁에 대한 미국 유권자의 회의가 팽배한 상황을 고려할 때 확실한 외교적 성과를 전망하기 어려운 북한문제에 미 행정부가 외교안보 자원을 투입하기에는 많은 장애물이 놓여 있는 실정이다.

북미대화 성사 조건에 많은 장애물 놓여

중동문제가 일단락 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북한을 바라볼 것인가? 하나의 구체적인 사건을 설명하기 위한 변수는 독립변수(independent variable)와 종속변수(dependent variable)로 나뉜다.

향후 북미 고위접촉이라는 사건을 가정해 보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만남은 종속변수가 되고, 이 만남을 설명하는 많은 독립변수들이 존재할 것이다. 독립변수로는 미국 중간선거,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관심, 한국 정부의 페이스 메이커(Pace Maker), 미국의 대중국 견제, 북한의 생존전략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런데 사회과학에서는 여러 독립변수 중에 특별히 강력한 설명력을 가지는 변수를 ‘주도적 독립변수(commanding independent variable)’라고 일컫는다. 여러 설명 변수들 중에서 가장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친 하나의 요인을 의미한다.

대체로 올 하반기로 점쳐지는 북미 최고위급 접촉이 가능하려면 미국과 북한 사이에 의미있는 이해관계의 접점이 있어야 한다. 미국에게는 어떤 이익이 발생하고, 북한에게는 어떤 이익이 발생하는가의 문제다.

다수의 국내외 전문가들의 진단에 따르면 현재 북한은 탈냉전 이래로 가장 안정적인 대내외 환경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1990년 중반에 버금가는 고난을 각오했었지만 예기치 않았던 국제안보환경 변화가 발생한 것이다. 우크라이나전쟁에 합류함으로써 경제상황이 일정 부분 개선되었음은 물론 고질적 문제였던 몇 가지 고도의 군사기술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

‘인도태평양 전략’ 이후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는 미중갈등과 트럼프행정부 2.0의 등장은 북한에게 상당한 수준으로 외교적 공간을 열어 주었다. 북러밀착은 중국의 도움으로 은밀하게 진행되던 국제제재 무력화가 완전히 공개적으로 완화되는 효과로 이어졌다. 현시점에서 북한이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미국정부로부터 얻을 수 있는 확실한 이익은 과연 무엇일까에 의문을 가지게 되는 부분이다.

미국이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을 보자면 우선 많은 이들이 중간선거를 언급하는데 통계가 보여주는 현실은 사뭇 다르다. 35개 의석이 걸려 있는 상원의 경우 오하이오주 출신인 J.D. 밴스 부통령과 플로리다주 출신인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지역을 포함해 상당 부분이 공화당 강세지역이다. 현재 53석으로 민주당보다 6석이 더 많은 공화당이 상원에서 선전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하원의 경우 현재 공화당이(218석) 민주당보다(212석) 6석이 더 많지만 2차 대전 이후 모든 중간선거 결과에서 집권 여당이 평균 10%~15% 수준으로 의석을 잃었다. 한 마디로 이 번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이 대략 25석 정도를 잃는다고 해도 과거의 사례를 따르는 차원에 그친다는 의미다.

또한 미국 주식시장이 보여주듯이 양극화 비난에도 불구하고 미국 빅테크 기업의 이익은 날로 늘어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관세전쟁의 결과로 단기적이지만 무역수지 역시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다. 만에 하나 4년 넘게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막을 내리게 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계산 속에 북한은 어떤 이익 함수로 작동하게 될지 판단이 매우 어렵다.

‘11월 북미접촉설’ 현실화 될 가능성 적어

올해 초 북미외교를 둘러싸고 ‘3말 4초 루머설’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2025년 10월 30일 경주 APEC 정상회담에서 만났던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관세전쟁을 포함해 두 초강대국의 혈투를 6개월 잠정 중지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그 시간표에 따라 원래는 지난 4월 1일 전후로 베이징에서 다시 담판을 가지기로 했고 실제 정상회담 날짜까지 조율했다. 하지만 미국의 이란 침공이 장기화하면서 이 스케줄이 뒤로 밀려 5월 14일 미중 정상회담은 개최되었다. 결과적으로 ‘3말 4초설’은 루머에 그치고 말았다.

지금 다시 ‘11월 루머설’이 돌고 있다. 오는 11월 ‘선전(深圳) APEC’ 정상회담 전후로 북미 간 고위 접촉이 가능할 수 있다는 예상에 근거하고 있다. ‘예스’ 혹은 ‘노’ 둘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11월 루머설’ 역시 실제적 현실로 이어지기 어려워 보인다. 미국과 북한 양측 모두 북미 외교를 통해 고유하게 얻을 수 있는 성과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한가지 예외적 경우의 수는 있다. 먼저 북한의 입장에서 지난 6월 9일 시진핑 주석의 북한 국빈방문은 헌법 개정 이후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고, 결과적으로 북한이 공표한 ‘두 개 국가’를 국제사회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효과를 낳았다. 머지않은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북한의 ‘별도 주권’을 미국으로부터도 확인받는다면 북한의 입장에서 그야말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중러’ 간 공고한 권위주의 연대에서 북한을 어느 정도 떼어내어 대중국 견제의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면, 또한 이란전쟁에 이어 북한 핵무력을 미국의 관리 하에 묶어 두는(방법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충분히 남는 거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전략적 전환이 필요한 때

양자관계에서 강자가 이니셔티브를 쥐는 경우가 있고, 약자가 이니셔티브를 쥐는 경우도 있다. 전자의 예로써 우리가 추진했었던 북방정책 햇볕정책 신뢰프로세스, 그리고 평창동계올림픽 외교 등이 있었다.

지금은 상대적 약자인 북한이 한반도 문제의 이니셔티브를 쥐고 있는 상황이다. 핵무력 고도화, 우크라이나 파병, 천안문 광장에 나란히 선 북중러 정상, 두 개 국가 헌법 개정 등과 같은 연이은 공세에 우리 정부는 반응적 스탠스를 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의 상황은 반전되어야 하고 평화와 통일은 한반도에 적용 가능한 동전의 앞뒷면이라는 논리와 정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 모두의 공세적이고 창의적인 노력을 기대해 본다.

이화여대 교수 국제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