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력 감소한다고 국방비 줄이냐”

2026-07-09 13:00:04 게재

교부금 개편 반대 확산

기획처 “총액 안 줄여”

정부가 추진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개편에 대해 교육계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기획예산처와 교육부 장관의 공개 토론회가 열린 8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이번 토론회가 학생 수 감소를 앞세워 교육재정 축소의 명분을 만드는 자리가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교육교부금의 내국세 연동률(20.79%)을 유지하면서 초과분을 대학·영유아교육에 쓰자는 교육부의 대안에 대해서도 “고등교육, 평생교육 재정은 별도 국가재정으로 책임져야 하고, 유·초·중등교육이 부담을 떠안아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또한 “학생 수가 줄어도 학교는 운영돼야 하고, 학급과 급식실, 도서관, 과학실, 돌봄교실, 상담실, 특수학급은 유지돼야 한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교육재정 축소가 아닌 학교 수와 학급 수, 지역교육 기반, 노후시설 등 실제 교육수요를 반영한 새로운 재정 기준”이라고 주장했다.

서울교육단체협의회,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등도 이날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재정을 경기와 인구 변화에 따라 흔들리는 불안정한 재원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매년 최대 5%씩 교육재정을 줄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초과 교부금은 공립유치원 확충, 노후학교 개선, 과밀학급 해소, 특수교육, 마음건강, 기초학력 등에 투자하는 미래 투자기금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왼쪽)과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공개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 대표 자격으로 토론회에 직접 참석한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병력이 감소한다고 국방비를 단순히 줄이지 않듯, 학령인구 감소를 교육재정 축소의 직접 근거로 삼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삼영 강원도교육감도 같은 날 도교육청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기자단 차담회에서 “인구가 감소한다고 대한민국 전체 국가 예산이 줄어들지 않듯, 학생 수 감소를 교육재정 축소 근거로 삼는 논리에 동의할 수 없다”며 “수업은 학생 수가 아닌 학급 단위로 이뤄지는 점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는 10일 세종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선다.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토론회에서 내국세 증가에 따라 교육교부금이 함께 늘어나는 구조를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장관은 “(내국세의) 20.79%를 교부하는 현 제도가 지속 가능한지, 한정된 재원을 균형 있게 활용할 방안이 없을지 지켜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교육계는 ‘(교육교부금을) 왜 축소하느냐’고 묻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미래 교육 수요에 대응해 교부금 총액은 늘리고 학생 1인당 예산도 계속 늘린다”고 강조했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학생 수가 줄었고 앞으로 더 줄 것인데 세금이 잘 걷힌다는 이유로 큰 금액을 자동이체하는 것이 국가 재정 관점에서 올바른지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현행 교육교부금 방식은 경기 변동 등에서도 교육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회가 합의한 가장 강력한 법적 안전망”이라며 “아이들이 줄었으니 예산도 줄여야 한다는 식의 일방적인 경제 논리나 수치상 효율성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최 장관은 “일부 기준을 초과하는 재정이 있다면 고등 교육, 영유아, 평생 교육 전반으로 넓혀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지혜를 모아보자”고 말했다.

이선호 한국교육개발원(KEDI) 미래교육연구본부장은 “과거 학교가 단순히 ‘가르치는 공간’이었다면 이제는 돌봄과 복지, 정서 지원, 특수 교육 등 역할이 확대된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한섭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실장은 “교부금의 90%는 인건비, 교육 복지, 학교 운영비, 학교 시설 개선, 무상급식 등 고정비용이라 줄이면 학교 운영도 어렵다”고 말했다.

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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