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장윤기 사건 증거에 경찰 신뢰 ‘흔들’
현직 경찰관 부친·수사팀 유착 의혹 수사
수사팀장 구속·청장 직무대행 조기 귀국
현직 경찰 중간간부인 아버지와 초동수사팀의 유착 의혹이 제기되고 핵심 증거 누락과 수사정보 유출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장윤기 사건이 경찰 조직 전체의 신뢰를 흔드는 사안으로 번지고 있다. 사건 초기 확보했어야 할 증거가 잇따라 장씨측에서 확인되면서 수사 공정성과 증거관리 체계 전반이 시험대에 올랐다. 수사팀장의 구속과 경찰청장 직무대행의 조기 귀국은 이번 사안을 조직 차원의 위기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은 전날 증거인멸 혐의를 받는 광주 광산경찰서 전 수사팀장 A 경감에 대해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경찰은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A 경감을 직위해제했으며 광산경찰서장과 당시 형사과장, 수사팀원 등 6명을 대기발령하는 등 조직 차원의 수습에 나섰다. 당시 지휘라인까지 조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논란의 출발점은 경찰이 사건 당일 장윤기의 차량에서 발견하고도 확보하지 않았던 케이블타이다. 검찰은 장윤기 아버지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해당 케이블타이를 확보했다. 경찰은 사건 당일 이를 확인하고도 증거물로 확보하지 않은 채 다음 날 차량을 장씨 아버지에게 인계했다. 검찰은 이 케이블타이를 범행 준비 여부를 판단할 핵심 정황 증거 가운데 하나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초동수사 단계에서 확보되지 않았거나 뒤늦게 드러난 증거는 케이블타이만이 아니다. 수사 과정에서는 장씨 아버지가 사건 발생 이후 아들의 자취방에서 리얼돌과 과거 사용한 휴대전화를 폐기한 정황도 확인됐다.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카드 역시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뒤늦게 확보됐다. 범행 동기와 계획성 여부를 확인할 주요 증거들이 초동수사 단계에서 확보되지 않았거나 뒤늦게 드러나면서 초동수사의 적정성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수사 절차의 공정성을 둘러싼 의혹도 이어지고 있다. 검찰은 장씨 아버지와 담당 수사팀 사이에서 압수수색과 구속영장 청구 계획, 신상공개 심의 일정 등 수사 관련 정보가 공유됐는지 확인하고 있다. 확보한 통화 녹취에는 “경찰인 것을 모르게 하라는 취지의 윗선 지시가 있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경찰관들은 공무상비밀누설과 증거인멸, 증거인멸 방조 혐의로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미국 출장 중이던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유엔 경찰청장 회의 일정을 단축하고 10일 조기 귀국하기로 했다. 경찰은 특별수사팀 수사와 감찰을 병행하고 있지만 초동 대응이 늦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도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피해자 유족 역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경찰 수사 전반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개별 경찰관의 형사책임을 넘어 경찰 수사의 기본 원칙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묻고 있다. 증거 확보와 보존 절차는 적정했는지, 경찰관 가족이 연루된 사건에서 이해충돌을 차단할 장치는 제대로 마련돼 있었는지, 수사정보는 적절하게 통제됐는지가 모두 수사 대상이자 제도 개선 과제로 떠올랐다.
경찰 안팎에서는 특별수사팀 수사 결과가 개별 경찰관의 책임 규명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증거관리 체계와 수사정보 통제, 경찰관 친족 사건 처리 절차 등 경찰 수사의 기본 시스템 전반을 점검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경찰 수사의 공정성과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제도 개선·쇄신이 실제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경찰 조직이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로 남았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