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창신메모리, 글로벌 D램 판 흔든다

2026-07-10 13:00:29 게재

43억달러 기업공개 … 다음주 청약

삼성전자·하이닉스에 중장기 견제구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상장이 막바지에 들어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장악해온 글로벌 D램 시장에 새 변수가 떠올랐다.

중국정부가 전략산업으로 키워온 반도체 국산화 흐름에 대형 자금조달이 더해지면 CXMT가 생산능력과 기술 고도화에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의 점유율보다 중요한 것은 중국이 메모리 분야에서도 대규모 자본시장을 동원해 추격 체제를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칩의 기초가 되는 200mm 실리콘 웨이퍼.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블룸버그통신은 9일 CXMT가 다음주 기업공개(IPO) 투자자 청약을 시작한다고 보도했다. 안후이성 허페이에 본사를 둔 CXMT는 중국 증시 상장을 통해 최소 295억위안을 조달할 계획이다. 달러 기준으로는 43억달러 규모다. 초과배정 옵션이 행사되면 조달액은 50억달러를 넘을 수 있다.

이번 IPO가 예정대로 진행되면 중국 본토에서는 2022년 중국해양석유(CNOOC)의 51억달러 상장 이후 최대 규모가 된다. 아시아 전체로도 2025년 5월 중국 배터리 기업 CATL의 53억달러 주식 매각 이후 가장 큰 상장이다. CXMT는 총 66억8800만주를 공모하며 절반은 주요 장기 투자자에게 배정된다. 초과배정까지 포함하면 공모 주식은 76억9000만주로 늘고, 전체 주식의 11.3%에 해당한다.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이유는 CXMT가 인공지능(AI) 모델의 실시간 데이터 처리에 필요한 D램을 생산하는 세계 4위 업체로 꼽히기 때문이다. 아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과 격차가 있지만 중국 내에서는 ‘첨단 제조업 국산화’의 대표 기업으로 평가된다. CXMT는 IPO 자금을 반도체의 기초가 되는 얇은 원판인 웨이퍼 생산라인 증설과 D램 기술 업그레이드에 투입할 계획이다.

상장 기대를 키운 또 다른 요인은 애플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CXMT가 미 전쟁부(국방부)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음에도 이 회사 메모리 반도체를 조달할 수 있도록 백악관에 승인을 요청했다. 글로벌 메모리 공급 부족이 전자제품 업체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뜻이다. 동시에 CXMT 기술이 글로벌 고객의 검토 대상에 올랐다는 의미도 있다. 애플 같은 대형 고객이 실제 구매에 나설 경우 CXMT에는 기술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CXMT 상장은 중국 반도체 투자 열기의 시험대이기도 하다. 중국에서는 AI 공급망 기업들이 미중 기술경쟁 속에서 잇따라 자금을 모으고 있다. 회로기판 업체부터 AI 모델 개발사까지 상장과 증자를 통해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는 분위기다. CXMT IPO는 그 흐름의 상징적인 거래로 꼽힌다. 블룸버그는 이번 상장이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자 신뢰를 보여주는 가장 분명한 지표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예비 수요예측은 13일 시작되고 공모 공고와 가격 세부 내용은 15일 공개된다. 기관과 개인 투자자는 배정 추첨에서 물량을 받으면 20일까지 자금을 준비해야 한다. 초과배정 전 기준으로 공모 물량의 약 10%는 개인 투자자에게 돌아간다. 중국 증권당국 승인까지 걸린 시간은 7개월 남짓으로, 핵심 기술 기업의 상장을 빠르게 심사하는 새 제도의 첫 사례로도 주목된다.

시장에서는 대형 IPO가 중국 증시의 정점을 알리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경계도 나온다. 그러나 CXMT의 경우 메모리 공급 부족, AI 투자 확대, 중국 정부의 반도체 자립 정책이 한꺼번에 맞물려 있다. 한국 메모리 업계는 당장의 기술격차보다 중국 경쟁사의 자금조달 능력과 생산확대 속도를 주시해야 하는 국면이 됐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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