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금융시장 다시 덮쳤다
유가 10% 급등에 주식·채권 동반 하락 … 연준 금리인상 전망까지 확산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8%,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지수는 1.9% 하락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도 0.3% 내렸고 세계 주요 증시를 반영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세계지수는 0.7% 떨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이란 선박에 대한 봉쇄를 재개하고 다른 선박에도 통행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것이 시장 불안을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공격 가능성도 경고했다. 미국의 대이란 공습과 이란의 보복이 이어지면서 지난달 휴전 연장과 해협 재개방 합의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9.4% 오른 배럴당 78.14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브렌트유는 9.6% 상승한 83.30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의 하루 상승률은 코로나19 봉쇄 충격에서 가격이 반등하던 2020년 5월 이후 가장 컸다. 두 유종 모두 6월 중순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헨리 호프먼 캐털리스트에너지인프라펀드 공동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시장은 호르무즈 해협의 부분 재개를 위기 종료로 너무 빨리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미국 전략비축유가 1983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감소한 점도 유가 상승 위험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유가 급등은 채권시장에도 충격을 줬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0.05%p 오른 4.61%를 기록했다. 통화정책 전망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4.28%까지 올라 1년여 만의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선물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상 시점을 앞당겨 반영하기 시작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르면 10월 기준금리를 0.25%p 올리고 내년 4월까지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했다. 불과 지난주까지만 해도 시장은 12월 한 차례 인상을 예상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물가 압력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7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약 50%까지 반영됐다고 전했다. 유가 상승이 휘발유와 운송비, 생산비를 차례로 끌어올릴 경우 최근 둔화 조짐을 보이던 물가가 다시 반등할 수 있다는 우려다.
주식시장에서는 반도체주 하락이 두드러졌다. 샌디스크는 12.6%, 웨스턴디지털은 4.7%,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4.4% 떨어졌다. 하루 전 한국에서는 코스피가 9% 급락해 거래가 일시 중단됐고 SK하이닉스는 15.4%, 삼성전자는 10.1% 하락했다. 일본 메모리반도체 기업 키옥시아도 12.9% 내렸다.
달러화는 안전자산 수요와 미국 금리상승 전망에 강세를 보였다. 블룸버그 달러 현물지수는 0.3% 올랐고 엔화는 달러당 162.44엔으로 0.5% 하락했다. 비트코인은 3% 떨어진 6만2226달러, 이더리움은 2.6% 내린 1773달러를 기록했다. 통상 위기 때 오르는 금도 현금 확보를 위한 매도가 겹치며 2.8% 하락했다.
이언 린젠 캐나다 투자은행 BMO캐피털마켓츠 금리전략가는 “호르무즈 해협의 상황이 세계 금융시장의 가격 움직임을 좌우하고 있다”며 “긴장이 완화되기 전에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폴 크리스토퍼 웰스파고투자연구소 글로벌 투자전략책임자는 “호르무즈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유가와 기대 인플레이션, 금리는 높은 수준을 향할 가능성이 크고 증시 변동성도 반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