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오송참사가 바꾼 지하차도 안전대책
통제기준, 침수 15㎝에서 5㎝로 강화
시설 확충 넘어 기관공조 실효성 점검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집중호우 때 지하차도를 언제, 누가 통제해야 하는지에 대한 안전기준을 크게 바꿨다. 참사 당시 192곳이던 지하차도 인명피해 우려지역은 올해 653곳으로 3배 이상 늘었고, 진입차단시설과 대피유도시설도 크게 확대됐다. 지하차도별 담당자 지정과 대응계획 수립, 침수 초기 선제통제도 의무화됐다. 다만 여러 기관이 확보한 위험정보를 실제 차량 통제로 연결하는 현장 공조는 여전히 점검해야 할 과제다.
오송참사는 2023년 7월 15일 미호강 임시제방이 무너지면서 청주시 흥덕구 궁평2지하차도가 침수돼 14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친 재난이다. 당시 홍수경보와 주민 신고 등 위험신호가 잇따랐지만 관계기관의 정보 공유와 도로 통제가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 대책은 우선 관리대상을 넓히는 데서 시작됐다. 지하차도 인명피해 우려지역은 2020년 103곳에서 참사 당시인 2023년 192곳으로 늘었다. 이후 관리 범위를 대폭 확대해 2024년 545곳, 지난해 626곳, 올해 653곳을 지정했다. 이들 지하차도에는 담당자를 두고 우기 전 정기점검과 위험기상 때 수시점검, 24시간 상황관리를 실시한다.
◆차단·대피시설 함께 확대 = 관리대상 확대에 맞춰 안전시설도 늘었다. 정부가 집계한 재발방지 대책 자료에 따르면 진입차단시설이 설치된 지하차도는 2024년 488곳에서 지난해 663곳, 올해 6월 704곳으로 증가했다. 올해 말 745곳, 내년에는 784곳까지 늘릴 계획이다.
법령상 의무설치 대상 564곳 가운데 지난 10일 기준 512곳은 설치를 마쳤다. 폐쇄 예정 등 3곳을 제외한 49곳은 아직 설치 중이다. 정부는 2019년 이후 재난안전특별교부세로 129곳에 351억9500만원을 지원했다.
차량에서 벗어난 이용자가 손잡이와 발판 등을 이용해 탈출할 수 있는 대피유도시설도 2024년 51곳에서 지난해 98곳, 올해 6월 104곳으로 늘었다. 내년에는 186곳까지 확대한다.
시설 확대와 함께 통제 시점도 앞당겼다. 차량 진입 통제기준이 되는 최대침수심을 기존 15㎝에서 5㎝로 낮춰 침수 초기부터 차량 진입을 막도록 했다. 적용 대상도 방재등급 2등급 이상뿐 아니라 침수위험지구에 있거나 하천에서 500m 이내인 일부 U자형 3·4등급 지하차도까지 넓혔다.
지하차도마다 공무원 2명과 경찰관·민간인 각 1명 등 4명의 담당자를 지정하고 대응계획과 통제기준도 마련하도록 했다. 서울·대전 지하차도 83곳에서는 통제상황과 우회도로를 내비게이션으로 안내하는 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이며 내년부터 전국으로 확대한다.
◆제도보다 중요한 현장 작동 = 제도와 시설이 늘었지만 재발방지의 핵심은 기관별로 흩어진 위험정보를 신속한 통제로 연결하는 데 있다. 오송참사 당시에도 미호강 수위 상승과 제방 위험을 알리는 정보는 여러 기관에 전달됐지만 통제 책임과 판단이 분산돼 있었다.
정부가 지방정부 담당자 교육과 훈련을 강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지방정부 공무원 87명에게 지하차도 재난안전교육을 했고 올해는 97명을 추가 교육한다. 호우·태풍 특별재난지역 기초지방정부의 풍수해 대비훈련도 올해 6월 말까지 48차례 실시했다.
그러나 자동 차단시설이 작동하지 않을 때 수동통제가 가능한지, 하천 수위와 침수정보가 경찰·소방·도로관리기관에 즉시 공유되는지, 야간과 휴일에도 담당자가 현장에 출동할 수 있는지는 반복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시설이 늘어난 것만으로 안전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시설 개선과 함께 유가족과 생존자의 회복 지원도 장기 과제다. 충북대 심리학과와 한국교통방송 충북본부의 최근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8%가 전문적인 심리 개입이 필요한 수준의 사별 비애 증상을 보였다. 정부는 지난해 9월 행안부에 3개 팀 10명 규모의 ‘오송 지하차도 참사 피해자 지원단’을 설치했지만, 피해자의 개인별 상황에 맞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광용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다시는 지하차도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여름철 침수 우려지역과 인명피해 우려지역의 대비태세를 상시 유지하고, 지방정부와 함께 풍수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