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 부동산 사업장 본PF 전환 확대…유동화증권 22% 늘었다
구조조정 거친 사업장 중심 자금조달 증가
MBS·기업매출채권 늘면서 유동화시장 7% 커져
홈플러스 사태 여파로 저신용 매출채권 발행 위축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사업성이 검증된 우량 사업장을 중심으로 자금조달이 늘고 있다. 최근 준공 이후에도 미분양이 이어지는 일부 본PF 사업장의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우량 사업장을 중심으로 본PF 전환이 확대되면서 PF 유동화증권 발행은 20% 넘게 증가했다.
22일 NICE신용평가가 발표한 ‘2026년 상반기 유동화시장 발행 현황 및 하반기 전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PF대출채권 유동화 발행 규모는 29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5% 증가했다. 발행 건수도 395건에서 455건으로 15.2% 늘었다. PF 유동화는 금융회사가 부동산 PF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NICE신용평가는 건설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지만 부실 PF 사업장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사업성이 우수한 사업장을 중심으로 본PF 전환이 확대된 결과라고 밝혔다. 우량 사업장의 사업 추진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자금조달도 함께 회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부동산 PF 시장의 양극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앞서 한국신용평가는 준공 이후 미분양과 매각 지연으로 경·공매 대상 본PF 사업장이 늘면서 부실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이번 보고서는 구조조정을 통과한 사업장은 본PF 단계로 진입하며 자금조달이 이뤄지고 있음을 설명했다. 부실 사업장과 우량 사업장 간 자금조달 격차가 한층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PF 유동화시장의 금리는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했지만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물량을 중심으로 조달 부담이 다소 커졌다. PF ABSTB 유통금리는 2023년 말 이후 하락세를 보였으나 올해 6월 A2+ 등급 금리는 4.3%로 지난해 말보다 0.2%p 올랐다. 반면 A1 등급은 3.5%로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A1과 A2+ 등급 간 금리 격차도 지난해 상반기 축소된 뒤 다시 소폭 벌어졌다.
신용보강 주체도 다시 증권사 중심으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2022년까지 전체 PF 유동화증권 발행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증권사 신용보강물은 신규 사업 감소와 PF 위험관리 강화, 브릿지론 유동화 축소 영향으로 2024년 상반기까지 비중이 줄었다. 이 과정에서 건설사 신용보강물 비중은 2023년부터 늘어 2024년 상반기 50%를 넘어섰다.
이후 정부의 PF 시장 안정화 조치와 시장 여건 개선으로 증권사 신용보강물 비중은 2024년 하반기부터 다시 상승했고 2025년 이후에는 50%대 수준을 회복했다.
NICE신용평가는 PF 시장의 회복세에도 사업 환경은 여전히 부담 요인이 적지 않다고 진단했다. 건설 공사비와 조달금리 상승,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건설투자 심리가 위축돼 있고 2022년 이후 주택 인허가와 착공, 분양 승인 물량도 전반적으로 감소한 상태다. 직접공사비를 나타내는 건설공사비지수는 올해 5월(잠정) 137.67로 2021년말(117.37)보다 크게 상승해 PF 사업의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2024~2025년 상승세가 둔화됐으나 올해 들어 다시 확대됐다. 다만 주택 착공 감소세는 2024년 이후 다소 완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PF 유동화증권 발행 증가와 함께 전체 유동화증권 시장 규모도 커졌다. 올해 상반기 유동화증권 발행 규모는 143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증가했다. PF 유동화 외에도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보금자리론 수요가 늘면서 MBS 발행이 크게 늘었다. 기업들의 운영자금 조달 수요가 이어지면서 기업매출채권 유동화도 확대됐다.
기초자산별로는 MBS 발행이 3조8000억원에서 9조2000억원으로 139.1% 급증했다. 기업매출채권 유동화는 21조2000억원에서 25조9000억원으로 22.1% 증가했다. 반면 회사채와 대출채권 등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CDO(채무담보부증권)는 83조8000억원에서 77조6000억원으로 7.3% 감소했다.
기업매출채권 유동화 시장에서는 홈플러스 사태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보고서는 “지난해 홈플러스 기업구매대금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약 4000억원 규모 유동화증권이 부도 처리됐고 이로 인한 투자자들의 신뢰 저하 등에 따라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의 기업구매대금채권 발행은 감소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신용등급 A2+ 이하 기업구매대금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유동화증권 발행은 지난해 상반기 6조900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6조6000억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A1 등급 기업의 기업구매대금채권 유동화 발행은 같은 기간 11조4000억원에서 17조원으로 49.1% 증가했다.
상반기말 유동화증권 발행 잔액은 386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4% 감소했다. 정기예금과 모기지 기반 유동화 잔액은 줄었지만 PF대출채권과 일반 대출채권, 매출채권 기반 유동화 잔액은 증가했다.
NICE신용평가는 하반기에도 수도권과 주거용 우량 사업장을 중심으로 PF 유동화는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건설경기 침체와 중·후순위 PF 부실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증가세는 다소 둔화될 것으로 봤다. MBS와 기업매출채권은 정책 지원과 기업들의 자금조달 수요를 바탕으로 확대된 발행 규모를 유지하는 반면 CDO는 시장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부진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준공 이후 미분양과 매각 지연으로 경·공매 대상 본PF 사업장이 증가하고 있으며 향후 본PF 만기 도래 과정에서 분양 부진이 이어질 경우 자산건전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