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란 핵심부로 공습 확대
‘곡괭이산’ 타격 땐 에너지전 비화 우려 … 이란 “눈에는 눈” 보복 경고
이란은 자국 핵시설과 기반시설이 공격받을 경우 미국과 그 지원 세력은 물론 중동의 석유·가스·전력 시설까지 보복 대상으로 삼겠다고 경고해 전쟁이 핵시설을 넘어 역내 에너지 인프라 전체로 번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이란 국영매체 등에 따르면 이날 새벽 이란 남서부 후제스탄주 아바즈와 람시르 외곽, 호르무즈 해협과 가까운 호르모즈간주 시리크, 남부 부셰르 일대에서 잇따라 폭발음이 들렸다. 후제스탄주 당국은 아스팔트 저장시설이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미 중부사령부는 미 동부시간 22일 오후 5시30분부터 이란군 표적에 대한 추가 공습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미군의 대이란 공습은 12일째 이어졌다.
미국은 공습 범위를 더욱 확대할 태세다.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Kan)은 미국이 며칠 안에 중폭격기를 동원해 나탄즈 우라늄 농축시설 인근의 곡괭이산 지하 시설을 공격할 계획이라고 이스라엘 측에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이곳에는 2020년부터 요새화된 대규모 지하시설이 건설돼 미국과 이스라엘은 고농축 우라늄 등 핵무기 관련 시설일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조만간 그 지역을 매우 강력하게 타격할 것”이라며 핵 관련 시설로 의심되는 장소를 공격하겠다고 예고했다. 미국이 사전에 이스라엘과 계획을 공유한 것은 공습 이후 이란의 미사일 보복 가능성에 대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타격 방식으로는 B-2 스텔스 폭격기와 GBU-57 초대형 관통폭탄인 ‘벙커버스터’를 동원하는 방안이 우선 거론된다. 미군은 지난해 6월 포르도와 나탄즈, 이스파한 핵시설 공격 당시 B-2 폭격기 7대를 동원해 GBU-57 14발을 투하했다.
다만 곡괭이산 시설이 단단한 암반 깊숙이 자리 잡고 있어 재래식 폭탄만으로 완전히 파괴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임스 액턴 카네기국제평화재단 핵정책국장은 벙커버스터가 터널 입구는 무너뜨릴 수 있어도 핵심 지하시설까지 붕괴시키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지상군을 통한 직접 파괴 작전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이란 중부 내륙 깊숙이 특수부대를 투입해야 해 위험 부담이 크다.
양국의 충돌은 이미 군사시설을 넘어 기반시설을 겨냥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사일이나 드론 등으로 선박을 공격할 때마다 이란의 교량이나 발전소 한 곳을 파괴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우리의 방어 원칙은 명확하다. 눈에는 눈”이라며 “기간시설을 포함해 이란에 대한 어떤 침략도 강력하고 단호한 대응을 초래할 것”이라고 맞섰다. 미국의 공격을 지원하는 세력 역시 합법적인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은 특히 원유 수송망을 보복 카드로 내세우고 있다. 미국과의 종전 협상에서 이란 측 협상단을 이끌었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우리가 석유를 판매하지 못하는 지역에서는 그 누구도 석유를 팔지 못할 것”이라며 “우리의 안보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어떤 인프라도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하탐 알안비야 중앙사령부도 미국이 이란 기반시설을 공격하면 “단 한 방울의 원유도 수출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며 역내 석유·가스·전력·경제 시설을 타격 대상으로 삼겠다고 경고했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