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초부유층, 주식 대신 ETF로 바꿔 세금 회피

2026-07-23 13:01:04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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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차익 과세 연기

미 재무부 규제 검토

미국 초부유층 사이에서 큰 폭으로 오른 주식을 팔지 않고 맞춤형 상장지수펀드(ETF)로 옮겨 세금을 미루는 전략이 확산하고 있다. 당장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은 채 특정 종목에 쏠린 자산을 분산할 수 있어 월가 자산관리업계의 새로운 절세 상품으로 떠올랐다.

블룸버그통신은 22일(현지시간) 미국 세법 351조를 활용해 만들어진 ETF가 105개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들 ETF는 상장 당시 모두 221억달러의 자산을 보유했고, 최소 65억달러의 미실현 평가이익에 대한 과세를 미뤘다. 절반 이상이 지난해 상장됐다.

대표적인 사례는 전자레인지용 간편식 ‘핫포켓’을 개발한 메라지 일가다. 이들은 지난 2월 약 5억4000만달러어치 주식을 넣어 MIG 코어 ETF(MIGO)를 출범시켰다. 이후 웨스턴디지털과 씨게이트, 마이크론 등의 비중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351조는 투자자가 보유 주식을 새로 세운 회사에 현물로 출자하고 그 대가로 회사 지분을 받으면 즉시 세금을 물리지 않는 제도다.

2019년 ETF 관련 규정이 바뀌면서 이를 맞춤형 ETF에 활용할 길이 넓어졌다. 예컨대 10년간 주가가 약 10배 오른 애플 주식을 그대로 팔면 거액의 양도차익이 발생한다. 그러나 여러 자산과 함께 ETF에 넣은 뒤, ETF가 주식을 현금 대신 다른 증권과 교환하는 ‘현물 환매’를 이용하면 애플 비중을 세금 없이 차츰 낮출 수 있다.

세금이 곧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가 나중에 ETF 지분을 팔면 기존 주식의 최초 매입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내야 한다.

다만 납부 시점을 은퇴 이후로 미루면 낮은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고, 사망 뒤 상속하면 취득가격이 상속 시점의 시가로 다시 정해져 그동안 쌓인 양도차익세가 사실상 사라질 수도 있다. 세금으로 나갈 돈을 계속 굴릴 수 있다는 점도 큰 이점이다.

문제는 일부 ETF가 처음부터 세금을 피하며 고평가 주식을 처분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의심을 받는다는 점이다.

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351조 ETF는 출범 후 1년 동안 평균 51%의 보유 종목을 교체했다. 일반 액티브 ETF의 33%보다 훨씬 높다. 스노플레이크와 데이터도그 초기 투자자들이 넣은 것으로 보이는 약 2억달러어치 주식을 곧바로 S&P500 종목으로 바꾼 사례도 있다.

미 재무부는 이 거래를 조세 회피 가능성이 있는 ‘관심 거래’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케빈 샐린저 재무부 세제정책 담당 차관보 대행은 ETF의 현물 환매 제도가 “계획된 분산투자의 자산을 세탁하도록 설계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규제가 강화되기 전까지 맞춤형 ETF를 둘러싼 초부유층과 과세당국의 줄다리기는 이어질 전망이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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