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우디, 평화적 원자력협정 체결

2026-07-23 00:00: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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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재처리 허용하나

핵 비확산 논란 촉발

지난달 4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에 참석한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장관(왼쪽)이 발언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평화적 원자력 협력 협정을 체결하면서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허용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 에너지부는 22일(현지시간)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과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이 미 원자력법 123조에 따른 이른바 ‘123 협정’과 양자 안전보장조치 협정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에너지부는 이번 협정이 미국 기업들의 사우디 원자력 프로그램 참여를 확대해 미국 기업과 노동자, 공급망에 혜택을 주는 동시에 사우디의 에너지 수요 충족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높은 수준의 원자력 안전과 안보, 핵 비확산 기준을 유지하고 양국의 전략적 협력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핵심 쟁점인 사우디의 자체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허용 여부는 공개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협상 과정에서는 사우디가 자국 내에서 우라늄을 농축하거나 사용후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할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안이 논의 돼 왔다. 미국 측 인력만 핵심 기술과 시설에 접근하는 이른바 ‘블랙박스’ 방식도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2009년 미국과 원자력 협정을 체결한 아랍에미리트(UAE)가 자체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를 포기한 것과 대비된다. UAE는 이른바 ‘골드 스탠더드’를 받아들이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강화된 사찰 체계도 수용했다.

반면 사우디는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자체 핵연료 주기 확보 가능성을 포기하는 데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현재까지 공개된 협정 내용만으로는 사우디가 어느 수준까지 농축·재처리 권한을 확보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

중동의 핵 확산 우려도 커지고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2018년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면 사우디도 뒤따를 것이라는 취지로 밝힌 바 있다. 사우디에 농축이나 재처리 가능성이 열릴 경우 튀르키예와 이집트 등 주변국에서도 유사한 권리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미국이 이란에는 핵 프로그램 폐기와 핵물질 반출을 요구하며 사우디에는 유연한 기준을 적용할 경우 ‘이중잣대’ 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제적 이해관계도 크다. 미국은 이번 협정으로 사우디의 대규모 원전 건설시장에 자국 기업이 진출할 제도적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원자로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며 계약 규모는 수십억달러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

미국으로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사우디 원전시장 진출을 차단하고 중동에서 전략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사우디 역시 원전을 확대하면 국내 발전에 사용하는 석유를 수출로 돌려 원유 수출 여력을 높일 수 있다. 또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동시에 미국과의 전략적 관계를 강화하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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