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토론…이 대통령 “잃어버린 30년 우려”
“최대한 국민 의견 듣고 정책 결정할 것”
“고신용·고자산 차주에 부담금 부과” 제안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부동산은 주거 수단인 동시에 투자 수단이기도 하지만 어느 쪽의 비중이 더 커야 하는지가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대토론회에서“공급과 금융, 세제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을 놓고 국민 의견을 충분히 듣고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최근 부동산 시장이 매매·전세·월세가 모두 오르는 ‘트리플 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어떤 국민적 의견을 모아 나갈지 중대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사람이 살아가는 데 의식주가 중요한데 보금자리는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물리적 공간으로 누구나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주택이 주거 수단인 동시에 돈을 버는 수단이 됐다. 지금도 투자 기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 비중이 어느 정도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국민의 자산 가운데 부동산 비중이 가장 크고, 객관적인 수치로 봐도 부동산 가격 비중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가운데 하나일 것”이라며 “좁은 국토에 많은 사람이, 특히 특정 지역에 집중되다 보니 토지는 제한돼 있는데 수요는 계속 늘어 가격이 상승하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일본의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도 한때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다가 결국 한계점에 이르면서 풍선처럼 터졌고, 이른바 ‘잃어버린 30년’을 겪었다”며 “우리도 그 정점을 향해서 달리고 있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분들이 꽤 있다.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국민들의 공감대”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가격은 결국 시장 원리에 따라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된다며 공급 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과거에는 그린벨트를 해제하거나 신도시를 만들면서 문제를 해결했지만 지금은 서울에서 새로운 택지를 찾기가 쉽지 않고, 개발을 두고도 찬반이 엇갈리는 등 공급의 한계가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조세와 금융 정책 부문도 핵심 논의 과제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조세는 원래 국가 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인데 특정 분야의 수요를 억제하거나 공급을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어디까지 정당한지 논쟁이 있을 수 있다”며 “금융도 국민이 맡긴 자금을 누구에게 활용할 기회를 줄 것인지 결국 정책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토론회에 앞서 진행된 의견수렴 결과를 보니 과거에는 부동산을 투자 또는 투기 수단으로 보는 인식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쾌적한 삶의 보금자리라는 측면이 많이 강조됐다”며 “청년, 신혼부부, 다자녀 가구에 대한 특별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크게 늘었다”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정책은 다수결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국민의 의견을 듣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며 “합리성이 있다면 다수의 의견을 따라가야 하고, 그 과정에서 갈등과 저항이 있더라도 책임 있게 결정하는 것이 공직자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에는 정부 관계자와 분야별 전문가는 물론 부동산 관련 유튜버, 공인중개사, 맘카페 운영진, 청년 등 일반 국민 등 140여명이 참석했다.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진행된 전문가 발제에선 새로운 금융 규제 방안으로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 도입 필요성이 제안됐다. 기존 대출 총량 규제가 아니라 고액 주택담보대출에 비용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확보한 재원을 주거 취약계층 지원에 활용하자는 구상이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