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영토·바다, 고교 지리교과 정규수업 속으로
해수부, 수행평가 모델 개발·확산 위한 교사 연수 개최
입시에 도움되는 실용적 해양교육 통해 교육효과 높여
한국은 중국·일본과 바다를 공유하고 있다. 세 나라가 주장하는 배타적경제수역(EEZ)을 그려보면 해역이 겹친다.
바다와 해양영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인접국과의 갈등은 물론 발전적인 협력 관계도 제대로 생각하기 어렵다. 해양법과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해양 갈등을 이해하고 합리적으로 해결할 역량을 키우는 일은 우리 교육에서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2026 해양영토 교육 수업모델 개발사업’은 이런 취지에서 시작됐다. 전문 강사가 학교를 찾아가 특강과 과제탐구를 진행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교사가 직접 정규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더 많은 학교와 학생에게 해양영토 교육을 확산하기 위해서다.
◆지리 교사를 위한 해양영토 심화 강의와 ‘양자 GIS’ 실습 = 연수 개회식에는 류동근 국립한국해양대 총장, 강동진 해양과기원 부원장, 이재영 해수부 해양영토과장, 오강호 전남대 무인도서연구센터장 등이 참석했다.
이 과장은 “강대국에 둘러싸인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학생들이 해양영토의 개념을 이해하고 국익 차원에서 해양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수는 양희철 해양과기원 해양법·정책연구소장의 해양영토 개념과 중요성, 해양 분쟁사례에 대한 강의로 시작했다. 양 소장은 △해양법의 변천과 영해기선·기점 △해양관할권 등 기본 개념부터 바다를 둘러싼 한·중·일의 경쟁과 협력 상황까지 폭넓게 다뤘다. 특히 주제별로 학생들과 토론하고 질문할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실제 수업과의 연계 가능성을 높였다. 이어 김재명 서경대 교수가 공간정보의 기초와 개방 지리정보시스템인 ‘양자지리정보시스템’(QGIS) 활용법을 강의했다.
양자지리정보시스템은 공간정보를 시각화하고 분석·편집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해양 분야에서는 영해와 배타적경제수역의 경계 획정, 항로와 어업구역의 중첩 영역 등을 분석하는 데 활용된다. 교사들은 양자지리정보시스템을 이용해 우리나라와 주변국의 영해와 접속수역, 한중일 세 나라가 주장하는 배타적경제수역의 중첩 해역을 직접 그려보며 수업 활용법을 익혔다. 연수에 참가한 교사들은 포괄적으로만 알고 있던 해양영토 문제를 구체적으로 배울 수 있어 유익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학생들의 수준과 디지털 활용 능력이 서로 다른 교실에서 양자지리정보시스템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과제로 제기됐다.
김명희 울산강남고 교사는 “‘한국지리’ 첫 단원에 영해 관련 내용이 나오지만 보통은 주요 시험 개념 위주로 간단히 다루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내용을 심화해 배울 수 있어 도움이 됐지만 지리정보시스템을 처음 접하는 교사가 곧바로 수업에 활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동은 부산중앙고 교사는 “지리정보시스템 분석 방법은 대학에서 배워 익숙하다”며 “요즘 학생들은 디지털 기기에 익숙해 수업에서도 잘 따라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규수업에 적용할 수행평가 모델 제안 = 교사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인 시간은 지리교과에 해양영토 교육을 접목한 수행평가 모델 강의였다.
조해수 대전 중일고 교사는 지난해 해양영토 교육 탐구보고서 대회 우승팀을 지도한 경험을 바탕으로 실제 수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행과제와 성취기준, 평가 방법 등을 제시했다.
조 교사는 “‘한국지리탐구’ 수업에서 그대로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인 모델을 구성했다”며 “양자지리정보시스템 활용 여부를 두고는 고민이 컸다”고 설명했다. 실제 수업에 적용하면 학생 사이의 디지털 활용 능력 차이가 크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어려움을 겪은 학생들도 실습을 마친 뒤에는 높은 만족도와 성취감을 보였다고 전했다.
조 교사는 “학교에서 전문적인 공간정보 프로그램을 직접 활용해본 경험 자체가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준다”며 “학교 여건과 교사의 판단에 따라 수행평가에 적절히 활용한다면 값진 경험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별 토론에서는 해양영토 수업을 어떤 과목에서 어떻게 다룰지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양자지리정보시스템을 실제 수업에 활용하려면 교사를 대상으로 한 추가 심화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세계시민과 지리’나 ‘한국지리탐구’와 같은 지리교과의 다른 과목에 접목하거나 한 학기 자율탐구 프로젝트로 운영할 수 있다는 제안도 나왔다.
학기 초 평가계획에 반영해 정규 수행평가로 운영하면 학생들의 활동 내용을 학교생활기록부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기재할 수 있어 진학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연수를 마친 교사들은 학교로 돌아가 지리 정규수업에 해양영토 교육을 담아낼 방안을 연구하게 된다.
해수부와 전남대 무인도서연구센터는 향후 5개 학교를 선정해 시범수업을 운영하고 개발한 수업모델을 검증해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부산 =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조진경 리포터 jinjing87@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