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186조 순매도 속 레버리지 ETF ‘직격탄’…당국, 홍콩식 규제 추진

2026-07-30 13:00:05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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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개인 순매수 87% … 증시 급락에 투자손실 눈덩이

빗발치는 당국 책임론 … 국회에서 금융당국 수장 사과

개인 투자한도 20% 제한·배수 조정 등 추가대책 마련

국내 증시가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CB) 발동 등으로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면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개인투자자의 손실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시장 변동성을 키웠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이를 허용한 금융당국의 제도 운영을 둘러싼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다. 금융당국 수장들은 공개 사과와 함께 추가 보완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금융감독원이 2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은 코스피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과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원화 약세에 따른 환차손 부담 등으로 올해 1월부터 이달 24일까지 국내 주식을 186조2000억원 순매도했다. 분기별로는 1분기 69조3000억원, 2분기 105조8000억원을 순매도했고 이달 들어서도 11조1000억원을 팔았다.

같은 기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순매수액의 87%는 개인투자자가 차지했다. 외국인이 현물주식을 대거 처분하는 동안 개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종목의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레버리지 상품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이다.

주가가 급락하자 손실이 배로 불어난 데다 ETF 운용 과정에서 기초주식과 같은 방향의 매매가 반복되면서 시장 변동성을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시가총액은 지난달 25일 16조5000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하락으로 이달 21일 9조8000억원까지 감소했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11조8000억원으로 현물주식 일평균 거래대금 24조1000억원의 49.1%에 달했다. 일평균 매매회전율은 107.9%로 현물주식이나 다른 ETF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개인의 누적 순매수액은 14조1000억원에 달했다. 외국인은 1조5000억원, 일반법인 등 기타 투자자는 7000억원을 각각 순매수했다.

29일 JP모건은 국내 레버리지 ETF 청산율이 약 75% 진행된 것으로 평가했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국내·외 한국 관련 레버리지 ETF 잔액이 지난달 22일 525억달러에서 현재 190억달러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 과정에서 개인투자자가 입은 총손실은 387억달러, 약 5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업무보고에서 여야 의원들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을 거세게 비판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금융당국의 최종 책임자로서 시장 신뢰 등의 측면에서 제대로 부응하지 못한 부분을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ETF) 증권신고서를 수리하는 시점에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었다”며 “지금도 일정 부분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며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주가가 다시 급락하자 정부는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추가 규제를 즉시 추진하기로 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최근 주가 급락이 중국발 메모리 반도체 경쟁 심화와 미국 빅테크 기업의 자금조달 우려가 확산한 가운데 그동안의 주가 급등에 따른 조정과 투자심리 위축, 수급 불안이 맞물리면서 낙폭이 커진 것으로 평가했다.

지난달 말과 비교한 이달 28일 기준 코스피 하락률은 28.9%로 미국(-0.4%), 일본(-11.0%), 중국(-6.9%), 대만(-9.8%) 등 주요국보다 컸다.

정부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투자 쏠림이 주식시장 변동성을 확대했다는 판단에 따라 추가 조치를 즉시 추진하기로 했다. 전체 투자금액 가운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투자 비중을 20% 이내로 제한하고 과도한 단기매매를 억제하기 위해 거래비용 부담도 높이기로 했다.

선물시장에 적용하는 과다호가부담금과 유사한 제도를 도입해 지나치게 빈번한 주문과 거래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기존 사전교육에 더해 투자자가 실제 손익구조와 변동성을 체험할 수 있도록 모의거래 과정도 신설한다.

홍콩이 도입한 가변 레버리지 방식을 추진 대상에 포함시켰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는 다음 달 3일부터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의 배율을 기존 2배로 고정하지 않고 시장 상황에 따라 1.8배나 1.5배 등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이 같은 해외 사례를 참고해 시장이 급변할 경우 당국이 레버리지 배율을 낮추는 등 시장안정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앞서 발표한 기본예탁금 상향 조치는 31일부터 시행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투자자는 현금 3000만원의 기본예탁금을 보유해야 하며 신규 투자자뿐 아니라 기존 투자자의 추가 매수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신규 상장은 잠정 중단됐고 상품 광고도 금지됐다. 오는 11월에는 매매수량 단위를 현행 1좌에서 잠정 20좌로 확대해 소액·단기 매매에 대한 접근성을 낮출 예정이다.

정부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규제와 함께 상장사 기업가치 제고와 지배구조 개선, 코스닥시장 체질개선 등 자본시장 구조개혁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단기적인 투자 쏠림을 억제하는 동시에 증시의 구조적인 변동성 요인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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