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대행 실행범, 법원서 잇달아 유죄 판결

2026-07-30 13:00:26 게재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의뢰인 첫 검거 … 배후 수사 본격 확대

돈을 받고 타인의 사적 보복을 대신해주는 이른바 ‘보복대행’ 범죄가 잇따라 적발되면서 대응이 실행조직을 넘어 의뢰인과 배후까지 확대되고 있다. 전국을 돌며 활동한 조직의 관리책과 실행자들이 재판에 넘겨진 데 이어 다른 지역에서도 유죄 판결이 이어졌고, 경찰이 의뢰인을 검거한 사실도 처음으로 공개되면서 범행 전 과정을 겨냥한 추적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인천지방검찰청 형사5부(부장검사 방준성)는 29일 재물손괴와 주거침입 등의 혐의가 적용된 실행조직 관리책인 20대 A씨를 구속기소했다. A씨의 지시에 따라 움직인 20대 남녀 2명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4~6월 인천·경기·부산·제주 등 전국에서 아파트와 식당 등을 대상으로 모두 10차례 사적 보복을 실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는 9명으로, 방탄소년단(BTS) 멤버가 방문해 알려진 제주의 한 식당 관계자도 포함됐다.

범행 수법도 다양했다. 주거지 현관문과 식당 간판에 페인트와 래커를 뿌리고 허위 비방 전단을 살포하거나 밀가루와 계란을 던지고 바닥에 물엿을 뿌려 출입을 방해했다. A씨는 의뢰인 모집책으로부터 건당 200만원을 받아 절반가량을 실행자들에게 나눠준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조직에서 활동한 또 다른 20대 남성은 지난 24일 인천지법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는 퀵서비스 기사로 가장해 피해자 주거지 등에 침입한 뒤 페인트를 칠하고 날계란을 던지는 등 전국에서 네 차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이어졌다. 수원지법은 지난 29일 텔레그램을 통해 비대면으로 전달된 요구에 따라 경기 화성시의 한 아파트 현관문 등에 빨간색 래커를 뿌리고 본드를 바른 뒤 허위 비방 전단을 살포한 20대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그는 인터넷 대출을 알아보던 중 이러한 일을 제안받았고, 인증 영상을 보낸 뒤 7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대행 보복 범죄는 점조직 형태로 운영돼 적발이 쉽지 않고, 가해자는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아는 반면 피해자는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워 지속적인 불안과 고통을 겪을 수 있다”며 “금전적 이익만을 목적으로 저질러진 만큼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다만 초범인 데다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한 점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의뢰인을 겨냥한 경찰의 추적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전 연인이 만남을 거부하자 돈을 주고 사적 보복을 맡긴 혐의로 30대 남성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이 대행 범죄 의뢰인을 검거한 사실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남성은 지난해 12월 전 연인의 집 현관에 오물을 뿌리고 허위 사실이 적힌 전단을 살포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휴대전화에서 의뢰 정황을 확인한 뒤 사건을 이송받아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에 따라 현재는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도 사적 보복 범죄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실행자가 작성한 보고서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하며 “사적 보복 대행은 중대범죄”라고 강조했다.

검찰과 경찰은 실행자 검거에 그치지 않고 모집책과 총책, 실제 범행을 의뢰한 배후까지 추적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인천 사건과 양천 사건 모두 배후 규명이 진행 중인 만큼 관련 조직과 의뢰인에 대한 조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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