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정보 유출, 실질적인 배후인물 거론
3개 카드사 정보 빼돌려 판매한 박 차장·조 실장과 연관된 B 미디어 대표 존재
고객정보 대출중개에 사용한 듯
3개 신용카드사에서 1억580만건의 고객정보를 빼돌려 판매한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박 모 차장과 에이앤알커뮤니케이션(A&R커뮤니케이션)의 대주주이자 이비플미디어 실장인 조 모씨를 뒤에서 실질적으로 움직인 인물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검찰에 따르면 박 차장은 3개 카드사에서 빼돌린 고객정보를 조 실장에게 팔았고, 조 실장은 1억580만건의 정보 중 103만건을 보험설계사인 이 모씨에게 판매했다. 박 차장이 수수한 돈은 1650만원이었고 조 실장은 이씨한테 2300만원을 받았다.
박 차장과 조 실장은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나와 "우발적으로 범행했고 더 이상의 판매나 유통은 없다"고 일관되게 말했다.
◆ 조 실장, A&R 커뮤니케이션 비풀미디어 등 명함 갖고 다녀 = 그러나 조 실장의 행적을 살펴보면 이같은 진술에 의구심이 든다. 조 실장은 지난 2008년 10월 누나인 조 모씨와 함께 광고대행업 및 인터넷 광고매체 판매업을 하는 이비플미디어를 차렸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옥당빌딩에 위치한 이비플미디어는 공교롭게도 A&R커뮤니케이션 주소지와 겹친다. 2009년 12월 설립한 A&R커뮤니케이션은 지난해 10월 서울 금천구 가산동으로 이사 가기까지 이비플미디어와 사무실을 같이 썼다.
A&R커뮤니케이션의 장 모 대표이사와 금전거래 및 사업상 거래가 있었던 조 실장은 A&R커뮤니케이션 주식의 50%를 소유중이다. 박 차장은 지난 2012년 12월까지 A&R커뮤니케이션의 이사로 참여하기도 했다. 조 실장과 박 차장, 장 대표가 오래전부터 관계를 맺어왔던 것이다.
그런데 조 실장은 이상하게도 이비플미디어·A&R커뮤니케이션의 명함 뿐만 아니라 비풀미디어의 명함을 갖고 다니며 영업을 했다고 한다. 지난 2007년 6월 설립한 비풀미디어는 광고대행업과 대부업, 대출중개를 하는 회사로 안 모씨가 대표로 있다. 감사는 이 모씨인데, 이씨는 조 실장이 차린 이비플미디어의 감사로도 참여했다.
◆사건 연루자들 역할 분담해 정보수집, 광고대행, 대출중개 = 이씨는 같은 기간에 뱅크풀의 대표이사로 활동했다. 애초 뱅크풀은 삼성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상무보가 경영승계 첫 수업인 인터넷비즈니스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던 2000년 7월 삼성그룹 계열사인 가치네트의 자회사로 설립됐다.
인터넷 기반 금융상품 중개서비스를 하던 뱅크풀은 2001년 12월 가치네트에 흡수 합병된 후 법인은 해산됐다. 가치네트 자회사 시절 뱅크풀에 이씨도 이사로 참여했다.
뱅크풀이 해산되자 이씨는 똑같은 이름으로 온라인·오프라인 대출중개 서비스를 하는 새로운 뱅크풀을 2002년 1월 설립했다. 조 실장은 씨티캐피탈에 근무하다 이씨가 새롭게 만든 뱅크풀에 스카웃됐다. 이같은 정황으로 미루어 볼때 조 실장이 차린 이비플미디어도 이씨가 실질적인 주인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조 실장, 장 대표, 박 차장 등이 역할을 분담해 개인정보 수집과 광고대행, 더 나아가 직접 대출과 대출중개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영주 의원(민주당·서울 영등포 갑)실 관계자는 "박 차장이 금융기관 위변조방지스템을 개발하면서 개인정보를 빼오고 이씨의 비풀미디어는 직접 영업을 하고, 장 대표는 광고대행 등 개인정보를 판매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검찰은 새로운 인물과 피의자의 특수관계가 밝혀지는 만큼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 나와 이비플미디어를 수사중이라고 밝힌 검찰은 여러 가지를 확인중에 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뱅크풀과 이씨는 잘 모르는 이름인데, 뱅크풀과 비풀미디어도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기자가 이씨의 답변을 듣기 위해 서울 종로구 숭인동에 위치한 비풀미디어를 방문했으나 사무실이 없었다. 등기부등본상 비풀미디어가 위치해 있는 건물 관리인은 “지난 2010년초부터 아버지를 대신해 내가 관리하는데, 비풀미디어라는 회사를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씨가 감사로 참여한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소재 이비플미디어도 찾았으나, 이씨는 거기에도 없었다. 건물주는 “2년 계약으로 있었는데, 계약이 갱신된 후 임대료가 연체되고 시세보다 낮아 지난해 12월 나가라고 했다”고 밝혔다.
뒤늦게 연락이 닿은 이씨는 고객정보 유출사건과의 관련성을 전면 부인했다. 이씨는 “지난 2008년 3월에 사업이 안돼 뱅크풀을 폐업한데 이어 2009년 4월에도 같은 이유로 비풀미디어를 접은 후 삼성 입사 동기와 함께 농산물 유통회사에서 일하고 있다”며 “지난 6년 동안 대출중개 일을 해본 적이 없고 박 차장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또 조 실장이 차린 이비플미디어의 감사로 참여한 이유에 대해 이씨는 “뱅크풀과 비풀미디어에서 일했던 조 실장이 온라인 광고를 맡아서 해보겠다고 해 광고사업을 양도했는데, 내야 할 세금이 밀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 실장이 차린 이비플미디어의 감사로 참여하게 됐다”며 “회사 경영에 참여하거나 같이 일을 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