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경제지주, 조합사업 방해 우려"

2016-06-14 11:22:23 게재

민간농업연구소에서 제기

농협법 개정안 논란 확산

농협중앙회(회장 김병원)가 100% 출자한 농협경제지주사가 일선 농·축협 사업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당초 예정대로 내년 2월 농협경제지주를 가동하겠다며 이를 뒷받침하는 내용으로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여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를 작성한 지에스앤제이(GS&J. 이사장 이정환)는 국내 대표적 민간농업연구기관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3월엔 '농협경제지주사 어떻게 만들 것인가' 보고서를 통해 중앙회가 경제지주와 별개로 축산지주를 설립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해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GS&J는 13일 '농경제지주와 조합, 갈등인가? 상생인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농협경제지주사의 사업 활성화는 같은 사업을 하는 조합(농·축협)과의 경쟁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고, 미래에 회원조합이 수행할 수 있는 사업을 지주사가 선점해 지주사가 조합의 사업 확장에 장애요인이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농협경제지주는 2011년 농협법 개정으로 농협금융지주와 함께 탄생했다. 농협중앙회가 담당하던 농산물 판매·유통 등 경제사업과 은행 등 신용사업을 각각 경제지주와 금융지주로 분리해 전문성을 강화,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목적에 따른 것이다.

경제지주와 금융지주는 모두 중앙회가 100% 출자했다. 금융지주는 2012년 법 시행과 함께 중앙회 신용사업을 넘겨받아 출범했지만 경제지주는 2017년까지 중앙회 경제사업을 단계적으로 이관받기로 했다.

하지만 일선 조합을 중심으로 경제지주를 둘러싼 우려가 제기된다. 중앙회가 출자한 경제지주가 중앙회의 주인인 조합 사업을 잠식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중앙회가 경제지주 자회사 농협양곡을 통해 쌀을 팔면 일선 조합이 판매하는 쌀사업과 경쟁할 수밖에 없고, 전국적 사업기반과 자금을 갖춘 경제지주 자회사가 조합 사업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실시된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한 각 후보들도 이런 문제를 지적했고, 김병원 회장도 경제지주 폐지를 공약한 바 있다.

GS&J는 중앙회와 이런 갈등을 피하기 위해 역할분담이나 공동사업 방식을 통해 경제지주와 회원조합의 이익이 일치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중 역할분담 방식은 각자 강점이 있는 사업부문을 특화해 담당하는 것이지만 시장환경 변화에 따라 강점과 약점이 바뀔수 있고, 이미 사업영역이 겹치는 부분도 있어 조정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이에 보고서는 공동사업 방식을 통한 상생을 모색할 것을 제안했다. 이정환 GS&J 이사장은 "현재 경제지주가 소유하고 있는 자회사에 회원조합이 출자하거나 합병해 공동사업법인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경제지주 자회사 지분의 일부 또는 전부를 희망하는 회원조합에 매각하거나 회원조합을 대상으로 증자 △각각의 소유권은 유지한 채 경영조직만 통합한 후 각 공장에서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생산해 단일 랜드를 사용하는 연합사업 △경제지주가 회원조합의 자회사 또는 조합공동사업 법인에 출자해 회원조합과 공동사업을 확대하는 방식 등을 추진할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16일엔 좋은농협만들기 국민운동본부와 한국농업경영인조합장협의회, 전국신임조합장협의회, 농협조합장 정명회 등이 '농협중앙회 개혁과 농협경제지주의 과제'를 주제로 국회에서 토론회를 연다. 김두관 김현권 유성엽 위성곤 이개호 홍문표 황주홍 의원도 공동주최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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