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족수 간신히 채운 증권선물위원회

2019-04-12 10:46:14 게재

위원 3명 12일 정례회의 … 자본시장 중요성 큰데 전문가 못 구해 '돌려막기'

증권선물위원회가 위원 정족수를 간신히 채운 가운데 12일 정례회의를 열었다.

하루 전인 11일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가 비상임위원에 임명되면서 증선위원은 3명으로 늘었고 의결 정족수를 충족하게 됐다. 증선위원 정원은 모두 5명으로 이중 3명 이상의 위원이 찬성해야 의결을 할 수 있다.

증선위는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사건에서 '고의적 분식'이라고 결론을 내린 금융위원회 산하 합의제 행정기구다. 이른바 '삼바 사건'으로 세간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지만 실제로 증선위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하다.


증선위는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주가조작, 미공개정보이용 등)와 관련한 제재, 기업의 회계기준과 감리, 자본시장의 각종 인허가 결정과 제재 등을 사실상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기구다.

기업의 분식회계 여부에 대한 판단은 증선위를 거쳐 검찰 수사로 이어지는 게 통상적이다. 자본시장과 관련한 업무는 대부분 증선위를 거친다. 자본시장에서 관심이 높은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사건'의 제재나 증권회사의 초대형 IB(투자은행) 인가 등도 증선위에서 결론을 낸다. 증선위원은 금융위원장의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로 임기는 3년이다.

하지만 이달 5일 증선위 비상임위원 2명이 임기 만료로 물러났고 김학수 상임위원이 금융결제원장에 선임되면서 증선위원 3자리가 공석이 됐다. 5명 중 김용범 위원장(금융위 부위원장)과 이상복 비상임위원 2명만 남게 되면서 회의 개최가 어렵게 됐다.

12일 정례회의 전까지 후속인사를 통해 공석인 증선위원 자리가 모두 채워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이준서 위원 1명만 임명됐다.

일각에서는 증선위원 후보 2명이 청와대 인사검증을 통과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증선위가 당분간 제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공무원이 아닌 비상임위원 3명은 통상 각각 법률·회계·금융전문가 등으로 구성되는데, 현재 회계전문가 출신 위원이 공석인 상태다. 따라서 회계 관련 사안은 증선위 심리가 사실상 중단됐으며 다른 중요사안 역시 3명의 위원만으로는 결론을 내리기 어렵게 됐다.

비상임위원은 주로 교수나 변호사들이 임명되는데, 겸직이 금지되고 영리목적의 사업을 할 수 없다. 감독 대상이 되는 단체의 임직원이나 그 밖의 보수를 받는 직을 맡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중요성이 큰 자리인데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이 증선위원에 임명되는 것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복 위원은 2015년 임명돼 지난해 12월 임기가 끝났지만 올해 2월 다시 임명됐다. 이달 5일에 임기가 끝난 조성욱 위원은 2013년 임명됐고 6년간 증선위원을 지냈다. 한차례만 연임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이번에 물러났다. 임기가 끝난 박재환 위원은 연임 제안을 받았으나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을 구하지 못해 증선위원을 사실상 돌려막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증선위원 후보자인 모 대학 교수는 '학기 중이어서 정례회의를 금요일로 옮겨달라'고 했고 증선위는 당초 수요일에 열렸던 정례회의를 금요일로 바꾸기까지 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회계와 자본시장에서 증선위의 기능이 매우 중요하고 임기가 3년으로 정해져 있으면 사전에 후보군을 구성해 준비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청와대 역시 증선위원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KB증권은 초대형 IB인가를 기다리고 있지만 증선위원이 모두 임명되기 전까지는 인가심사가 보류된 상태다. 지난달 28일 마지막 증선위가 열린 날 KB증권의 초대형IB인가 안건이 올라갈 수 있었지만 '물러나는 위원들에게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로 심사를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3명의 위원으로 의결이 가능하지만 시효 만료를 앞둔 사안(제재) 등 중요성이 크지 않은 안건을 중심으로 의결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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