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여기에도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2021-01-06 12:25:30 게재
‘엄마에게 안좋은 냄새가 난다. 엄마 몸에 자꾸 벌레가 생기고 파리들이 날아온다. 답답할까봐 미안했지만 엄마 몸을 테이프로 묶었다. … 어제는 누군가 문을 두드렸지만 꽁꽁 싸맨 엄마를 데려갈까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높으신 분들이 검찰개혁 문제로 힘겨루기를 벌이던 지난해 11월, 37살 발달장애인 ㄱ씨가 지하철 이수역에서 구걸을 하다 한 사회복지사에게 발견됐다. 경찰과 함께 찾아간 ㄱ씨 집. ㄱ씨 엄마는 이불과 테이프에 꽁꽁 묶인 모습으로 발견됐다. 뼈가 드러날 정도로 심하게 부패된 시신은 사망한지 6개월이 다 된 상태였다. 지능이 채 10살에 못 미치는 ㄱ씨는 죽은 엄마와 함께 수개월을 살다가 배고픔을 어쩌지 못해 거리로 나섰다.

해당 자치구는 ㄱ씨 가족이 기초생활수급자였지만 부양의무자 기준에 걸려 생계급여와 의료급여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두달에 한번 복지부가 지자체로 보내주는 34종 위기가구 명단에 ㄱ씨 가족은 들어있지 않았다. 위기가구가 신규 가정 위주로 작성되는 바람에 오래전부터 기초생활수급자였던 ㄱ씨 가족은 명단에서 빠졌다. 서울시는 지난해 75세 이상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했다. 자녀가 부양능력이 있어도 75세가 넘으면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ㄱ씨 엄마는 60세였다.

코로나가 번지면서 자치구와 서울시 복지 공무원들은 밀려드는 업무처리에 하루가 짧았다. 찾아가는동주민센터는 ㄱ씨 가족을 찾지 못했고 긴급돌봄은 ㄱ씨 가족을 돌보지 못했다. ㄱ씨가 구걸을 위해 거리에서 노숙생활을 하지 않았다면 ㄱ씨 엄마는 여태껏 그대로였을지 모른다.

비슷한 시기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선 코로나가 퍼지고 있었다. 11월 말 직원 확진자가 나왔고 12월 중순부터 3일마다 수백명씩 확진자가 추가됐다. 수용자들은 코로나 전파가 신규 입소자 때문인지 먼저 감염된 직원 때문인지 모른 채 공포에 떨었다. 마스크도 지급받지 못해 불안한 마음으로 한방에 붙어앉아 밥을 먹었다. 결국 방마다 확진자가 나왔다. 법무부가 검찰과의 싸움에 몰두하는 동안 동부구치소는 코로나 배양소가 된 것이다.

대한민국 대표 부촌인 서초구 송파구 한복판에서 지난 한달 새 벌어진 일이다. ㄱ씨가 살던 방배3동에서 10분만 가면 검찰청이 나오지만 ㄱ씨 삶과 검찰개혁 사이는 그보다 훨씬 거리가 멀었다. 동부구치소 상황도 인권을 내세운 정부와는 먼 당신이다.

이 두 사건이 정부의 존재이유를 묻고 있다는 것을 높으신 분들은 알까.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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