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술기업, 지능형전기차에 대거 베팅

2021-04-14 12:57:11 게재

샤오미·바이두·알리바바 등 참여 ... 차이신 “자동차시장 급속 재편 예상”


주요 기술기업들이 지능형 전기차산업에 대거 뛰어들면서 극심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138년 역사의 글로벌 자동차산업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기업 샤오미는 전기차 경쟁에 합류한 최신참이다. 지난달 말 향후 10년 동안 1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샤오미 창업자이자 CEO인 레이쥔은 “전기차 진출은 샤오미 역사상 가장 중요한 결정”이라며 “5~10년 동안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샤오미가 자동차사업에 진출한다는 루머는 한동안 회자됐다. 세계 3대 스마트폰 제조사인 샤오미는 스마트폰 시장의 포화로 신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강력한 압박에 직면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13일 “기술기업 업계에서는 자율주행과 연결성이 강화되는 지능형 전기차로의 혁명적 전환에 동참해야 한다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샤오미의 자동차 진출 선언 직전엔 인터넷 검색기업 바이두가 중국 자동차제조사 지리자동차그룹과 합작법인을 세워 스마트 전기차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 전자상거래 거물기업인 알리바바는 중국 최대 자동차제조사 상하이자동차그룹과 전기차 합작법인을 세웠다. 차량공유 기업 디디추싱은 자동차제조사 비야디와 협력해 차량공유용 전기차를 개발키로 했다.

전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 애플은 전기차와 배터리 설계에 뛰어들었다. 2024년 지능형 전기차를 출시한다는 목표다. 애플의 가장 큰 공급업체인 폭스콘 역시 자동차 제조능력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10월 고객맞춤형 전기차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플랫폼인 ‘MIH’를 공개한 바 있다.

미국 제재로 스마트폰 사업이 휘청거리는 이동통신장비 기업 화웨이는 베이징 소재 전기차 제조사인 북경자동차그룹 블루밸리에 자사의 스마트주행시스템을 납품하고 있다. 이를 탑재한 럭셔리 전기차가 오는 17일 선보인다. 화웨이가 거듭 부인하고 있지만 결국 자체적으로 자동차 제조에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었다.

세계 최대 전기차시장인 중국에 새로운 사업자가 등장하고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다시 가열되고 있다. 중국 자동차시장은 최근 전반적인 성장둔화를 겪었다.

시장 재가열은 부분적으로 테슬라의 성공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테슬라가 중국 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면서 비용은 줄이고 매출은 급신장시키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2020년 테슬라의 글로벌 판매량은 50만대를 넘었다. 기업가치는 743% 올라 8000억달러를 넘었다. 전통의 자동차기업 폭스바겐과 도요타, 다임러를 합한 것보다 더 많았다.

니오와 샤오펑, 리샹 등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역시 투자자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미국 증시에 데뷔했다. 2년 전만 해도 자금경색으로 파산 위기에 몰렸던 니오의 시장가치는 올해 1월 1000억달러를 넘기도 했다. 당시 테슬라와 도요타에 이어 전세계 시장가치 3위의 자동차제조사가 됐다.

중국 고객들의 커지는 입맛

바이두의 한 고위관계자는 “테슬라와 같은 초기 선구자들 덕분에 수년 동안 전기차에 대한 고객경험이 쌓이고 공급망이 구축되면서 전기차 시장이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더 중요한 건 초기 사업자들이 성공적인 사업모델을 증명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전기차가 날로 개선되는 배터리파워, 보다 정교해지는 자율주행의 두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표준기술과 부품이 도입되면서 자동차 제조의 신규진입 장벽을 낮췄다는 점도 주효했다. 자동차 공급망이 표준화되고 통합되면서 전문가들은 자동차 생산이 스마트폰 제조와 비슷해졌다고 지적한다.

중국 스마트폰 기업의 한 관계자는 차이신에 “자동차산업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면서 제조 부문은 장기적인 사업망의 한 부분이 됐다. 자동차 사업망엔 소프트웨어 서비스와 애프터서비스, 금융서비스까지 연관돼 있다”며 “각종 기기 제조사들이 수많은 지점에서 자동차시장을 두드리는 시대”라고 말했다.

전기차에 대한 중국 고객들의 입맛은 급속히 커지고 있다. 중국공안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기차 신규등록수는 46만 6000대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295%, 2019년 동기 대비 87% 늘었다. 중국의 전기차 총 등록대수는 3월말 기준 550만대다.

중국자동차제조협회에 따르면 2020년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전기차 판매대수는 전년 대비 11% 늘어난 140만대였다. 협회는 2025년 연 판매대수가 540만대를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빠른 성장세는 부분적으로 전기차에 대한 중국정부의 정책적 지원 덕분이다. 중국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중국 국무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산업개발계획에 따르면 자동차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은 2020년 5%에서 2025년 20%로 늘어날 전망이다. 2035년 중국 신차판매에서 순수 전기차가 1위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됐다.

스마트폰 시장 포화

샤오미 CEO 레이쥔은 지능형 전기차에 초기 투자금 15억달러, 향후 10년 간 1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그는 샤오미의 신산업 진출에 그동안 쌓아둔 자기자본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말 기준 1080억 위안(약 165억달러)의 현금성 자산을 갖고 있다.

레이쥔은 테슬라가 2013년 중국에 첫 진출한 이후부터 전기차 사업 진출을 꿈꿨다. 그는 테슬라 전기차 초기 소유주였다. 레이쥔은 그가 설립한 슌웨이캐피털과 함께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니오와 샤오펑을 비롯한 자율주행 관련 기업들에 대거 투자하고 있다.

샤오미의 특허자료를 보면 2012년 이후 300개 이상 자동차 관련 특허를 획득했다. 무선 이동통신과 데이터 프로세싱, 변속기, 주행통제시스템, 내비게이션 등이다.

샤오미는 인터넷서비스 회사를 표방하지만 기기 제조는 샤오미의 주된 수익원이다. 매출의 90%를 차지한다. 하지만 샤오미 이익에서 기기부문이 차지하는 건 15%가 안된다. 인터넷업계 평균 40%에 크게 못 미친다.

샤오미는 2020년 스마트폰 매출 1522억 위안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4.6% 늘었다. 성장세의 대부분은 해외 판매에서 비롯됐다. 샤오미가 미국 제재로 휘청거린 화웨이의 점유율을 가져간 덕분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경쟁은 극심하다. 판매량이 정점에 가까워졌다는 진단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기기 제조사들이 신수종사업을 찾아나선 배경”이라고 말한다. 샤오미는 전기차를 스마트폰, 반도체와 함께 세 가지 미래사업이라고 분류한다.

샤오미뿐만 아니다. 바이두는 올해 1월 지리자동차와 지능형 전기차를 만들기로 했다. 바이두와 지리는 지난달 새로운 벤처기업 ‘지두오토’에 대한 사업등록을 마쳤다. 바이두가 지분 55%를 갖는다. 지두오토는 3년내 첫 모델을 출시하기로 했다. 바이두 관계자는 “설계와 제조 준비를 능률화하게 되면 시간표는 당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알리바바의 전기차 사업 타진은 가장 빨랐다. 2015년 상하이자동차와 10억위안 의 합작벤처를 설립했다. 지능형 자동차 통제시스템 ‘알리OS’를 개발하기 위해서다. 이 시스템은 상하이자동차의 ‘MG RX5’ 모델에 탑재됐다.

알리바바는 또 샤오펑의 전기차 사업에 베팅했다. 지분 14.4%를 취득해 2대 주주가 됐다. 지난해 11월 상하이자동차는 알리바바, 상하이 푸동신구와 합작한 럭셔리 스마트카 브랜드 ‘IM’을 공개했다. IM은 내년부터 두 가지 신차 모델을 양산할 계획이다.

창조적 파괴로 인한 변화

단순 전기차에서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지능형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전기차 업계는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오랜 길을 달려왔다. 기술혁신으로 배터리 가격이 대폭 인하된 것 역시 전기차의 매력도를 높였다.

테슬라는 그 길을 가장 앞서 개척했다. 테슬라는 새로운 중국 공장 덕분에 제조물량을 확대하면서도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테슬라의 ‘무선업데이트’(OTA, over-the-air) 기능은 사용자들이 어디서든 소프트웨어를 구매하고 다운로드해 차량을 최신모델로 업데이트할 수 있게 한다. 이 기능 역시 전기차 제조사들에게 유망한 이익모델을 제시했다.

중국 안신증권에 따르면 테슬라 OTA를 통한 자율주행 기능 탑재 판매액은 2020년 9억5000만달러에 달했다. 이와 관련한 시장은 2025년 142억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능형 전기차의 급부상은 전통의 내연기관엔진 자동차제조사들에겐 전례없는 도전과제를 던진다. 수십년 동안 엔진과 변속기, 복잡한 구동시스템 등에 거액을 투자해왔다. 이는 신참자의 신규진입을 막는 거대한 장벽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전기차 시대는 배터리와 전기모터, 전기제어시스템 등 완전히 새롭고 단순한 구동 설계에 의존한다. 전기차 제조사들은 표준화된 기술과 부품으로 새로운 차를 만드는 데 들이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광저우자동차그룹의 한 자회사 대표인 웬가이는 "전통의 자동차와 비교하면 전기차 제조는 각기 다른 모듈로 쉽게 분리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자동차 관계자는 "전통의 차 제조사들은 기술 노하우와 관련해 전기차 스타트업들에 약 2년 뒤처졌다"고 말했다.

전통의 제조사들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과제는 새로운 자동차 개발의 필요성에 따라 전체 운영시스템을 개조하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연구개발에 드는 비용은 제조 비용을 능가한다.

웬가이는 "자동체 생산이 점차 모듈 기반으로 변하면서 기업들이 스마트폰 제조사들처럼 위탁제조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즉 제조와 브랜드가 분리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전기차 스타트업들이 자동차시장의 지배적인 플레이어가 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대부분 기업이 제조와 기술적 측면의 한계로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시장에 출시된 주요 지능형 전기차는 현재 자율주행 레벨3단계에 머물러 있다. 운전자가 주행과 관련해 여전히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긴급상황 발생시 운전대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완전 자율주행 단계가 되려면 보다 많은 투자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배터리 능력과 충전 인프라 역시 지능형 차 개발의 걸림돌이다. 중국 공업정보화부 전직 장관인 먀오웨이는 지난달 "중국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관련 산업개발을 부양하기에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기차 충전시설의 건설과 운영은 중국 내 인기 있는 사업이 아니다. 수익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충전 인프라는 중국 전기차 시장 확대에 아킬레스건"이라고 지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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