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공기 녹조독성, 미국의 523배

2022-09-21 11:18:48 게재

뇌 질환 유발 'BMAA' 등 1.5㎞까지 퍼져 … 강·농산물·수돗물 이어 공기까지 오염

미세먼지 크기의 '유해 남세균'(녹조. 시아노박테리아)이 에어로졸(액체 미립질)을 통해 공기 중으로 퍼진다는 사실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낙동강 녹조 문제 해결을 위한 대구공동대책위원회'와 '낙동강대구경북네트워크' 등 시민환경단체들은 21일 오전 11시 국회와 대구시청, 부산 등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동강 일대 공기 중 녹조독성 실태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대구 화원나루 낙동강변에서 에어샘플러로 녹조에 오염된 공기를 포집하고 있는 모습. 사진 낙동강네트워크 제공


4대강사업 이후 10년 동안 녹조 사태를 방치한 결과 강물과 농산물, 수돗물에 이어 공기까지 오염됐음이 전문 분석기관 실측에서 드러났다. 4대강사업이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사회재난으로 번지고 있다.

◆최소 1.5km, 최대 16㎞까지 퍼져 = 조사는 지난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대구 경남 부산 낙동강 권역 주요 지점에서 3차례에 걸쳐 이루어졌다.

낙동강변 공기 채집은 환경공학과 전문가 자문을 받아 장비를 대여해서 진행했다. 공기 분석은 부경대와 경북대에서 맡았다. 대한하천학회·파타고니아코리아·㈜마이크로발란스가 조사 장비와 인력, 비용을 후원했다.

공기를 포집해 분석한 결과 그 속에서 발암물질이자 간 독성, 생식 독성을 일으키는 '마이크로시스틴'과 뇌 질환 원인물질인 '베타 메틸아미노 알라닌'(BMAA)이 나왔다.

마이크로시스틴은 미국 뉴햄프셔주 강에서 발생한 에어로졸보다 최대 523배 높게 검출됐다.

남세균이 포함된 독성 에어로졸은 낙동강 주변으로 최소 1.5km, 최대 16km까지 퍼져나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에어로졸 속에 포함된 유해 남세균은 여러가지 독소(통칭 시아노톡신)를 배출한다. 이번에 나온 마이크로시스틴과 BMAA 외에도 다른 독소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 등에서는 에어로졸을 타고 전파된 남세균 독소가 사람 콧속과 기도, 폐에서 검출됐고, 급성 독성 피해도 확인됐다. 녹조 발생 면적이 증가하면 비알콜성 간질환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낙동강은 대구 중학생들 야영지 = 이번 실험이 진행된 대구 화원유원지는 어린이집 원생들부터 초등학교 아이들이 단체로 즐겨 찾는 야외교육장이다.

도동서원 아래 낙동강레포츠밸리는 대구지역 중학생들의 필수 교육코스다. 여기서 야영까지 한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20일 "어린 친구들이 녹조에 오염된 공기를 마셨다고 생각하니 한없이 미안하고 분노가 치민다"며 "국민의 공분이 필요하다. 물과 먹거리에 이어 공기마저 녹조 독으로 오염된 이 현실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국장은 "낙동강 녹조의 저주를 푸는 유일한 열쇠는 지금이라도 8개 보 수문을 열어 강이 막힘 없이 흘러가도록 하는 것"이라며 "윤석열정부는 영남지역 모든 주민들의 건강과 낙동강에 깃들어사는 모든 생명을 위해 지금 당장 결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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