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독거 여성 사망 1년만에 발견

2022-10-25 15:24:46 게재

고독사 추정 … 관리 주체 서로 떠넘겨

2019년 탈북 모자 사망사건 등 '구멍'

고독사로 추정되는 탈북민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여전히 탈북민 관리에 구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입국한 이 여성은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에서 다른 탈북민들의 정착을 돕는 전문 상담사로도 활발히 활동해 한 때 '성공적으로 정착한 탈북민'으로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2017년 상담사 업무를 그만두면서 연락이 끊겼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양천경찰서는 지난 19일 양천구 한 임대 아파트에서 탈북민 40대 여성 A씨의 시신을 발견했다는 신고를 받고 사망 원인 파악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A씨는 발견 당시 오래된 겨울옷을 입고 있었고 아파트 임대료와 관리비는 2년 가까이 체납됐다. A씨 시신은 임대 계약 갱신 시점이 지났는데도 연락이 닿지 않자 강제 퇴거 절차를 밟기 위해 방문한 서울주택도시공사(SH) 관계자에 의해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 원인 파악을 위해 부검을 의뢰한 상태로 변사사건으로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9년 7월 탈북민 모자가 임대 아파트에서 숨진채 발견된 사건을 계기로 탈북민 보호 대책이 나왔지만 이번 일로 탈북민 취약 계층 관리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 것으로 보인다.

당시 아파트에서 발견된 모자는 공공임대주택 임차 계약이 2017년 1월부터 해지된 상태였고  월세(16만4000원)는 16개월치가 밀려있었다. 

사건 이후 통일부는 국내 탈북민들의 생활을 전수 조사해 취약 계층의 생계 지원에 나서겠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도 시스템을 보완해 복지사각지대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2월 감사원은 정기감사에서 통일부가 '탈북민 생활안정 종합 대책'을 마련해 지난해 상반기까지 4차례 조사했지만 이 과정에서 전수조사 세부 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조사방법과 지원 대상 선정을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지역 센터에 맡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락처도 결번으로 유선조사를 할 수 없는데도 방문조사를 하지 않고 종결하거나 대상 탈북민이 이사했는데도 업무를 해당 센터로 넘기지 않고 그대로 조사를 마치는 등 전체 조사 대상 가운데 26.1% 조사가 미흡했다고 밝혔다.

한 탈북민의 경우에는 지난해 4월 의식을 잃어 중환자실에 입원한 뒤 27일이 지나 상담사 방문을 거쳐 5월에야 재단에 긴급 생계비 신청이 됐다. 결국 탈북민이 사망한 뒤인 6월에야 생계비가 지급되기도 했다.

남북하나재단 관계자는 "같이 오래 일했던 분의 사건이 발생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연락처가 바뀌다 보니 중간에 연락이 되지 않았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는지 몰랐다"고 밝혔다. 이어 "탈북민 취약계층의 경우 올해부터 통일부에서 조사를 하고 관련 내용도 전달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해당 탈북민은 보건복지부의 위기가구 지표 대상으로 지자체 관리 대상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분들 중에서 이사나 연락 두절로 지자체 조사 대상에서 빠진 분만 안전 여부를 통일부에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경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결과를 지켜보고 통일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고 위기 관리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자체 관계자는 "탈북민이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어서 관리 대상이 아니었고, 건강보험 체납 통보가 와서 여러번 방문했었다"면서 "주변에 탐문도 했지만 강제로 문을 개방할 수도 없었던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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