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행정혁신 '자치구에서 배워라'

2023-03-24 10:49:28 게재

난방비 폭탄, 정부보다 2개월 앞서 대비

장애인 안전위한 전동휠체어 운전연습장

공유어린이집·아이맘택시, 서울시 확산

드라이브 스루 검사, 이동형 선별진료소, 마스크 제작단, 생활치료센터, 자가격리자 안심숙소 …. 코로나19 사태에서 주목을 받았던 이들 정책의 공통점은 바로 정부나 광역이 아닌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나온 아이디어들이란 점이다.

관악구는 지난해 장애인을 위한 전동휠체어 전용 운전연습장을 만들었다. 사고발생 시 대처법, 도로교통법 교육은 물론 비장애인들의 체험교육을 통해 장애인식 개선에도 기여했고 전국 지자체로 확산됐다. 사진 관악구 제공


최근 서울시가 창의행정에 발동에 걸었다. 오세훈 시장이 직접 특강에 나서고 중간간부 200여명을 대상으로 집중교육을 실시하는 등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창의행정의 기본 동력을 서울시 직원 내부에서만 찾는 건 한계가 있다.

◆주민 삶 가까이 '기초지자체' = 서울 성동구는 지난해 가스비가 급격히 오르는 상황을 주시했다. 겨울에 취약계층이 입을 타격이 불 보듯 뻔했다. 2022년 한해에만 주택용 기준으로 가스 도매요금이 4차례에 걸쳐 38.4%나 올랐기 때문이다. 서둘러 취약가구 조사에 나섰고 기업체와 주민들이 기부한 성금을 활용해 지난해 12월 12일, 7650가구에 가구당 5만원을 지급했다. 정부보다 무려 2개월이나 빠른 조치였다.

관악구는 특별한 운전연습장을 만들었다. 전동휠체어 운전연습장이다. 인라인스케이트장으로 쓰이던 곳을 보수해 새 단장했다. 운전연습 뿐 아니다. 도로교통법규, 휠체어 사고사례, 사고발생 시 대처법 등을 종합적으로 교육, 처음 도로에 나서는 장애인들 불안을 줄여주고 안전운전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장애인 교육에 그치지 않았다. 일반주민과 학생, 복지시설 관계자 등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휠체어 체험교실을 운영해 장애인이 겪는 불편에 대한 공감을 넓히고 장애인식을 개선하는데도 주력했다. 타 지자체들 문의가 잇따랐고 서울을 넘어 전국으로 전파됐다.

◆저출생 핵심, 돌봄대책도 콕 짚어 =

저출생 극복의 핵심으로 꼽히는 돌봄 및 영유아 정책에서도 기초 지자체 아이디어가 빛났다. 서초구 공유어린이집이 대표적이다. 인근 3~7개 국공립어린이집과 민간·가정 어린이집을 하나로 묶었다. 입소대기가 사라졌다. 어린이집 간 협의·연계를 통해 탄력적으로 대응, 대기가 많은 영아를 위한 반을 확대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유아전담 어린이집도 운영했다. 수요가 몰리는 만 0세반, 만 3세반 보조교사와 담임교사 인건비를 지원해 교사 1인당 아동 수를 줄였다. 규모가 커지자 교사학습 공동체, 교사동아리모임 운영 등 교사 역량강화 사업이 가능해졌고 부모교육 및 아동 통합보육을 통해 공동보육도 강화됐다.

2021년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 각광을 받았고 오세훈 시장은 당선 후 서울시 영유아 정책 제일 윗자리에 공유어린이집을 배치했다.

은평구 아이맘택시도 임산부와 영유아 가정의 어려움을 던 사례다. 의료 목적으로 병원을 방문할 경우 전용 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큰 유모차를 실을 수 있도록 대형 승합차량으로 운행하며 카시트, 차량용 공기청정기, 차량 내부 소독 의무화 등 안전과 방역에 신경 썼다. 하루 2번, 연간 10번까지 무료다. 지역 내 임산부· 영유아 가정 가운데 97.5%인 5700명이 가입했다.

노원구 아이휴 센터도 주목받았다. 소득에 상관없이 돌봄이 필요한 모든 초등학생에게 놀이와 독서, 다양한 문·예·체 활동이 가능한 돌봄공간과 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 아파트 및 일반주택을 노원구가 직접 전세임차해 공간을 확보했고 단지 내 경로당 등 유휴공간도 리모델링해 활용했다. 집 가까이서 돌봄이 이뤄지도록 배려한 것이다.

최창수 사이버외대지방행정의회학과 교수는 "행정혁신은 지방정부 내부의 행정과정 개선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며 "아래로부터 지혜를 모으는 것은 물론 서울시 간부들이 분야별로 시민 입장에서 직접 행정서비스를 경험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이제형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