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킨·레고 리브랜딩 성공 … X는 실패작?

2023-08-02 11:00:18 게재

BBC "트위터사용자·전문가 '충격'으로 받아들여" … 부정평가 오래가지 않는다는 예상도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위터'가 지난달 기존 상징이던 재잘거리는 새 이미지를 버리고 뾰족한 검은색 X로 교체했다. CEO 일론 머스크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결제와 게임 등 향후 출시될 다양한 서비스를 담아내기 위해 상징을 바꾼다"고 밝혔다.

1일 영국 BBC에 따르면 이같은 조치는 많은 트위터 사용자와 기술업계 전문가들로부터 조롱을 받는 한편 혼란과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미국의 유명 테크 전문기자 케이시 뉴턴은 "트위터 소유주로서 머스크의 접근방식은 '문화파괴 행위의 연장선'"이라고 비판했다.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물류 스타트업 '플록 프레이트'의 최고수익책임자이자 버즈피드와 파라마운트, 액티비전, 아디다스, 나이키 등에서 마케팅 및 브랜딩 리더를 역임한 올랜도 배자는 BBC에 "극적이고 예상치 못한 전환"이라며 "브랜드 정체성이 따뜻하고 친근한 느낌에서 어두운 회원 전용 이미지로 바뀌었다. 무엇보다 이 모든 일이 하룻밤 새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위터'(사진 왼쪽)가 지난달 리브랜딩을 통해 사명을 'X'로 변경했다. 사진 EPA=연합뉴스


미 테네시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로 소셜미디어와 브랜드 캠페인을 연구하는 매튜 피트먼도 최근 독립뉴스매체 '더 컨버세이션' 기고에서 "로고와 브랜드 이름은 항상 바뀌지만 트위터처럼 큰 소동을 일으키는 경우는 드물다"며 "이러한 변화가 기업에 미치는 피해는 생각보다 크다"고 주장했다.

피트먼 교수에 따르면 X라는 브랜드가 갑작스레 등장한 건 아니다. 머스크는 오래 전부터 이 글자에 매료됐다. 2000년 페이팔 창립자들은 회사이름을 'X'로 바꾸려던 머스크를 CEO에서 축출했다. 머스크의 전기차 테슬라 모델 이름은 S, 3, X, Y로 유명하다. 이 이름은 기본적으로 'SEXY'(성적으로 매력적인)라는 단어와 관련 있는 철자다. 머스크의 자녀 중 1명의 이름도 X다.

배신감 느끼는 충성도 높은 소비자들

인지도가 높고 의미 있는 브랜드의 이름과 상징물을 바꾼 건 트위터뿐만이 아니다. 페이스북이 '메타'로, HBO가 '맥스'로 이름을 바꾼 사례가 있다.

기업이 브랜드를 바꾸는 것은 혁신하고 적응하기 위한 방법이다. 뉴욕에 본사를 둔 브랜딩 에이전시 '레드 앤틀러'의 시장진출전략 담당이사 매기 소즈는 BBC에 "일반적으로 기업의 인지도와 평판을 개선하고 집중과 투자의 전환을 알리는 것이 리브랜딩의 주된 목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에게는 이러한 변화가 당황스러울 수 있다. 소즈 이사는 "사람들은 특히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제품에 대해 브랜드에 감정적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며 "마치 '어떻게 감히 나와 상의없이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어?'라며 배신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핀테크기업 '퍼블릭닷컴'의 브랜드마케팅 부사장인 잭 디오네다는 "충성도가 높은 사용자로서는 머스크의 사명 변경을 자신에 대한 모욕으로 느낄 수 있다"며 소즈 이사의 의견에 동의했다.

전문가들은 브랜드 혁신의 모범사례가 있다고 말한다. 이는 핵심사용자와 고객의 습관 욕구 가치를 고려하는 전환이며 종종 데이터에 기반해 면밀히 연구된 경우가 많다.

레고의 경우는 브랜드를 재구축한 경우다. 경영대학원 학생들이 모범사례로 삼는 기업이다. 레고는 20세기 내내 높은 수익성과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2003년쯤부터 매출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레고를 대체할 만한 디지털기기 등이 보급되면서다. 피트먼 교수는 "아이들에겐 작고 화려한 플라스틱 블록을 조립할 시간이나 인내심이 많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레고는 이에 굴하지 않고 광범위한 시장조사와 민족지학·심리학 등 연구를 통해 일반인, 특히 어린이들이 제품을 가지고 노는 방식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투자했다. 레고 경영진은 레고 제품이 거의 모든 것에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레고 블록은 아이들이 직접 창작물을 만드는 독창적인 방법과 인기영화에서 본 해적선이나 공룡을 재현하는 등 파생적인 방법 모두에 사용될 수 있다. 따라서 레고는 '스타워즈' '쥬라기 공원' 등 영화나 닌텐도 및 기타 브랜드와 제휴해 특별한 레고세트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또 2014년 '레고무비'라는 영화를 개봉해 5억달러에 가까운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또 다른 모범사례인 던킨 브랜드는 X로 전환한 트위터와 직접 비교가 가능하다. 1950년 설립된 던킨도너츠는 2018년 던킨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브랜드 이름과 상징물에서 도넛이라는 단어를 삭제, 더 다양한 식음료 제품을 대표하기 위해서였다.

피트먼 교수는 "던킨이 영양가가 거의 없는 고칼로리 도넛과 밀접하게 연관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음료를 중심으로 이동 중에도 즐길 수 있는 브랜드'로 거듭나기를 원한다는 점을 고객들이 긍정적으로 이해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소즈 이사도 "데이터와 사용자반응 연구를 바탕으로 한 던킨의 리브랜딩은 대단히 성공적이었다"며 "기존 고객층을 고립시키거나 이탈시키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고객층으로 확장하기 위해 심층적인 고객 및 시장조사에 기반해 브랜드를 개편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반면 트위터는 X로 브랜드를 변경한 후 긍정적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오히려 핵심적이고 충성스러운 사용자들이 소외감을 느끼게 됐다"며 "충성도 높은 사용자층이 멀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레드 앤틀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마이클 시안치오도 "리브랜딩은 소비자의 관심사와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X로의 전환이 자신의 명성을 위해 거창한 제스처를 취하는 머스크에겐 자부심의 순간이었겠지만, 사용자나 고객 입장에선 큰 충격이었다. 브랜드의 정신과 전통을 완전 거부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용자의 부정적 반응에 직면해 브랜드명을 다시 바꾼 기업들도 있다. 미국 소매체인점인 'JC페니'는 사명을 'JCP'로 바꿨다가 소비자들의 큰 거부감을 일으켜 2013년 원래 이름으로 되돌아갔다. 체중관리기업 '웨이트워처스'도 'WW'로 기업명을 바꿨다가 2018년 소비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당초 사명으로 다시 변경했다.

소즈 이사는 "심지어 트위터는 일반동사에 등재될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진 브랜드였다. 하지만 사명 변경으로 인해 브랜드가 약화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피트먼 교수는 "머스크의 X 리브랜딩이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주요 기업의 이름을 알파벳 문자로 정하는 데에는 몇가지 까다로운 법적 문제가 있다. 포르노 브랜드에 널리 쓰인다는 이유로 특정국가에서는 이미 X를 브랜드로 사용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앱을 만들겠다는 머스크의 목표에 비춰볼 때, 이번 X 브랜드 변경이 거의 아무런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화에 대한 반대, 곧 사라지는 경향"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트위터의 X로의 전환이 적어도 기업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주는 문제는 아닐 수 있다고 봤다.

디지털전략 및 브랜딩 에이전시 '피프스 트라이브'의 설립자 겸 CEO인 쿠람 자만은 "대부분의 소비자 반발은 일시적인 현상이며, 시간이 지나면 변화에 대한 반대는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며 "로고 변경 후 사용자들의 조롱을 받은 에어비앤비나 로고 변경으로 혼란을 일으킨 기아자동차 사례에서 이러한 현상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브랜드 변경에 따른 부정적 반응은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는다"고 말했다.

플록 프레이트의 배자도 "회사명을 바꿨다고 소비자들의 구매행동이 부정적으로 변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며 "따라서 트위터라는 브랜드를 재창조해 수익성 있는 미디어로 변모시킬 수도 있다. 최근 수년간의 성장정체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재탄생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쟁 기술회사인 메타의 브랜드 변경도 초기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 2분기 메타의 매출은 월가 목표치에 부합했다. 메타는 올 하반기 더 많은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소즈 이사와 시안치오 모두 머스크의 움직임 이면에 숨겨진 전략이 있을 수 있다며 사명 변경 발표시기를 지적했다. 당시는 메타가 '트위터 킬러'라고 홍보하며 새로운 소셜플랫폼인 스레드를 출시한 직후였다.

시안치오는 "머스크의 대 언론전략 일환일 수도 있고 내일 다시 로고를 바꿀 수도 있다"며 "확실한 건 그가 대화의 관심사를 바꿨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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