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애써 살려 해외에 파나"

2023-08-22 11:28:50 게재

입찰참여사 국내 3·해외 1 … 해외매각 반대 목소리 커져

HMM 민영화에 독일국적 세계적 선사 하팍로이드가 변수로 등장했다. 정부가 해운산업재건을 주도하며 어렵게 회생시킨 대표 국적선사를 곧바로 해외에 매각하는 게 타당하냐는 문제제기도 나오고 있다.

21일 마감한 HMM 경영권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 결과 국내에서는 동원산업, 하림-JK파트너스 컨소시엄과 LX인터내셔널이 참여했다. 해외에서는 세계 5위 해운사인 독일 하팍로이드가 참여했다.

이번 입찰은 HMM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주식 1억9879만주에 이들이 보유한 영구채 2조6800억원 중 1조원을 주식으로 전환(2억주)한 것까지 합쳐 3억9879만주가 대상이다.

한국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본입찰은 당초 예정보다 일주일 늦춰진 다음달 4일께 시작될 예정이다. 참여사들이 제출한 자료가 많아 자금조달계획 등 서류심사시간이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본입찰은 8주에 걸친 실사기간 등을 거쳐 11월 중순 즈음 마감할 예정이다. 연내에 주식매매계약까지는 하겠다는 게 당초 구상이었지만 실사기간 이 길어지는 등 다른 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동원산업은 HMM 인수를 통해 내년 상반기 부산신항에 개장 예정인 항만터미널에 안정적인 물량을 유치하면서 물류사업에 연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림그룹도 곡물과 에너지 등 전략물자를 운송하는 팬오션과 컨테이너정기선 서비스가 주축인 HMM 결합을 통해 글로벌 물류사업의 안정적 수익구조를 노려볼 수 있다.

LX그룹도 세계적 물류업체 LX판토스 등의 글로벌 영업망과 HMM의 네트워크가 결합하면 물류경쟁력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분석한다.

예비입찰 마감을 며칠 앞두고 인수전에 뛰어든 하팍로이드는 단연 주목받고 있다. 하팍로이드는 HMM과 함께 세계 3대 해운동맹인 디얼라이언스(HMM, 일본 ONE, 독일 하파그로이드, 대만 양밍)를 운영하고 있다. 세계시장 점유율 25% 규모인 디얼라이언스는 2M(덴마크 머스크, 스위스 MSC)=40%, 오션 얼라이언스(프랑스 CMA CGM, 중국 코스코, 대만 에버그린, 홍콩 OOCL)=35%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다.

이 중 최대 규모인 2M은 2025년 동맹을 해체하기로 발표했다. 2위인 오션 얼라이언스는 2027년까지다. 하팍로이드가 함께 동맹을 운영하고 있는 HMM 경영권을 인수하겠다며 나선 것은 세계해운시장의 동맹해체 흐름과 연관된 것인지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하팍로이드가 본입찰에 참여하게 되면 실사과정에서 HMM의 경영을 낱낱이 살펴볼 수 있게 되는데, 인수 성사여부와 관계없이 그 자체만으로도 하팍로이드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해외매각 반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해양수산부 부활, 해양진흥공사설립운동 등을 주도한 '부산항을 사랑하는 시민모임'은 22일 HMM 해외매각을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박인호 시민모임 회장은 "한진해운 파산 이후 국내에 제대로 된 원양해운선사를 건설해야 한다는 목적으로 HMM에 투자해 어렵게 경쟁력을 갖췄는데 이를 망각하고 해외에 매각하는 것은 안된다"며 "코로나 팬데믹 때 HMM이 없었다면 국내 수출입 기업들의 물류는 더욱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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