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연계 독서활동
교과 연계 독서로 학습·탐구·진로 한번에
세부 능력 특기사항에 반영 가능 … 지적 호기심과 자기 주도적 문제 해결력 보여줘
학생부 독서 활동 상황은 2024학년 대입부터 반영되지 않는다. 하지만 진학 전문가들은 학생부종합전형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여전히 '독서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독서를 비롯해 수상 경력, 동아리, 봉사 등의 학생부 기록이 대입에서 축소·배제되면서 교과, 그중에서도 '세부 능력 특기사항(세특)'의 영향력이 높아졌다. 이 세특, 창의적체험활동(창체) 기록에 독서 관련 활동 내용을 담을 수 있다. 책 제목과 활용법은 학생의 학습 태도부터 수준, 관심 분야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이는 종합전형의 평가 기준과 맞물린다. 자기소개서까지 폐지된 현재 학생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데 독서가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꼭 입시와 관련이 없더라도 독해력과 사고력, 창의력 등 독서 본연의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희망 전공에 매몰된 독서보다 개별 교과에 기반을 둬 다채로운 독서를 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의 이른 진로 결정 부담, 대입 환경의 변화 등으로 대학은 종전의 전공 적합성을 계열 적합성 또는 진로 역량으로 바꾸고 평가 기준도 손보는 추세이다. 보다 다양한 진로 탐색을 허용하겠다는 의미와 함께, 세특에도 해당 교과에서의 학생의 모습을 담아달라는 당부가 내포됐다고 볼 수 있다.
심화 학습부터 진로 탐색까지 가능한 교과 연계 독서. 구체적인 방법이 궁금한 이들을 위해 대학생 선배들의 독서 활동을 살폈다. 교과 심화, 활동 연계, 진로 확장 등 세 유형으로 구분했지만 들여다보면 결국 서로 연결되는 특징을 발견했다. 단순 책 목록이나 관련 탐구 활동 주제를 넘어 이들이 어떤 관점으로 독서에 접근해 활용했는지를 주목해보길 바란다.
최정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학생은 "사회 교과 속 개념을 생생한 사례로 깊게 이해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독서로 사회 교과 내용을 한층 깊게 이해했다"며 "'사회·문화' 시간에 아동노동을 배운 뒤 만난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말해주지 않는 것들'은 아동노동을 낱말이 아닌 실체로 가슴에 새겨줬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사'에서 다룬 5·18민주화운동은 '5·18 푸른 눈의 증인'과 함께함으로써 더 생생한 역사로 뇌리에 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 공부를 할 때 교과서에 나온 개념이나 여러 사건, 현상을 암기하기 힘들다면 관련 도서를 먼저 읽어보길 권했다.
◆교과 심화형 독서 활동 = 이지원 세종대 환경에너지 공간융합학과 학생은 "독서는 심화 학습과 활동 아이디어의 보고"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교과 내용을 심화할 때 관심분야 이슈나 환경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얻고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책을 많이 찾았다"며 "'확률과 통계'에서 확률을 배운 후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를 읽고 일상에서의 확률 적용 사례와 확률의 모순을 짚어봤다"고 말했다. 또한 "'생명과학Ⅰ' 수업에서 생명 윤리에 관심이 생겨 '침묵의 봄'을 읽었고 환경 호르몬 문제에 대한 지식을 새롭게 깨우치는 것을 넘어 과학자가 어떻게 문제의 원인을 파악해나가는지, 새로운 물질을 개발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현규 울산과학기술원 에너지화학공학과 학생은 "실생활 속 화학에서 미래 에너지까지 독서로 과학을 심화하고 진로를 찾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책을 통해 교과서보다 쉽고 재밌게 다양하고 폭넓은 과학 지식을 얻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1~2학년 땐 '이토록 재밌는 화학 이야기' 같은 책으로 실생활과 연관된 화학에 흥미를 느꼈고 2~3학년 땐 당시 탈원전이 이슈여서 원자력 관련 책을 찾아보다 '원자력이 아니면 촛불을 켜야 할까'를 본 후 원전뿐 아니라 다른 에너지원, 미래 사회, 방사능의 문제점 등을 다룬 '탈핵학교'까지 읽었다. 과학에서 화학, 또 에너지·환경·기후 분야로 더 좁고 깊게 나아간 것이다. 그는 "과학책은 현재 트렌드를 신뢰할 만한 정보 위주로 전문 지식을 쉽게 설명한 것들이 많아 고교생들에게 도움이 된다"며 "과학과 사회의 연관성, 미래 기술과 윤리 등 과학이 인류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고 또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고민하면서 보다 진지하게 과학 분야 진로를 고민해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활동 연계형 독서 = 김현태 중앙대 의학부 학생은 "책을 통해 과학의 양면성을 알게 됐고, 기술의 실리와 윤리를 고민하는 탐구 활동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화학'과 '생명과학'에 관심이 커 과학탐구 동아리에 들어갔고 탐구 주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많은 책을 읽었다. 특히 '노화의 종말'은 노화를 치료할 수 있는 질병처럼 보는 점이 새로웠다. 관련 주제를 동아리 활동이나 탐구에 활용했다. 실험을 통해 활성 산소가 세포에 손상을 입혀 노화를 가속화한다는걸 확인했다. 또 '화학' 시간에 수행평가를 하면서 '급진적 풍요'를 읽고 화학이 이룬 급진적 발전과 그 이면의 부정적 측면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김씨는 "3학년 때는 진로와 연관해 '질병의 연금술'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질병의 특성과 치료법에 대해 화학적 관점에서 접근해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장지수 동국대 정치외교학전공 학생은 "독서와 발표가 지리와 국제관계의 견문을 넓혀주었다"고 말했다.
장씨는 '통합사회' 수업을 계기로 지리에 흥미가 생겼고 이후 동아리와 관련 교과에서 지리 주제를 연계한 발표 활동을 많이 했다. 이때 자료로 책을 주로 이용했다. 특히 2학년 '지역이해', 3학년 '세계지리' 과목의 수행평가를 준비하며 지리 관련 도서를 많이 읽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주제로 발표할 때 '지정학의 힘'이라는 책을 참고해 전쟁의 원인을 지정학적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또 고등학교 시기 독서 활동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던 활동은 학교 간 공동 교육과정이었다. 장씨는 "학교에선 듣지 못했던 '국제정치' '세계문제와 미래사회' 수업을 통해 진로에 관한 심화 독서를 많이 할 수 있었다"며 "국가 간 관계에 대한 견문을 넓혀줬다"고 말했다.
허수용 광주과학기술원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학생은 "독서에서 생긴 궁금증을 탐구 활동으로 해결했다"고 말했다.
허씨는 각종 실험, 보고서, 프로젝트 주제를 독서를 통해 정했다. 책에서 다루는 실생활 예시나 독서 과정에서 생긴 궁금증이 아이디어의 밑바탕이 되어줬다. 예를 들어 메타버스 관련 책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봉사 활동에 대입해 '모션 인식 AI'를 접목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때 필요한 AI 지식은 'AI 최강의 수업'으로 습득했다. 책으로 쌓은 기초 지식은 인터넷에서 검색한 정보보다 더 깊이가 있어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한결 수월했다. 허씨는 "독서-진로-봉사 세 가지 활동이 연계돼 학교 활동도 재미있었고 입시에서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진로 확장형 독서 활동 = 지예은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학생은 "어려웠던 경제를 현실 사례를 다룬 도서로 이해하고 확장했다"고 말했다.
지씨는 고1 때 막 관심이 생긴 사회적 경제와 관련해 '사회적 경제는 좌우를 넘는다'를 읽고 막연히 어렵게 여겼던 경제학도 현실 속 사례와 연결하면 쉽다는 걸 배웠다. 이후엔 '경제' 이외의 과목에서도 경제가 보였다. 3학년 땐 '독서'에서 소설 '허생전'을 배우고 허생의 매점매석을 경제학의 독점과 연결해 발표할 때 '독점 규제의 역사'라는 책도 읽고 독점이 사회적 책임 경영에 악영향을 주는 과정을 더 깊게 담았다.
최유진 한양대 데이터사이언스학부 학생은 "일반적인 고교 수업에서는 AI를 접하기 어려워 책을 통해 개념부터 실습까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씨는 동아리 활동을 하며 인공지능에 관심이 커졌다. 한데 일반적인 고교 수업에서 인공지능이나 데이터를 제대로 다뤄볼 기회가 많지 않다. 'Do it! 정직하게 코딩하며 배우는 딥러닝 입문' 등 기초 개념을 익히고 실습을 해볼 책을 찾아봤다.
김지은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학생은 "독서로 쉽고 깊게 관심 분야의 지식 쌓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관심 분야를 좁혀가며 관련 지식을 폭넓게 안내하는 책을 봤다. 고1 때 생명과학 기초 지식을 쌓고 싶어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를, 2~3학년 때는 식품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쌓고 싶어 '빈곤한 만찬' '나의 밥 이야기' '재미있는 식품 미생물학' 등을 읽었다. 쉽게 이해하면서 깊이를 꾸준히 더할 수 있었다.
김기수 기자 · 정나래 내일교육 기자 lena@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