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윤석열정부의 '신기한 마법'

2023-12-15 11:40:05 게재
그 많던 사람은 다 어디로 갔을까? 윤석열정부에서 희한한 광경이 반복된다. 흥행이 될 성싶으면 너도나도 얼굴을 디밀던 사람들이 일이 잘못된다 싶으면 순식간에 증발한다. '펑'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 속으로 사라져 버리는 마법과 흡사하다.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와 새만금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를 둘러싼 파행 논란이 대표적이다.

새만금 잼버리 개막식 때 등장했던 수많은 인사들은 파행 논란이 거듭되자 슬그머니 사라졌다. 책임이 분명한 경우에는 뻔뻔해진다. 사의를 표명했던 김현숙 여성가족부장관은 아직도 장관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는 "허위에 가까운 부실보고를 잼버리 조직위 사무국으로부터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책임을 돌리는 태도까지 보였다.

이태원 참사와 오송 지하차도 침수, 국가전산망 마비 사태까지 벌어졌지만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이 여전히 장관직을 유지하는 것도 비슷한 유형이다. 공교롭게도 이 장관 역시 김 장관과 함께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이었다. 관가에서는 두 사람이 현 정부의 최장수 장관이 될 수도 있다는 웃지 못할 얘기까지 나온다.

부산 엑스포는 어떤가. 막판 역전 가능성이 크다는 식의 보고가 이어졌고 수많은 사람들이 숟가락을 얹었다. 조금만 더 하면 진짜 유치할 수 있을 것처럼 온 국민을 '정신승리'로 내몰았다. '희망고문'의 끝은 처참한 패배였다. 119표(사우디) 대 29표(대한민국)라는 성적표는 국민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이번에도 책임을 지는 이는 잘 보이질 않는다. 잘못된 정책 판단, 정보력, 외교력의 총체적 부실을 드러냈지만 한두마디 사과가 전부다.

책임은커녕 영전하는 인사들도 있다. 외교부에서 다자외교를 총괄하며 엑스포 유치 과정에 깊이 관여했던 오영주 2차관이 중소벤처기업부장관 내정자가 된 것이 대표적이다.

성격은 약간 다르지만 국내 방위산업(K방산) 분야에도 비슷한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속칭 K방산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넘쳐났다. 수시로 잭팟이라는 표현이 등장했고, 세계 4대 방산강국 도약이라는 거창한 목표도 제시됐다. 일부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무기를 다루는 방위산업은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힐 수밖에 없다. 국내외 정치상황이나 지정학적 변수가 수시로 작동한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면 러시아와 등지고, 이스라엘을 지원하면 중동 국가들과 불편하게 되는 이치다.

폴란드 2차 방산수출 계약이 최근 어려움에 봉착하자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는 찾아보기 힘들다. 'K방산' '초대형 잭팟'을 외치던 사람들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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