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즐겁게, <여행지리>를 재밌게 <지리를 알면 여행이 보인다> 고등학교 사회 교과 융합선택 과목 중 하나인 <여행지리>는 여행과 지리학을 엮어 배우는 과목이다. 현직 지리 교사가 쓴 이 책은 여행 지리의 관점에서 세계 곳곳의 여행지를 바라보는 여행 안내서이자 <여행지리> 수업의 연장선이다. 지은이는 공항에서 출발해 미국 인도 태국 브라질 뉴질랜드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등 12개 나라의 주요 도시를 생생하게 다룬다. 대도시, 문화 경관, 자연 경관, 여행자의 올바른 태도를 일깨우는 곳으로 주제를 나눠 사려 깊은 해설을 보탰다. 책 곳곳에는 독자의 간접 여행을 돕기 위해 세계 여행지의 실제 사진과 여행 경로, 지형, 모식도 등 시각 자료를 풍부하게 실었다. 각 장의 마지막에는 ‘여행자를 위한 지리 상식’ 코너를 마련해 각 나라와 도시의 지리적 특징을 설명하고 깊이 있는 지식을 알려준다. 이어지는 ‘지식 정거장’ 코너에서는 여행지와 관련된 흥미로운 일화나 상식을 소개해 교양 지식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다. 청소년 자녀와 함께 겨울방학 해외여행을 계획 중인 가족과 여행을 통해 견문을 넓히고 영감을 얻고자 하는 독자에게 추천한다. <여행지리>와 연계된 학습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글 정유미 자유기고가 puripuda@naver.com
문학을 깊게, 세계사를 쉽게 <십 대를 위한 문학 속 세계사 여행> 문학 작품을 제대로 읽으려면 작품이 쓰인 시대적 배경을 잘 알아야 한다. 또 역사 공부는 단순한 사실 암기보다 시대적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은 문학과 세계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청소년 교양서로, 역사 교사 출신 지은이가 세계 문학 작품을 엄선해 고대·중세·근대·현대의 세계사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실제 역사였던 고대 트로이 전쟁을 담은 <일리아스>부터 2차 세계대전 이후 스탈린의 독재 정치를 비판한 조지 오웰의 명작 <동물농장>까지, 13편의 문학 작품을 통해 세계사의 전체 흐름을 익힐 수 있다. 고전 명작으로 꼽히는 단테의 <신곡>으로 가톨릭교가 지배한 중세 시대를 들여다보고,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로 영국의 산업혁명이 낳은 도시화와 아동 노동, 사회 복지 등 근대 세계사를 훑는다. 각 작품을 소개할 때마다 시대의 특징을 먼저 알려줘 배경지식을 갖출 수 있고, 본격적인 작품 분석이 끝나면 각 책과 관련된 역사 상식을 정리해 이해하기 쉬운 역사 공부로 이끈다. 인문 독서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는 청소년과 세계사 공부를 어려워하는 학생에게 추천한다. 글 정유미 자유기고가 puripuda@naver.com
과학·윤리·고전, 신약 개발 꿈꾼 질문봇의 이유 있는 선택 중학생 때 갑자기 등교를 할 수 없었다. 코로나19 대유행 때문이었다. 세계적 감염병에 일상이 흔들리던 중, 백신 개발 소식이 들려왔다. 막연히 약사를 꿈꾸며 의약품에도 관심이 많았기에 자연스레 시선을 빼앗겼다. 매일매일 새로운 백신 정보를 얻으면서 신약 자체에 대한 마음이 커졌다. 보다 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해결해주는, ‘세상을 바꿀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꿈은 고등학교 진학 후 까다로운 과목과 다양한 탐구 활동에 도전하는 원동력이 됐다. 김나영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확신의 자연 성향, 윤리·고전 배운 이유 진로 방향이 뚜렷했기에 과목 선택 기준도 명확했다. 약과 관련된 기초 지식을 쌓기 위해 <생명과학Ⅰ·Ⅱ> <화학Ⅰ·Ⅱ> <지구과학Ⅰ·Ⅱ>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를 모두 이수했고, 공동 교육과정으로 <생명과학실험> <고급생명과학>도 배웠다. “자연 성향 학생들의 성적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편이라 과학 Ⅱ과목을 선택할 때 멈칫했어요. 절대평가이지만 위계상 3학년 때 공부해야 하고, 학교 교육과정상 <화학Ⅱ> <생명과학Ⅱ>를 3학년 1학기에 함께 이수할 수밖에 없었거든요. 내신이 부담스러워 <화학Ⅱ>는 포기할까 생각했을 때 선생님께서 약을 공부할 거라면 배워두라고 하셨어요. 대학에 와보니 ‘일반화학’이 <화학Ⅱ>와 꽤 겹치더라고요. 고등학교 때 잘 배워둔 덕분에 1학기 성적을 잘 받았어요.” 인문 성향 학생의 선호도가 높고 상대평가를 하는 <생활과 윤리>를 고2 때 선택한 것도 눈에 띈다. 윤리 의식을 제대로 갖추고 싶다는 생각에 도전했다고. “신약 개발은 동물 실험과 임상시험이 필수예요. <생활과 윤리>에서 인공임신중절, 안락사, 유전자 치료, 동물 실험 등 생명과학의 발전과 함께 등장한 윤리적 쟁점에 접근하며 연구자의 태도와 연구 윤리를 깊이 고민해볼 수 있었죠. 그런 경험 때문에 3학년 2학기에 <고전읽기> <사회문제탐구>를 이수했어요. 대입과 무관하게 시야를 넓히고 싶었고, 신약 연구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었어요.” 반복된 실험 실패, 질문의 힘 알려줘 나영씨는 고교에서 다양한 탐구 활동을 했다. 카페인 추출, 당뇨의 기전, 인체의 작용 등 해당 교과 개념을 바탕으로 질병 혹은 인체 작동 기능의 원리를 파악해보고, 유전자 조작이나 표적항암제 등 질병 치료의 원리를 사례와 접목해 탐구했다. 그중 <생명과학Ⅰ>에서 진행한 그람염색 실험은 자신을 가장 성장시킨 활동이었다. 그람 음성균을 찾아내기 위해 2개월 동안 같은 실험을 7번이나 반복했다. “어느 순간부터 문제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자문자답했어요. 혹시 제가 흘려보낸 교과 개념이 문제의 원인일까 봐 교과서는 물론 온갖 자료들을 다시 보면서 제 실험과의 차이를 찾아내려고도 했어요. 염색 시간이나 배양 조건을 조정하며 다양하게 시도한 끝에 세균류를 에탄올로 탈색할 때 시간을 짧게 두면서 실험이 어그러졌다는 사실을 알아냈죠. 간단한 실험이지만, 교과서 내용을 직접 확인해 기뻤죠. 실험과 실패에 익숙해져야 하는 신약 연구가 제 적성에 맞는다는 사실도 알게 됐고요. 무엇보다 실험은 결과가 아니라 문제 해결 과정이라는 점,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질문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배웠고요. 이후로 교과와 무관하게 배운 걸 돌아보고 질문하는 버릇이 생겼어요. 약간 피곤해졌지만(웃음), 해결할 때의 성취감이 더 컸죠.” ‘후성유전학’에 꽂히다 끊임없는 질문은 탐구 활동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었다. 특히 학년과 교과를 넘나들며 ‘후성유전학’을 파고들었다. 시작은 두 권의 책이었다. 고2 <독서>에서 <슈퍼 유전자>와 <이기적 유전자>를 비교해 읽으면서 환경 요인에 의해 유전자 발현이 조절될 수 있다는 후성유전학 개념에 흥미가 생겼다. 학기말 교과융합수업에선 <인간은 왜 인간이고 초파리는 왜 초파리인가>를 읽고 직접 초파리를 구입, 침샘 염색체를 관찰했다. 유전자 발현의 차이를 눈으로 확인하며, 후성유전학적 접근이 인위적인 DNA 변형·조작보다 부작용이 적고 윤리적 논란에선 자유로워 신약 개발에 유용하겠다 싶었다. 고3 <생명과학Ⅱ> 시간에 진행된 페임랩에선 ‘진핵생물의 유전자 발현 조절’을 주제로 자료를 정리하다 ‘동물의 후성유전에만 치우친 것 아닐까’ ‘환경 요인에 더 민감한 식물은 후성유전적 조절이 달리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진로 활동 시간에 ‘식물에서의 후성유전학적 유전자 발현 조절 사례’를 찾아 비교했다. “처음엔 막막해서 인터넷에서 탐구 주제를 찾아 따라 했는데, 어느 순간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울수록 궁금한 것이 많아지기도 했고요. 특히 실험을 하면서 실패한 이유를 찾거나, 해석을 하며 개념을 가져오는 과정에서 의문이 계속 생기더라고요. 탐구를 한번 하면 서너 개의 질문이 머릿속에 떠올랐고, 자연스럽게 관련 수업이나 창체의 탐구 주제가 됐어요. 탐구는 대입에 도움이 되지만 그에 앞서 나의 배움과 성장을 위한 것이잖아요? 질문을 계속하다 보면 나만의 탐구를 어렵지 않게 수행할 수 있을 거예요.” 면접형 종합전형 집중 지원 수시 원서는 면접이 있는 전형 위주로 구성했다.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진짜 역량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 믿었기 때문. 숙명여대 시스템생명과학과, 아주대 첨단바이오융합학과, 인천대 분자의생명전공 등에 지원했고, 가장 희망했던 인하대 첨단바이오의약학과에 최초 합격했다. “홈페이지에서 교육과정을 보니 신약 개발에 특화돼 있었어요. 입학하면 1기생으로 학과와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고요. 합격하고 싶어 면접을 열심히 준비했어요. 학교 면접 프로그램의 도움이 컸고, 친구들과도 수시로 질문을 주고받았죠. 처음엔 답변을 통으로 암기했다가 ‘신약 개발’ ‘후성유전학’ ‘끊임없는 물음표’ 등 키워드 중심으로 논리를 정리하고, 경험이나 감상을 첨가하는 식으로 답변을 구성했어요. 덕분에 면접장에서 돌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고, 면접관과 진정성 있는 대화를 주고받아 더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해요.” 고교 3년간 꿈꿨던 공부를 하는 지금은 마냥 즐겁다.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전공 수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최근 셀트리온에 산업 시찰을 다녀와 신약 개발에 대한 꿈이 더 커졌다. 생명공학을 복수전공하며 생명 시스템의 응용까지 습득해 신약 개발 연구원에 도전할 계획이다. “후배들은 내신이나 수능에서의 유불리를 계산하지 말고 일단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면 좋겠어요. 이때 질문하는 습관을 기르길 바랍니다. 교과서에 나온 실험을 스스로 검증해보거나 참고 문헌을 찾아보면서 궁금한 점을 스스로 해결해보세요. 시야가 확장되고, 지식이 쌓이면서 성적 이상의 성장을 체감할 수 있을 거예요. 최선을 다한다면 기회는 찾아오기 마련이니 현재에 충실하길 바랍니다.” 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2026 수능이 마무리됐다. 이제 본격적으로 정시 전략을 고민할 시간이다. 수시 수능 최저 학력 기준 충족 여부와 지망 대학의 정시 합격선을 가늠해야 한다. 게다가 정시는 단순해 보이지만 매우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다. 대학별 환산 방법은 물론 지원자 집단의 전략에 따라 미세한 차이로 당락이 갈린다. 그렇다 보니 수능 직후부터 성적표가 발표되는 12월 5일까지 가채점 결과로 지원선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깜깜이’ 기간이라 불리는 이유다. 특히 올해는 변수가 많아 예측이 더 어렵다는 평가다. 수험생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내일교육>이 올해도 ‘합격췍’을 제공한다. 변수 많아 고민 커진 2026 수능 올해 수험생은 유독 고민이 깊다.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일단 수험생 수가 늘었다. 수능에 총 55만4천174명이 지원했는데, 이는 2019학년(59만4천924명) 이후 7년 만의 최고치다. 의대 모집 인원이 예년 수준으로 회귀하며 상위권 내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자연 계열 수험생의 사탐 응시(사탐런)가 급증했다. 수능 탐구에서 사탐만 선택한 지원자는 32만4천405명으로, 지난해보다 24.1% 뛰었다. 사탐과 과탐을 각각 1개씩 선택한 지원자(8만6천854명)도 전년보다 66.4% 증가했다. 반면 과탐만 선택한 수험생은 12만692명(22.7%)으로 역대 최저치다. 수시 수능 최저 학력 기준 충족은 물론, 정시 성적 예측에도 어려움이 클 전망이다. ‘깜깜이 기간’ 밝힐 예측 서비스 수능 후 실채점 결과가 나오기까지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가늠하고 대학·모집 단위별 유불리를 확인할 방법은 거의 없다. 이에 <내일교육>은 올해도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연구회) 자문 교사단과 함께 11월 17일부터 ‘초간편 합격췍’ 서비스를 제공한다. 웹 또는 모바일로 ‘passcheck.co.kr’에 접속, 수능 영역별 가채점 성적을 입력한 후 하단에서 원하는 항목을 클릭하면 된다. ‘수시러’라면 수능 최저 학력 기준 충족 여부를 가늠해보고, ‘정시러’라면 내게 유리한 정시 추천 대학 목록이나 내 점수로 지원 가능한 대학을 확인해보며 지원 전략을 세우면 된다. 향후 실채점을 기준으로 재편될 예정이라 최종 점검에도 활용하기 좋다. 지난해 ‘합격췍’을 사용한 한 교사는 “매해 수능 직후 지원 기준을 잡기가 쉽지 않았는데, 수능 다음 주에 ‘합격췍’을 활용해 상담할 수 있어 유용했다”라고 평했다. 연구회 자문 교사단은 “특정 성적대의 학생 데이터가 많은 입시 기관과 달리, 공교육은 다양한 유형의 개별 학교에서 폭넓은 성적대의 학생을 지도한 경험이 축적돼 있다. 연구회 내에서 공유된 경험 위에 최신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보다 정교하게 지원선을 예측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장소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합격췍’이 대입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라고 설명한다. 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국립창원대 RISE 사업단 코드하우스(CODE HOWS) 코딩아카데미가 코드하우스 3기 교육생의 실무 역량·협업 능력 향상을 위한 ‘취업 역량 강화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번 워크숍은 당근마켓 윤준혁 개발자의 웹 개발 커리어 로드맵 특강, 제이더블유컨설팅 길강빈 대표의 MBTI를 활용한 진로 탐색 프로그램, 부산외대 RISE사업단장 구자영 교수의 지역 산업 AI 전환 트렌드 특강, 경성대 이효상 교수의 탄탄한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면접 특강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정리 송지연 기자 nano37@naeil.com
외국어→국제 사회→패션 지속가능한 패션 꿈꿔요 윤지씨는 어릴 적부터 엄마가 골라준 옷 대신 스스로 고른 옷을 입었다. 초등학교 땐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국제상표협회(INTA) 회의에 참석하는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글로벌 패션 브랜드가 로고와 디자인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과정을 직접 보았다. 자연스레 패션 특허와 상표권의 세계에 대한 흥미로 이어졌다. 고교 3년 동안 국제 사회·경제·법에 대한 관심을 다양한 탐구 활동으로 풀어내며 진짜 원하는 진로를 고민했다. 그 과정은 느리지만 신중했고, 마침내 자신만의 패션 브랜드라는 최종 목표에 닿았다. ‘패션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수단’이라고 말하는 윤지씨.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찾기까지의 과정을 들어봤다. 국제 사회에 대한 관심, 패션 산업으로 시야 넓혀 언어를 배우는 데 흥미가 많았고 중국어와 영어에 능숙했던 윤지씨는 고풍스러운 교정과 탄탄한 커리큘럼에 매료돼 이화외고를 선택했다. “입학 당시 패션에 관심은 많았지만, 그 관심을 어떤 방향으로 이어갈지는 명확하지 않았어요. 국제 사회의 법·경제에 대한 관심도 컸기에 어떤 일을 하든 국제무대에서 꿈을 펼치고 싶었어요. 원하던 학교에 입학한 만큼, 후회 없이 뭐든 해보고 싶은 것들은 다 하면서 그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어요.” 윤지씨는 1~2학년 때 ‘영어 토론반’을 선택했다. 원하는 주제를 부원들과 선정해 다양한 방식으로 토론하는 점에 가장 끌렸다고. ‘광고에 제품의 상세 설명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가?’에 대한 토론에서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자율주행차 ‘오토파일럿’의 광고 중지를 요청한 사례를 들어, 제품 정보를 명확히 알리지 않는 광고가 소비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음을 강조해 찬성 측을 이끌었다. “논리로 상대를 꺾기보다는 가치 중심 토론 방식인 링컨-더글러스식 토론을 했어요. 처음으로 소비자 권리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개념을 깊이 고민하게 됐어요. 패션과 관련해서도 단순히 트렌드나 디자인을 넘어 신뢰, 투명성, 지속가능성 같은 패션 산업의 본질적 가치에 관심을 두는 계기가 됐죠.” 패션 산업에 대한 관심을 구체적으로 풀어낸 건 2학년 자율동아리 ‘국제사회심화탐구반’이었다. SPA 브랜드가 주도하는 패스트패션과 기존 브랜드 간의 갈등을 둘러싼 법적 문제를 비교 분석하고, 타협을 이끌 정책을 도출하는 탐구를 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대표적인 SPA 브랜드들은 한 달 안에 디자인부터 제작·판매·회수까지 해요. 빨라도 너무 빠르죠. 디자인 보호 조항의 한계와 무역 의장권(디자인권) 분쟁 사례를 탐구하며, 미등록 디자인 보호 정책을 제안했어요. 패션의 가치를 지키려면 법적 이해와 전략이 함께 가야 한다는 점을 깊이 깨달았어요.” 패션 산업으로 시야를 넓힐수록 복잡하고 거대한 국제 세계가 보였다. 학교 모의유엔(EMUN)에서 EU 대표단으로 참여해, 글로벌 패션 산업의 세 가지 핵심 의제인 지속가능한 공급망 구축, 윤리적 노동 기준과 투명성 확보, 지식재산권 보호 및 문화 전유 방지에 대해 발표했다. “패션 산업이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10%, 연간 물 소비의 930억㎥를 차지한다는 통계와 글로벌 브랜드의 평균 공급망 투명성 점수가 14%에 불과하다는 자료를 근거로 들었어요. 패션 산업이 생산 중심을 넘어 공정하고 투명한 국제 협력을 통해 지속가능하게 성장해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됐고, 이것이 내가 하고 싶은 길이라는 것을 명확히 느꼈어요.” 학교 후드티 디자인 공모전 통해 자신감 얻어 윤지씨는 동아리 부장, 학급 회장은 물론 학교홍보대사단원으로 활동하며 학교 행사에 적극 참여했다. 2학년 땐 학생회가 주관한 ‘학교 후드티 디자인 공모전’에 도전했다. 모교인 이화외고는 전통을 중시하는 특성이 있어 생활복인 후드티가 없었다. 윤지씨는 학생들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발로 뛰며 설문조사부터 시작했다. 불편한 교복을 대체할 만한 편안함과 학교의 정체성을 동시에 담은 후드티를 목표로 몇 날 며칠 디자인에 힘을 쏟았다. 누가 시키는 일이 아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니 열정과 힘이 솟았다. “로고 제작과 패션 디자인에 쓰이는 어도비(Adobe) 그래픽 프로그램 ‘일러스트레이터’를 활용했어요. 정말 제대로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 순간만큼은 유명 브랜드의 수석 디자이너가 된 기분이었죠.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검정에, 등판에는 학교의 상징인 배꽃을 흰색으로 그려 넣었어요. 디자인에 민감한 또래의 특성을 고려해 팔목 부분의 디테일도 신경 썼죠. 제 작품이 학교 공식 후드티로 최종 선정돼서 학생들이 입고 다니게 됐을 때의 뿌듯함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이후 윤지씨는 남수단 아동의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한 모금 활동에서 친환경 병을 직접 디자인·제작해 레모네이드를 담아 판매했다. “환경과 나눔의 메시지를 담은 디자인을 통해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냈어요. 목표 판매량을 크게 초과하면서 ‘작은 디자인의 변화가 선한 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는 넛지 효과의 힘을 실감했죠. 디자인이 단순한 미적 표현을 넘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심리적·행동적 도구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어요.” 열정 학생부 + 자기소개서로 최선의 선택 윤지씨는 하고 싶은 분야가 명확해질수록 고민이 깊어졌다. “국내 대학은 아직 패션 산업 관련 전공이 극소수였어요. 패션 관련 학과 홈페이지에 들어가 4년간 배우는 전공과목과 커리큘럼을 모두 살펴봤죠. 대부분의 학교가 의류 제작이나 패션 디자인 중심의 ‘의류학과’ 체계로 운영되고 있어, 브랜드 기획·유통·마케팅의 세계적 흐름을 종합적으로 배우기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어요. 이런 고민을 친구들, 학교 선생님과 나누며 알게 된 곳이 한국뉴욕주립대 FIT 패션경영학과였죠. 경영학과 소비자심리, 패션 상품화, 디지털 마케팅 등 패션 산업 전반을 융합적으로 다루는 커리큘럼이 마음에 들어서 마음을 굳혔어요. 유학을 생각하지 않았기에 1·2학년은 한국에서, 3·4학년은 뉴욕이나 밀라노에서 공부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한 선택 이유였고요.” 한국뉴욕주립대 FIT 패션경영학과는 지원 기간에 원서를 접수하는 대로 심사하고 결과를 발표하는 롤링 어드미션(Rolling Admission) 방식을 운영한다. 공과대학인 스토니브룩과는 달리 1년에 한 번 가을학기에만 신입생을 선발한다. 수능 성적 없이 학생부와 공인 영어 성적,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만 평가한다. 윤지씨는 겨울부터 여름까지 총 세 번의 지원 마감일이 있지만, 일찍 지원할수록 결과를 빨리 받을 수 있고 약간의 이점도 있는 편이라 겨울에 지원했다. “자기소개서에 담을 패션 관련 경험, 비즈니스 감각을 보여주는 포트폴리오가 없는 건 분명 약점이었어요. 대신 고교 3년 동안 패션경영이라는 목표를 찾기까지의 과정이 진심이었기에 그대로 담았고,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요. 지금까지 어떤 성과를 이뤄냈는지가 아니라 내가 어떤 가능성을 지닌 사람인지가 더 중요하니까요.” 취재 이도연 리포터 ldy@naeil.com
기출문제로 출제자 의도 파악했죠 진승호씨는 두 번의 도전으로 서강대 AI기반자유전공학부에 입학했다. 자율전공학부로 일부 학과를 제외하고 원하는 전공을 자유롭게 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신소재공학과 전자공학에 관심이 있었기에 전자공학 전공을 고려하고 있다고. 내신 시험이 성향에 맞지 않아 정시를 택했으나 첫 수능 결과는 아쉬웠다. 그러나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기출문제를 집중 공략한 두 번째 도전에서는 성적 향상을 이룰 수 있었다. Q. 정시에 주력하게 된 계기는? 학교 내신 시험 방식이 저와 맞지 않았어요. ‘정시파’의 변명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매 시험 제한된 범위의 구석구석까지 암기하며 진 빠지게 공부하면서도 짧은 시간에 많은 문제를 풀어야 했고 이런 시간 압박으로 내신 시험에 회의를 느꼈습니다. 동기부여가 되지 않으니 성적도 좋지 않았어요. 평소 모의고사 점수가 내신 성적보다 경쟁력이 있었고, 앞선 시험에서 받은 내신 등급을 복구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는 힘들다고 판단해 2학년 1학기부터 정시에 눈을 돌렸죠. 정시를 준비하기에는 남은 시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내신이 총 12번에 걸쳐 가늘고 길게 고생이 배분되는 것과 달리 수능은 1년에 단 한 번으로 결정되죠. 그 중압감은 비교할 수 없겠지만 수능 날 평소보다 더 좋은 성적을 받을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도 있었습니다. Q. 고등학교 생활과 수능 대비는? 과학중점학급에 속해 수학과 과학을 집중적으로 공부했어요. <물리Ⅰ·Ⅱ> <화학Ⅰ·Ⅱ> <생명과학Ⅰ·Ⅱ> <지구과학Ⅰ·Ⅱ>를 모두 배웠고 <미적분> <기하>도 지정 과목이었어요. 학업과 학교생활을 통해 신소재공학이나 전자공학이 적성에 맞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다양한 탐구 활동으로 진로도 탐색했고요. 정시로 마음을 굳힌 후에는 수능과 직접 관계없는 공부에는 조금 힘을 빼고 수능 공부에 전념했습니다. 주변에 정시로 마음을 굳힌 친구들이 종종 있었는데 수능이 1년 이상 남았다는 생각에 수업 시간에는 잠을 자거나 딴짓을 하는 등 나태해지는 경우도 많았어요. 그 점을 경계하려고 타이머를 이용해 시간을 관리하며 공부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을 모아 최대한 집중하려 노력했습니다. 교과목 중엔 수학이 가장 자신 있었고 수시와 정시 모두 입시의 핵심은 수학이라 생각했기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해 공부했습니다. 그 결과 수학 성적이 향상되고 좀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어요. 첫 수능에서는 <언어와 매체> <미적분> <화학Ⅰ> <지구과학Ⅰ>을 선택했고 <지구과학Ⅰ>은 1등급, 수학은 2등급, 국어와 영어는 3등급, <화학Ⅰ>은 4등급을 받았습니다. 서울권 대학에 합격 가능한 성적이었는데 충분한 실력 발휘를 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재도전을 결심했습니다. Q. 재수 생활과 두 번째 수능 대비는? 가까운 대형 학원 재수종합반에 등록해 규칙적으로 공부해보니 재학생 때 수능 공부량이 너무 적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정시에서 N수생과 경쟁하려면 절대적인 공부량을 극복할 자신만의 효율적인 공부법을 찾아야 했더라고요. 국어는 수능을 관장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기출문제에 집중해 공부했습니다. 고난도 문항이나 빈출 문항들을 분석해 아이디어와 출제 방향을 익혔고, 문제를 거의 외울 정도로 반복 학습했습니다. 깊이 분석하며 공부할수록 어떤 의도로 이런 문제와 선지를 냈는지 출제자의 의도에 접근할 수 있고 풀어야 하는 문제와 그렇지 않은 문제를 구분할 수 있더라고요. 시중에 사설 모의고사와 문제집이 많은데 평가원의 출제 관점과 괴리가 있는 문제는 오히려 판단 기준을 흐릴 것 같아 많은 문제를 풀지는 않았어요. <미적분>은 어려운 문제를 혼자 고민하며 3시간 동안 붙잡고 있었던 경험 덕분에 성적이 급상승했다고 생각해요. 그 어떠한 좋은 강의보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시험 운용 과정을 정리한 것도 도움이 됐고요. 30문제를 100분 동안 어떤 순서로 풀지, 몇 번에서 어느 정도 시간을 소요할지, 모르는 문제를 만나면 어떻게 할지, 일단 넘어가고 돌아올지, 좀 더 붙들고 있을지 등등 세세하게 연습하고 체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거듭 훈련하니 모의고사 성적이 안정화되고, 실제 수능 날에도 막힘없이 풀었습니다. 국어와 수학은 각각 백분위 6점과 7점이 올랐고요. Q. 후배들에게 조언해준다면? 저의 수험 생활은 사실 근거 없는 자신감과 함께했습니다. 재학생 때 주변에서는 ‘N수생에게 밀리겠지’ ‘수능 날 실수하면 어떡하지’ 같은 걱정을 해도 저는 ‘중요한 수능 날 왜 실수를 하겠어’ ‘수능을 제일 잘 볼 거야’ 같은 낙관적인 생각으로 일관했습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르는데 미리 조바심을 내봤자 해결되는 것은 없고, 긍정적인 생각은 수능 날 기적을 일으키는 긍정 회로가 될 거라 믿었어요. 실제로 공부를 하다 보면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 있는데 그 뿌듯함과 성취감을 좇다 보면 공부에도 탄력이 붙고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있습니다. 수능이 가까워질수록 공부가 할 만하고 때로는 재밌기도 했답니다. TIP 수능에서 유리한 과목 선택 & 내게 맞는 강의 찾아 수강 “수능에서 유리한 과목 선택” 수능 선택 과목은 <언어와 매체> <미적분> <화학Ⅰ> <지구과학Ⅰ>을 택했다. 국어 <언어와 매체>, 수학 <미적분>은 표준점수가 유리하게 나오는 과목이라 정시를 위해 고민 없이 선택했다. 열심히 공부했고 국어는 백분위 88점에서 94점, 수학은 91점에서 98점으로 올랐다. 과탐은 편안한 과목이라 <화학Ⅰ>과 <지구과학Ⅰ>을 택했고 재수하면서도 바꾸지 않았다. <화학Ⅰ>은 4등급에서 3등급 초반대로 올랐지만, <지구과학Ⅰ>은 1등급에서 2등급으로 떨어졌다. 한 해 동안 열심히 공부해 실력은 늘었으나 성적 변화가 크지는 않았다. “내게 맞는 강의 찾아 수강” 국어는 시대인재 윤지환 강사의 수업이 큰 도움이 됐다. 수능을 위해 들었던 여러 국어 강의 중 공부법에 확신을 갖게 해준 유일한 수업이었다. 특히 평가원 기출문제를 유형별로 분류·분석해 수능의 방향과 의도를 숙지하는 것은 물론, 문제에 대한 일관적인 시각을 정립할 수 있었다. 화학은 시대인재 김강민 강사의 수업이 도움이 됐다. 수업 자료가 매우 훌륭했고 단원별로 100여 문제씩 집중적으로 학습할 수 있어 단기간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 공부 외적으로도 수험 생활을 이겨낼 조언을 종종 얻을 수 있어 큰 힘이 됐다. 취재 윤소영 리포터 yoonsy@naeil.com
수학· 물리 원리로 파고든 반도체 완전 자율주행차 만들래요 도윤씨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휘청일 때 ‘차량용 반도체 대란’이라는 뉴스를 자주 접했다. ‘자동차 공장이 멈췄다’ ‘반도체가 산업의 쌀’ 같은 기사 제목을 보며 자연스레 ‘도대체 반도체가 뭐길래?’라는 호기심이 생겼고, 전망이 밝은 분야라는 점에서 관심이 커졌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에는 좋아하는 수학과 과학을 중심으로 반도체 관련 탐구 활동을 이어가며 시야를 넓혔다. 그 과정에서 반도체가 단순한 핵심 부품을 넘어 AI, 센서, 데이터 기술이 융합된 자율주행의 핵심 기반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세상을 바꾸는 시작은 원리를 파고드는 집요함’이라고 말하는 도윤씨. 반도체에서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로 꿈을 넓혀간 과정을 들어봤다. 불순물이 전류 흐름을 바꾼다고? 관심 분야인 반도체에 깊은 흥미를 느낀 건 2학년 <물리학Ⅰ> 시간이었다. 반도체의 도핑 공정을 배우면서 처음에는 단순히 ‘불순물을 첨가해 전기를 더 잘 통하게 한다’ 정도로 이해했지만 이후 왜 불순물 하나가 전류 흐름에 큰 영향을 주는지 궁금해 스스로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반도체의 실리콘 결정 구조에 인(P) 같은 원소를 넣으면, 각각 음전하 또는 양전하의 수가 증가해 N형과 P형 반도체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됐고, 도핑 농도에 따라 에너지 밴드 구조가 변하면서 전자의 이동 경로와 전도성이 달라진다는 사실도 무척 흥미로웠다. “궁금증을 따라 확장한 탐구에서 반도체가 ‘부품’을 넘어 과학과 공정 기술이 결합한 정교한 시스템이라는 점을 깨달았죠. 학기 말 주제 탐구 시간에 제가 탐구한 내용을 그림과 모형으로 직접 시각화해 급우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했어요. 흥미롭게 듣는 친구들과 선생님의 좋은 평가 덕분에 큰 보람을 느꼈죠. 이 경험을 통해 반도체 설계에 본격적인 관심을 두게 됐어요.” 이후 2학년 진로 활동 시간에 ‘인문·디지털·AI 아카데미’에 참여하며 머신러닝과 딥러닝의 원리, 심층 인공신경망의 구조를 학습하고, AI가 스스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판단하는 과정을 탐구했다. “반도체 자체에 대한 흥미에서 반도체가 핵심 역할을 하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인공지능 시스템 전반으로 관심을 확장하는 계기가 됐어요. 레벨 5단계인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는 초당 수많은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고신뢰성 반도체가 필수예요. 반도체는 자율주행차가 보고, 생각하고, 움직이는 전 과정을 담당하는 핵심 부품이죠. 이때부터 완전 자율주행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반도체 공학자를 꿈꾸게 됐죠.” 동아리 활동으로 공학도의 방향 찾아 2학년 때 활동한 수학 동아리 ‘시그마반’은 공학도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사고를 키워가는 과정이었다. 친구들과 같은 문제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풀어보며 사고의 폭을 넓혔고, 이를 통해 ‘문제 해결의 다양성’이야말로 공학적 사고의 핵심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특히 동아리 팀원들과 생각을 나누고 서로의 관점을 존중하며 준비했던 동아리 발표회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분류 학습 프로그램을 직접 탐구해 학생들에게 소개했다. 3학년 때 활동한 ‘사회복지열정나눔네트워크반’은 공학도의 사회적 책임과 기술의 공공성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기술과 경제적 발전의 성과가 사회 전반에 공정하게 배분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에 주목했다. 동아리 탐구 활동에서 ‘디지털 포용’과 ‘에너지 복지 확대’를 핵심 주제로 삼았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에너지 사용량을 자동으로 조절하고, 효율적인 전력 배분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전력 소비를 줄이면서도 취약계층의 생활 환경을 개선할 방안을 제시했다. “기술 발전이 단순히 효율성을 높이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환경과 사회를 함께 고려해 삶을 더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진짜 의미 있는 발전이죠. 친환경 자동차나 재생에너지 기술처럼 기술·환경·사회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공학을 깊이 연구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어요.” 3년간 학급 회장 맡아, 극 I 성격 극복 도윤씨는 3년 내내 학급 회장을 맡아 반 친구들의 학업과 학교생활을 이끌었다. 스스로 ‘2학기용 회장’이라고 말한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건 좋아했지만, 남들 앞에 나서기를 주저했고, 무척 소극적인 성격이었어요. 항상 고민이었는데, 고등학교 때 제 단점을 극복해보고 싶었죠. 1학기 때 친구들과 즐겁게 생활하고 2학기에 회장을 맡아 학급을 아우르는 역할을 했어요. 시험 기간엔 수행평가나 과제를 빠뜨리는 친구가 없도록 챙겼고, 3학년 땐 시끄러운 교실을 정리하며 학급 전체가 학업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어요. 학급 회장을 하면서 타인을 설득하고 상황을 조율하는 힘을 배웠죠.” 성실한 학교생활, 교과+종합 투 트랙 지원 바탕 돼 도윤씨에게 사회 과목은 ‘노력과 시간에 성취가 정비례하는 교과’였다. 개념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석구석 빈틈없이 암기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어릴 때부터 암기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국어는 제게는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는 과목이었어요. 반면 수학과 물리는 개념을 깊이 파고들어 그 개념을 응용·활용해 다양한 문제를 풀어내는 과정이 무척 재밌었어요. 제 성격과 공부 성향에 잘 맞았죠.” 도윤씨는 <수학Ⅰ> <수학Ⅱ> <미적분> <기하> <확률과 통계> <심화수학> 등 모든 수학 교과에서 최상위 성적을 유지했다. 좋아하지 않는 과목은 노력으로 극복했다. 수시 교과전형을 염두에 뒀기에 어느 한 과목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국어 공부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 끈기와 노력으로 1등급을 받았을 땐 스스로가 대견했고 더 큰 성취감을 느꼈어요. 다만, 수능 국어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어요. 결국 수능 국어에 발목을 잡혀 정시보다는 수시에 비중을 뒀고, 2학년 때부터는 ‘재수는 없다’는 각오로 종합전형으로 선택지를 넓혀 탐구 활동을 해나갔어요.” 도윤씨는 대학과 기업이 협력해 실무 중심 교육을 운영하고, 졸업 후 해당 기업에 채용하는 계약학과에 큰 관심을 가졌다. 교과전형과 종합전형을 모두 염두에 두고 고등학교 생활을 성실히 이어갔기에, 두 전형을 기준으로 지원 전략을 세웠다. 고려대 스마트모빌리티학부,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는 종합전형으로, 한양대 반도체공학과와 중앙대 지능형반도체공학과는 교과전형으로 지원했다. 최종 선택은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였다. 비록 계약학과는 아니지만, 다양한 기업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도윤씨가 꿈꾸는 공학도로서의 진로 방향과 잘 맞았기 때문이다. “교과전형은 종합전형보다 결과를 예측하기 쉽고 경쟁률이 낮은 편이에요. 하지만 합격선이 높아 학교 선택에 제약이 있을 수 있죠. 중요한 건 전형을 미리 단정짓기보다 학교생활을 충실히 하는 것이에요. 대단한 탐구 활동을 하지 않았더라도, 그때그때 자신의 관심사에 맞춰 성실히 학교생활을 했다면 종합전형도 충분히 도전할 만하다고 생각해요.” 취재 이도연 리포터 ldy@naeil.com
질문하는 근력 키우기 <응! 생물학> AI 시대를 맞아 질문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과거에는 사실을 확인하고 정답을 외우는 능력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왜 그럴까?’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등 호기심을 가지고 명확하고 체계적으로 질문하는 능력이 경쟁력이 됐다. 이 책은 연세대 시스템생물학과 교수이자 ‘질문하고 토론하는 과학’을 추구하는 유튜버 김응빈 교수가 우리 주변의 엉뚱하고 기발한 궁금증에 과학의 언어로 답하는 교양서다. “질문은 앎의 세계로 들어가는 열쇠”라고 말하는 지은이는 과학의 재미를 돋우는 33개의 질문을 제시한다. 파랑새는 정말 존재하는지, 코는 하나인데 콧구멍은 왜 두 개인지, 인간은 왜 뱀을 혐오하는지, 피카츄가 현실 세계에 존재할 수 있는지 등 호기심 넘치는 질문에 진지하고 자상한 답변을 들려준다. 과학과 예술, 인문학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답을 따라가다 보면 생물학이 단순한 암기 과목이 아니라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학문임을 깨닫는다. 책 곳곳에 ‘응, 토론하자!’ 코너를 마련해 독자 스스로, 혹은 친구나 AI와 함께 토론하며 사고를 확장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과학 덕후’는 물론, 과학책 읽기를 어려워하는 학생에게 추천한다. 글 정유미 자유기고가 puripuda@naver.com
K-푸드의 맛있는 사연 <맛에 진심이라면, 교양 한 그릇>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글로벌 흥행으로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밥, 라면, 냉면, 떡볶이와 같이 우리가 흔히 접하는 한국 음식들이 작품 속에 등장해 외국인에게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 관광과 K-푸드 수출이 증가하는 ‘케데헌 효과’가 나타났다. 이처럼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음식들은 어떤 경로를 거쳐 ‘한국 음식’이 되었을까? 이 책은 요리 연구가이자 음식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박찬일 셰프가 ‘한국인의 솔 푸드’로 불리는 18가지 음식에 담긴 사연을 소개하는 교양서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급식 메뉴 돈가스가 한국에 온 사연부터 명절이나 생일 같은 잔칫상에 빠지지 않는 잡채의 주재료가 당면이 아니었다는 사실 등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음식 이야기가 이어진다. 음식 관련 지식을 풍성하게 담아 책을 읽고 나면 파스타와 스파게티, 마라탕과 마라샹궈의 차이도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입맛을 돋우는 삽화와 자료 사진, 지은이의 생생한 에피소드가 어우러져 ‘음식 문화 기행’을 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책 마지막에는 박찬일 셰프의 ‘조금 특별 레시피’ 7개가 부록으로 곁들여졌다. K-푸드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한다. 글 정유미 자유기고가 puripud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