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인공지능 시대, 독서의 가치
한국 사회의 독서 기반이 빠르게 약해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2025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연간 종합 독서율은 38.5%로 나타났다. 성인 10명 중 6명은 최근 1년 동안 책을 읽지 않았다.
종합 독서율은 종이책과 함께 전자책 오디오북 독서율을 합한 수치다. 2023년 43.0%보다 4.5%p 감소했다. 종합 독서율이 40% 아래로 떨어진 것은 1993년 조사 이래 처음이다. 종이책 독서율로만 한정하면 28.8%에 불과하다.
독서 환경의 변화도 뚜렷하게 감지된다. 종이책 독서율은 감소하는 반면 디지털 독서가 확대되고 있다. 오디오북 독서율의 경우 다른 매체를 통한 독서율이 2023년보다 감소한 것과 달리 유일하게 증가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스마트폰과 영상 중심 콘텐츠 소비가 자리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책 대신 짧은 영상이나 온라인 콘텐츠로 정보를 얻는다. 여기에 최근에는 생성형 인공지능까지 등장했다. 인공지능은 사용자의 요청에 따라 글을 생성하고 정보를 요약하며 질문에 즉각적인 답을 제시한다. 정보 접근의 속도와 편의성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정보를 대신 찾아주는 시대일수록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읽고 생각하는 힘’이다. 특히 인공지능 시대에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읽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진다. 인공지능이 생성한 정보의 진위를 판단하고 그 의미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깊이 읽기와 사고력이 필요하다. 긴 글을 읽어내는 힘을 기르는 독서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이유다.
독서는 개인의 읽기 행위를 넘어 사회를 이해하고 타인을 공감하는 능력을 갖추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타인에 대한 이해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최근 열린 ‘책문화정책포럼 제1회 인공지능 시대 독서의 의미’에서는 독서를 인간 고유의 사유 활동으로 재정의하는 논의가 이어졌다. 독서는 단순히 정보를 처리하는 활동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고 타인을 공감하며 스스로를 성찰하는 과정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비판적 사고와 성찰적 시민을 키우는 토대 역시 독서에서 시작된다. 독서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시민을 길러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독서율 하락을 민주주의 기반의 약화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러한 독서의 가치는 사회적으로 충분히 인식되지 못하는 모양새다. 우리나라의 독서정책은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여러 부처에 분산되어 있으며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추진 구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독서율 하락을 무겁게 인식하고 독서 교육과 독서 문화 정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할 국가 차원의 정책 체계가 필요한 시점이다.